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전설 품은 금척리 고분군 발굴 시작

안전기원 고유제 열고 발굴조사 들어가

오선아 기자 / 2024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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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건천읍에는 전설이 깃든 금척리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동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그 사이로 크고 작은 언덕들이 눈에 띄는데, 이 언덕들에는 신라의 보물을 숨기기 위한 비밀이 담겨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언덕들은 신라왕이 금으로 만든 자[金尺]를 숨기기 위해 만든 산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기록된 ‘동경잡기’에는 이 전설이 자세히 남아 있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왕은 병자를 치료하고 죽은 자를 되살리는 신비한 금자를 얻었으나, 이를 노린 중국의 사신들이 이를 빼앗으러 오자 30여개의 산을 만들어 금자를 숨겼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신비로운 전설을 품은 금척리 고분군의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된다.

지난 21일 건천읍 금척리 251번지 일대에서는 금척리 고분군에 대한 첫 학술 발굴조사를 축하하고 조사단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경주향교의 집례로 고유제가 진행됐다.

이 유적지는 경주의 대표적인 고분군인 대릉원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를 가진 곳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발굴조사는 금척리 고분군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13만3400㎡ 면적을 7개 구역으로 나눠 대대적인 발굴조사를 진행하며, 대형 봉토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고분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금척리 고분군은 일제강점기부터 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왔으나, 제대로 된 발굴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1914년에는 도리이 류조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고분군의 전경과 파괴된 고분 단면이 기록됐고, 광복 이후에는 몇 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1952년에는 도로확장 공사로 인해 파괴된 고분 두 곳이 발굴됐고, 1976년과 1981년에는 추가 고분들이 발굴돼 돌무지덧널무덤을 포함한 총 18기 옛 무덤과 금동관, 은제허리띠, 금동귀걸이, 목걸이, 각종 토기류 등 중요한 유물들이 발견됐다. 그러나 최근 30년 간은 주로 현황조사와 측량조사에 그쳤고, 50여기의 고분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고분군의 성격을 명확히 밝히기에 한계가 있었다.

금척리 고분군은 규모와 입지에서 경주시내 대릉원의 큰 무덤들과 비교된다. 이 중 가장 큰 44호분은 대릉원의 황남대총 북분의 절반 정도 크기다. 2015년에 재발굴한 금관총과 가장 비슷한 규모를 보이며, 높이로만 본다면 첨성대보다 조금 더 높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금척리 고분군의 역사적 실체 규명을 위해 2023년 경주시와 학술조사 협약을 체결하고, 중·장기적인 조사계획을 새롭게 수립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A부터 G까지 총 7개의 지구로 구획해 분포 및 발굴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금척리 고분군의 복원 및 정비에 활용할 계획이며, 더 나아가 신라 왕경의 중심부와 주변 지역의 비교 연구를 통해 신라 사회구조를 복원하는 등 신라사 연구의 저변을 확대할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가치로 전환하는 작업의 기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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