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미지 초대전- 최대진 작가 ‘바라보다’

제주바다의 감정을 그리다

오선아 기자 / 2024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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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필과 지우개로 바다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최대진 작가.

물결 위에서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일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필이 지나간 자리에는 마치 별들이 수면 위에 흩뿌려진 듯한 아름다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획초대전 최대진 작가의 ‘바라보다’ 전시가 갤러리 미지에서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같은 바다를 바라보더라도, 그 풍경이 주는 감정은 개인의 고유한 감성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듯 이번 전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감정과 개별적 경험을 공유하는 전시다.

연필 작가로 널리 알려진 최대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잔잔한 바다에서부터 포말이 이는 거친 바다까지, 각기 다른 바다에서 느껴지는 슬픔, 기쁨, 행복 등의 감정을 연필과 지우개로만 표현하고 있다.

↑↑ 바람이분다, 72x30, 파브리아노지에연필, 2022.

오랜 기간 거리화가로 생활했던 그는 일때문에 찾은 제주에서 10여년간 머물며, 제주바다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새벽녘이나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제주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은 정말 특별하다. 아침의 햇살과 함께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두 시간대 모두 제 마음속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다를 보며 제가 계획했던 것들을 어떻게 진행할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했고, 내면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곤 했다”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지우개질을 최소화하고 강한 파도가 표현되는 여백은 그대로 비워두는 방식으로 흰 종이가 지닌 본연의 색깔과 질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했다.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발표한 작품의 90% 이상이 제주 바다 풍경을 담고 있다는 작가. 제주를 떠나온 지 10년이 되었지만, 매년 5번에서 6번 정도는 제주를 방문하고 있으며, 그곳의 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으며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 그 섬 바라보다, 스코틀랜드지에연필, 95x43, 2019.

“제주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깊다. 그곳에서의 경험과 기억이 제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언젠가 다시 제주로 돌아가고 싶은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생계를 위해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제주와의 연결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가 제 예술의 근원이며, 그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흑연과 목탄, 콘테와 같은 다양한 재료도 활용할 수 있지만 단일 재료인 연필로만 작업하는 작가에게 연필은 작가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에서 연필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분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그런점에서 제 작업은 독특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연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관람객들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되새기며 편안함과 안정감을 전달할 수 있는 그림이 되길 기대한다”

비록 일상에서 불안과 힘듦이 있을지라도,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에 관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는 작가.

때로는 작업이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순간에 몰입해 작업하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라는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감정을 관객들도 작품을 통해 공유할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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