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특별법 난항… 여야 지도부서 해결키로

원전소재 지자체, 시민단체 국회서 조속 제정 촉구

이상욱 기자 / 2023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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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21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잇달아 국회를 찾아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결정해 연내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앞서 지난 20일 경주시 등 원전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김성학 경주부시장, 윤태열 울진부군수, 김석명 울주부군수, 박종규 기장부군수, 김정섭 영광부군수 등은 포화가 임박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영구화를 막고, 지자체 지원 근거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건식저장시설과 관련한 주민 수용성을 제고하고,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조속히 착수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 현장에는 김석기 국회의원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영식, 이인선 의원도 함께했다.

김석기 의원은 “지금 바로 시작해도 영구처분시설 준공까지 37년 걸린다”며 “원전과 고준위 폐기물을 안고 사는 주민들에겐 생존의 문제가 달린 만큼 이번 회기 내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켜 주길 여야 의원 모두에게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도 “법적 구속력을 가진 로드맵을 마련해 중간·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운영 중인 임시저장시설의 영구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만큼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1일엔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원전범대위)가 국회에서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전범대위는 “국내 원전 내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7년 뒤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가 되지만, 관련 법 제정은 공론화 된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며 “고준위 특별법은 더 이상 정쟁의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특별법 제정 시 부지 내 저장시설 운영 기한, 시설 규모, 중간저장시설, 최종 처분저장시설 확보 시점 등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며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반드시 소급 적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원전을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처분하는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법안 발의 이후 2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여야가 법안이 필요하다는 현실에는 공감하지만 그 내용을 두고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다.

주요 쟁점은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점 명시 여부와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의 규모 등이다.

정부·여당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 처분시설의 확보 시점 모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최종 처분시설 확보 시점만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와 관련해서는 정부·여당은 원자로 운영허가가 향후 연장될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야당은 기존 원자로가 설계될 때 명시된 수명 기간까지만 고려해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원전의 추가연장 운영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탈원전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열린 국회 산자위 소위에서도 여·야간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정무적 판단에 맡기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상임위의 손을 떠났다.

향후 법안이 여야 지도부에서 합의되지 않아 연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해를 넘기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 내 고준위 특별법 조속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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