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을 찾아라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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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이번 10월 같은 일정으로 학회 두 곳이 경주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학회 발표하러 경주를 들르는 김에 연구과제 워크숍도 같이 개최해 보려고 회의장소를 한번 찾아봤다. 하지만 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마땅한 회의실과 숙소를 찾지 못한 것이다. 물론 보문단지에는 화백컨벤션센터도 있고, 여러 호텔과 리조트 콘도의 시설 좋은 연회장과 회의실이 많다.
하지만 필자는 보문단지가 아닌 경주 시내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길 원했다.

주요 볼거리와 맛집들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에 회의실을 갖춘 비지니스호텔이 딱 한 군데가 있었지만, 우리 직원들과 타 기관 참여자분들이 숙박할 객실이 동이 난 상태였다. 그래서 다시 보문단지의 숙소를 알아봤지만, 이번엔 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물론 호텔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만, 비용도 비싸고 기왕 경주까지 와서 호텔에만 갇혀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대부분 원치 않을 것이다. 보문단지 주변에도 괜찮은 식당들이 있지만 대부분 거리가 있어 차량 이동이 필요했다. 보문단지에 회의실과 숙소를 두고 식사는 시내로 나오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왕복 이동으로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고, 만약 차량정체라도 생기면 전체 일정이 꼬일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30명이 넘는 인원이 같은 시간에 한 번에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빌려야 했다. 시청과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시내권 회의실도 알아봤다. 경주예술의전당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회의실은 빌릴 수는 있지만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이동하는 게 역시 문제였다. 그리고 서라벌문화회관의 대강당은 이미 다른 행사가 예약되어 한동안 대관이 불가한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30명 규모의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 만한 숙박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참에 경주 시내 중심지에 컨벤션센터 기능을 하는 공간과 기반 시설을 확대하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경주에서 국제회의를 비롯한 규모 있는 행사들은 대부분 보문단지에서 열린다. 하지만 봉황대나 경주읍성이 있는 경주 시내권도 한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매력적인 장소는 시내권이 훨씬 많다. 오래된 맛집에서부터 아기자기한 가게들, 역사적인 장소, 유적과 어우러진 멋진 자연풍경, 그리고 남산의 매력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 멋진 곳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보문단지가 대규모 기업과 기관을 위한 큰 행사 중심으로 개최된다면, 경주 시내권은 전체 인원 30명 내외의 소규모 기업 워크숍과 학술 세미나, 그리고 이와 관련된 도시답사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연계할 수 있다면 도시 전체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주에서 숙소와 회의실을 찾으며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경주는 이미 그러한 수요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심상가의 집들은 한옥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로 바뀌고 있었고, 오래된 모텔들은 양질의 조식을 제공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들로 하나둘 새로 단장을 하고 있었다. 특히 옛 경주역 부지 동측에 빈집을 활용하여 조성한 황촌마을호텔은 깔끔하게 정비한 내부 인테리어와 마을 분들이 손수 준비한 조식으로 유명해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서라벌문화회관은 황리단길, 터미널과 가까워 소규모 회의를 하고, 인근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기에 충분한 입지로 판단된다. 중심상가 금리단길에는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가게와 식당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어, 회의 후 걸어서 이동하여 식사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워크숍은 황리단길에 있는 회의 공간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도시를 연구하는 분들이 오는 회의라 나름 고민한 결정이다. 우수한 기반 시설과 숙소를 가진 보문관광단지도 좋지만, 나처럼 소규모로 진행되고 경주 시내권에서 행사를 개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자와 같은 선택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워케이션(worc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도 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를 말한다. 경주는 여유 속에서 창의력과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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