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씨 초대전_차규선의 ‘Going back home’

분청회화 통한 자연의 재해석, 그리고 과잉과 절제의 공존

오선아 기자 / 2024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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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향, 162x112cm, 흙과 아크릴릭, 2024.

차규선 작가의 초대전 ‘Going back home’이 경주 플레이스씨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고향을 떠난 지 3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며, 자신의 예술적 여정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차규선 작가는 경주 출신으로 계명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다양한 재료 실험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국내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화원, 140x320cm, Acrylic on canvas, 2024.

이번 전시는 작가의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아우르며, 예술의 본질과 진정성, 그리고 사람의 향기를 담은 노스텔지어를 주제로 구성됐다.

전시는 ‘차규선의 모티브’, ‘분청회화의 시작’, ‘심상 풍경’,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 속에서 사라진다’라는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차규선 작가는 분청사기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분청회화 세계를 확립했으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산, 나무, 꽃 등의 요소를 직관과 심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자연의 기저에는 경주가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 무른 땅에 나뭇가지로 낙서하던, 하나의 놀이였던 행위가 예술이 됐고, 그 예술이 귀향하는 과정이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 Nirvana, 227x181cm, Acrylic on canvas, 2024.

2001년, 서른 셋이었던 차규선 작가는 호암미술관에서 본 분청사기에 매료됐다. 이후 그는 기존 분청사기 제작 기법과 이미지를 반영해 흙과 고착 안료를 혼합, 캔버스에 바른 후 백색 아크릴 물감으로 전면을 칠한 후 물감이 굳기 전 풍경 형상을 그리거나 긁어내는 ‘분청회화’를 시작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이러한 분청회화의 시작과 그 후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2019년부터 그의 풍경 작업은 새로운 재료 실험을 통해 더욱 본질적인 자연의 이미지에 충실해졌으며, 흙과 유사한 색감의 아크릴 물감과 물을 활용해 내적 심상으로 태어난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지속적인 시도와 변화를 거듭하며, 마지막 섹션에서는 과잉과 절제가 공존하는 최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꽃이 흐드러진 나무를 그리는데 꽃과 나무의 형상대신 물감으로 표현된 점과 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차규선 작가는 “존경하는 故정점식 스승님께서 제 첫 개인전 서문에 ‘좋은 작가가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은 그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주변의 아낌없는 후원과 독려에 힘입어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전시를 할 때마다 부끄럽고 미진함을 느낀다. 빈 캔버스를 앞에 두면 여전히 두렵고 긴장된다. 이러한 불안과 초조가 자신의 예술을 밀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과 그림을 담아낼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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