흑백요리대전을 통해 본 경주의 맛과 세계화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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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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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학 박사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은 요리 실력만으로 계급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서바이벌 쇼다.

 이 프로그램은 ‘흑수저’ 요리사 80명과 ‘백수저’ 요리사 20명의 치열한 요리 대결을 통해 오직 맛으로 승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흑수저 결정전, 1대1 대결, 흑백 팀전 등으로 구성된 각 라운드는 긴장감 넘치는 대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심사위원으로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음식사업가인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씨와 미국에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안성재 씨가 참여해 전문적인 평가와 유머 넘치는 진행으로 프로그램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특히 세미파이널에서 상할머니가 해주시던 서산 지역의 요리인 게국지를 재해석한 ‘게국지 파스타’를 선보인 나폴리맛피아 셰프가 결승에 진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경주,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경주는 단순한 유적지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도시는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오랜 전통 속에서 발전한 풍부한 음식 문화를 자랑하며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미식 관광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열고 있다. 경주의 바다에서 나는 참가자미나 두치, 멸치, 돌미역 같은 신선한 해산물, 경주 한우와 송이, 복 같은 고급 식재료와 황금주, 법주 같은 술은 이미 경주의 맛을 대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료들을 활용한 전통 요리는 출향인들에게는 향수를, 외지인들에게는 추억을 자극한다.

경주의 맛은 단순히 음식 그 자체로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각자의 기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함께 품고 있다. 최근 경주에도 새로운 미식 문화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젊은 셰프들이 경주 특산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비주얼과 맛을 함께 고려한 창의적인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살롱에서의 칡소 모임이나 웹툰 작가가 만드는 다코야키, 황리단길과 어머니의 맛을 재현하는 국밥집들이 특별하다. 경주읍성 주변에 위치한 레스토랑들은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성동시장의 전통 음식인 시락국, 전, 닭튀김도 유튜버들의 단골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랫시장의 야시장 음식도 인기다. 또한 서울에서는 경주식 된장 짜장면과 딤섬을 함께 파는 중국집이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경주를 더 이상 과거의 유산에만 머물지 않게 한다. 음식은 그 자체로도 관광 자원이지만, 경주에서는 그 이상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다가오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경주의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릴 중요한 기회다. APEC 회의는 경주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글로벌 미식 관광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상들에게 경주의 특산물로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일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경주의 맛과 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중국처럼 미식과 관광이 결합된 도시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사례처럼 경주도 한류와 K-POP의 인기를 업은 한식이 자리를 차지하며 세계적 필수 관광지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의 융합이 필요하다. ‘모두의 지도’와 같은 공간정보 시스템을 통해 경주의 특산물과 맛집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관광객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친환경 농업, 어업, 축산업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재료 공급 체계를 구축해 경주의 음식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1차 산업과 6차 산업의 연계를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표준화된 레시피를 만들어 제공하고 자신의 개성을 담아 완성하는 요리를 제시할 때 경주는 더 멋져지고 더 발전할 것이다. 경주의 한식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경주의 음식 문화는 그 자체로도 세계화와 친환경성, 전통성을 담아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적극 활용하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혁신적인 미식 문화를 구축한다면 경주는 세계 무대에서 미식의 성지로 자리잡을 것이다. APEC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적 행사는 그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미식 도시로 발전한 경주는 역사와 미래, 맛을 함께 아우르는 도시로 발전할 것이다. 맛으로 세계를 품는 경주, 그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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