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배제한 경주환경대축제, ‘눈살’

환경단체, 허울뿐인 환경행사 비판
탄소중립 실천 가능한 시스템 요구도

엄태권 기자 / 2024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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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대축제 부스에 놓여진 페트병.

탄소중립 실천을 선포한 경주시가 환경을 배제한 환경축제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이 지난 1일 개최된 환경대축제가 허울뿐인 환경축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시청 게시판에는 이번 환경대축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오며, 탄소중립 실천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문제가 된 ‘제16회 Beautiful 경주! 환경대축제’는 경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하고 경주시가 후원하는 행사로 환경보전 분야 유공자 표창, 탄소중립 표어·포스터 공모작 시상, 탄소중립 퍼포먼스, 친환경 체험·전시 및 홍보부스 운영, 환경미술대전, 환경퀴즈 골든벨, 숲속 영상관, 숲속 놀이터 등이 진행됐다.

또한 이번 행사는 ‘우리 함께 ESG &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부제로 세계적인 기상이변에 따른 기후변화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경주시는 밝혔다.

하지만 실제 행사는 환경과는 상당한 거리가 먼, 행사를 위한 행사였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평가다. 행사장 무대 아래 큼지막하게 적힌 ‘일회용품 없는 축제, 환경대축제 행사장 내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된다’는 문구가 무색할 만큼 실제 행사장에는 일회용품이 난무했다.

↑↑ 환경대축제 부스에 놓여진 일회용컵.

친환경 체험·전시·홍보 부스에는 일회용컵에 담긴 커피와 음료 및 생수 페트병들이 즐비했다. 또한 부스마다 설치된 테이블을 덮는 비닐,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은 쓰레기들은 환경대축제가 맞는지 의문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이번 행사에 대해 △음수대 없이 페트병에 담긴 생수 배부 △물티슈 및 비닐가방에 담긴 사은품 배부 △새를 비롯한 동물을 생각지 않은 시끄러운 음악 △불필요한 폭죽 발사와 나무에 걸린 폭죽 잔재물 등으로 인해 환경이 배제된 환경축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4월 22일 경주시가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로 선포한 이후 처음 개최된 환경 관련 행사로 향후 시에서 주도하는 행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지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실망감만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 기념품으로 배부된 물티슈.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대축제가 허울뿐인 구호 뒤에서 쓰레기를 만들어 내기 바쁜 행사로 전락했다”며 “충분히 일회용품 없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경주시와 행사 주최 측은 반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은 시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은 실천을 시작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경주시는 현실적으로 탄소중립 실천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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