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상 바로 세우기 ‘모의실험’ 올해 진행될까?

경주시, 열암곡 마애불상 실대형 모의실험 연구 추진

이상욱 기자 / 2024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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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엎드린 채 발견된 마애불상.

‘5㎝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의 바로 세우기를 위한 모의실험이 본격 추진된다.

경주시에 따르면 올해 ‘경주 남산 일원 열암곡 마애불상 실대형 모의실험 연구’에 들어간다. 다만, 올해 내로 실제 모의실험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시는 국비 11억9000만원, 도비 2억5500만원, 시비 2억5500만원 등 총사업비 17억원을 들여 불상 바로 세우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모의실험과 수치해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와 문화재청은 불상의 실제 크기 모형 제작과 현장실험장 구축, 축소모형실험 등을 통해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모의실험을 추진한다는 것.

모의실험을 통해 적용된 응력 등을 수치해석해 실제 불상 바로 세우기에 적용될 오차 범위를 줄일 방침이다. 또 경주 남산 중턱에 위치한 불상까지 자재 등을 옮길 수 있는 이동용 장치개발 등도 추진한다.

최근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올해 상반기 내로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업체를 선정하기로 협의했다. 시에 따르면 업체 선정 후 현재 불상이 위치한 지형조건과 유사한 곳을 모의실험 장소로 선정해 현장실험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모의실험 시기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행사업을 시행할 업체와 실험 장소 선정 등이 쉽지 않은데다, 문화재 특성상 모의실험 추진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이견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017년 4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모의실험 뒤 입불 작업을 시행할 것을 제시한 지 7년여 만에 모의실험 연구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는 더욱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확보해 열암곡 마애불상 실대형 모의실험 연구를 추진하지만, 실제 실험 일정은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먼저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연구와 전문가 의견반영 등을 통해 이른 시일 내로 모의실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처음 발견된 열암곡 마애불상을 안전하게 보존·관리하기 위해 입불을 위한 모의실험과 보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지난해 11월 8일 공개한 ‘2022년 중점 관리 대상 문화재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서 열암곡 마애불상을 지지하는 암반이 침하하고 있다는 조사결과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열암곡 마애불상 점검 결과 ‘주의관찰’이 필요한 C등급이었다.
당시 연구원은 마애불상의 2019년부터 2022년 계측 결과 암반 중간부가 수직 방향으로 최대 6.5㎜까지 침하했고, 상부는 경사면을 따라 최대 3.1㎜가량 미끄러진 상태라고 밝혔다. 또 2016년 9월 경주 지진으로 암반 상부(불상 하부)에서 최대 21㎜, 하부에서도 9㎜ 내외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열암곡 마애불상을 지지하는 암반에서 침하 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상 바로 세우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문화재 관계자는 “무게가 80t에 이르는 마애불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불상을 지지하는 암반이 침하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 모의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실제 입불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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