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전시관 박수미 작가 초대전 ‘때수건 휘날리며’

때수건 매개로 한국 전통 목욕문화와 자신 경험 담아내

오선아 기자 / 2023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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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남전시관 전경.

타인과의 소통과 신뢰 표현

세상 화려한 때수건의 통쾌한 반란이 펼쳐진다.
황남생활문화센터 2층 황남전시관에서는 12월 10일까지 박수미 작가의 초대전 ‘때수건 휘날리며’를 관람할 수 있다.

때수건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박수미 작가.

때수건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비스코스 레이온이라는 원단으로, 한국에서는 몸을 씻을 때 각질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때문에 ‘이태리 타올’이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때 한국의 대중목욕탕은 오랜 시간 치유와 힐링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작가는 때수건을 매개로 한국의 전통적인 목욕문화와 자신의 경험을 담아낸다.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과 신뢰를 표현한다.

↑↑ 박수미 작가의 TV출연 영상을 통해 그녀의 작품관을 알 수 있다.

박수미 작가는 “때수건 하나면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도 낯선 타인에게 등을 맡길 수 있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의 등을 정성껏 밀어주던 한국의 목욕문화에서 때수건은 타인과 나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서로에 대한 믿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익숙한, 그러나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던 이 특별한 오브제는 부드러운 한복 천과 거친 삼베 위에서도 전혀 어색하거나 주눅들지 않는다.

먼 곳에서 건너와 모두의 목욕탕을 섭렵했던 때수건의 기세와 친화력은 다른 재료와의 결합에서도 기분 좋게 드러나는 것.

공중에 떠 있는 때수건이 빛과 바람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은 작품의 일부가 돼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 삼베 위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때수건.

박 작가는 “역광이 비치는 공간에서 공중에 드리운 때수건의 색감이 바닥까지 드리워질 때 익숙하던 공간이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낯선 곳이 되기도 한다”면서 천과 실을 엮어 걸개작업을 하면서 빛과 바람이 작품의 한 요소가 되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료가 가진 본질을 드러낼 때 가장 명확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빛과 바람이 작품의 한 요소가 돼 작용하는 작품.

작가에게 때수건은 그저 몸을 씻는 도구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믿음이 가는 오브제다.
때수건의 색, 질감, 형태 등은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고, 작업할수록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때수건의 긍정이 앞으로 작가의 작업 과정을 설레게 하는 이유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때수건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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