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허리띠 졸라맨 ‘아동양육시설’ 어쩌나…

간식 줄이고 난방까지 끈 복지시설 ‘운영난 심각’

이재욱 기자 / 2024년 03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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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된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지역 복지시설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회복될 줄 알았던 후원문화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면서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특히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은 고정돼있는 반면 전기, 도시가스, 식재료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운영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역 내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은 2곳이며 아동은 100여명 정도다. 아동시설의 경우 매년 연말이나 연초 지역기업과 각종 협회 등 온정을 전하는 후원자들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아동시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설 운영을 지탱해 준 후원이 줄자 아동시설들은 간식을 줄이고 겨울철 난방을 덜 때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역의 한 아동시설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시작으로 후원금이 줄어들어 힘들었다. 코로나를 넘기면 회복될 줄 알았지만 상황은 여전하다”며 “가장 부담이 큰 건 식비다. 물가가 한없이 올라 아이들 식사 비용을 맞추는 것도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고정 지원금은 변화가 없는데, 물가를 비롯해 매년 전기료와 가스요금까지 오르고 있어 시설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후원금만으로는 빠듯해 시 지원금을 받아 난방비 등 운영비, 간식 구입비, 생필품 구입비 등을 충당하려 애쓰고 있다”면서 “현재 난방 가동을 줄이고 절약하고 있다. 후원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후원이 늘지는 의문이다. 오는 여름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나눔의 손길이 줄어드는 곳은 아동시설뿐 아니라 다른 복지시설도 비슷했다. 특히 겨울 한파에 취약한 노인 대상 복지시설의 경우 후원금이 줄어 어르신들의 식사와 난방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의 노인복지시설 관계자는 “조금씩 후원이 줄고 있어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며 “경주는 해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보조금 이외의 시설 운영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는 3곳으로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대체식품에서 현장급식으로 3곳 모두 전환했다. 하지만 식자재 물가 상승으로 이용자들에게 양질의 식단을 계속해서 제공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무료급식의 경우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일이 대상자를 선별해 급식을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식사하러 오는 어르신들에게 ‘대상자가 아니라 식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상자만을 선별해서 무료급식을 시행하면 무료급식소와 현장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은 편해지겠지만 어르신들에게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 복지시설들은 사회적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물가·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지역 내 후원문화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자발적인 온정과 후원이 더욱 절실해 보이는 대목이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복지시설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복지시설 운영에 큰 힘이 되는 후원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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