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 부적 ‘수구다라니’ 최초 공개

국립경주박물관서 특별전 열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필사본

오선아 기자 / 2023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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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남산에서 출토돼 복원된 ‘범자 수구다라니’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이 몸에 품고 다니며 소망을 기원했던 국내 최고 부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마법을 주문하던 ‘수리수리마수리···수리수리마하수리’를 떠올리게 하는 주문 부적인 ‘다라니’가 모습을 드러낸 것. 최근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통일신라기 ‘금동제 경합’과 그 안에 들어있던 ‘수구다라니’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24일 경내 특별전시관에서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을 주제로 특별전을 선보인다. 특별전은 내년 1월 28일까지 열린다.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다라니 2점과 작은 상자 1점 등 모두 3점을 위한 전시다.

이번에 공개된 수구다라니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가장 오래된 필사본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1919년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입수해 해방 후 국립중앙박물관이 넘겨받아 관리해온 것으로, 70여년간 수장고에 묻혔다가 2020년 경주 남산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처음 소개되며 주목 받았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분석과 보존처리, 조사·연구를 하면서 종이 하나에 붙어 있던 2개의 다라니를 각각 분리하고, 원형을 되살렸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1919년 조선총독부 입수 당시 수구다라니는 두 개의 다라니가 하나의 종이에 붙어있는 직사각 형태였지만, 조사 결과 각각의 수구다라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보존처리하면서 각각 분리·복원해 가로30.3cm, 세로 29.7cm의 ‘범자 수구다라니’와 가로 30.9cm, 세로 29.5cm의 ‘한자 수구다라니’로 각각 원래 형태인 정사각 모양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 경주 남산에서 출토돼 복원된 ‘한자 수구다라니’.

신명희 학예연구사는 “두 개의 다라니는 불교 고문헌 연구자들의 번역과 판독, 적외선 사진 촬영, 고해상도 스캔 및 사진 촬영 등 다양한 조사 과정을 거쳐 원래 형태를 되찾을 수 있었다”며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만든 닥종이에 쓴 필사본 다라니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구다라니가 담겨 있었던 금동경합도 주목할 만하다.
금동경합은 구리에 금도금 한 것으로, 윗면에 보상화무늬와 옆면 사방에 신장상 등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경합은 다른 금동 합이나 사리기와 제작방식이나 기법 등이 유사해 통일신라 8~9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금동 경합 안에 봉안된 다라니도 같은 시기에 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명희 학예연구사는 “두 개의 다라니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가장 오래된 필사본 수구다라니임이 증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수구다라니가 담겨 있었던 금동경합.

한편 이번 특별전 전시관에는 수구다라니를 기록한 경전과 수구다라니의 형식, 제작 방법 등을 영상과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 촉각 그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한다.

또 국립경주박물관은 특별전에 맞춰 2021년부터 진행한 보존처리와 기초조사, 과학적 분석 및 복원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를 담은 자료집 ‘통일신라 다라니’를 발간했다. 자료집에는 일제강점기 구입 현황 및 다라니 복원 과정, 다라니 판독 및 조사, 다라니가 담긴 경합의 제작기법 등이 포함돼 통일신라시대 수구다라니의 가치와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더불어 다라니에 대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연구가 이어져 고대 불교문화의 진면목을 좀 더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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