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 김정자 화백, 문인화 최영조 화백 나란히 서울 나들이

박근영 기자 / 2023년 07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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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월 28일 오후 5시 서울 인사동에는 같은 시간 거의 이웃한 장소에서 경주의 미술을 지키고 이끄는 두 작가의 전시회가 열렸다. 두 전시 모두 비록 단체전 참가였지만 경주의 미술혼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김정자 화백은 현곡면에서 JJ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며 경주지역 미술인들을 드러내고 알리는 일에 앞장서 온 작가이며, 최영조 화백은 경주미술협회 회장을 연임하며 누구보다 경주 미술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작가다. 

그런 그들이 전국 미술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인사동에서 한날한시 전시회에 참가한 자체로 서울 사는 경주사람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고 그만큼 경주의 예술이 전국적으로 일반화된 현장으로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두 작가의 서울 전시회를 각각 따로 만나보았다.

↑↑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정자 화백.

김정자 화백, 핑크뮬리 작품으로 시선 끌어
“이 협회전 참가하며 공간접기 영감 얻었어요!”

김정자 화백은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경인아트프라자에서 열린 제50회 한국여류화가협회전에 참석했다. 
김정자 화백은 자신만의 특별한 구상인 ‘공간접기’를 이용한 핑크뮬리 작품 ‘Inner mind 21-031(116.7x50-50호 변형 / oil on canvas)’을 선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첨성대의 핑크뮬리밭을 그대로 인사동에 옮겨놓은 듯한 김정자 화백의 작품은 전시회의 시작인 2층 갤러리 한가운데에서 전시되어 남다른 아우라를 뽐내며 돋보였다.

김정자 화백은 이번 작품을 통해 경주가 유적과 유물만이 아닌 새로운 아름다움이 있는 곳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국여류화가협회전은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의 4년제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및 개인전 3회 이상 기록한 화가들로 제한된 여류화가들이 참여하는 미술협회전으로 80~90대 연령의 우리나라 원로급 여류화가들을 비롯해 현재 우리나라 미술을 이끄는 여류 화가 200여명이 참여한 협회전이다. 올해는 마침 제50회를 맞는 협회전이어서 작가들 작품들 역시 50호에 맞춰져 출품되어 동일한 화폭에 펼친 여류화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현장으로, 대한민국 여류화가들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장으로 알려졌다.

↑↑ 한국여류화가협회전이 열리는 경인아트프라자 2층 일부.

2011년부터 이 협회에 참가하며 제40회 협회전에서는 100호짜리 작품들만으로 전시회를 열었다는 김정자 화백은 이 협회가 기획한 프랑스 파리 전시회 20인전에도 다녀왔다. 김정자 화백은 “전시회에에 참가하며 작가들이 뿜어내는 기발한 표현력과 뛰어난 작품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아왔다. 구상화로 전환한 계기나 ‘공간접기’라는 나만의 기법을 창안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전시회를 통해서 얻은 창의력이 발판이 되었다!”며 전시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정자 화백은 지금까지 운영하던 JJ갤러리 카페의 구조를 새롭게 기획해 한쪽은 무인 카페로 바꾸고 좀 더 적극적으로 갤러리를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5월이면 경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약꽃밭이 펼쳐지는 JJ갤러리의 특성을 감안해 집중적인 전시회를 기획해볼 예정이라고 밝혀 또 다른 기대감을 주었다.

↑↑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영조 화백.

최영조 화백, 우송헌 먹그림 연구회전 참여
‘화격보다 인격’ 드러내며 놀라운 기획력 보여

최영조 화백은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린 ‘우송헌 먹그림 연구회전’에 참여했다.

최영조 화백은 자신의 먹그림 스승 우송헌 김영삼 화백을 기리는 전시회 회장을 맡아 이번 전시회를 꾸린 장본인이다. 이번 전시회는 2016년 우송헌 화백의 제자들이 첫 전시회를 연 후 도중에 코로나19로 인해 7년 만에 다시 연 전시회로 1~6관까지 있는 경인미술관 전관을 대관하기 위해 2년 전부터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는 최영조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강인숙, 김명임, 김수나, 김순자, 김정호, 김호풍, 방묘순, 유기원, 이도영, 이명순, 이재연, 정미숙, 한소윤, 홍옥남 등 15명의 작가들이 개인전 혹은 단체전 형태로 참가했다. 또 서정선, 이명실, 박정숙 등 세 명의 작가들이 찬조해 이루어졌으며 우송헌 화백 역시 작품을 전시해 제자들의 전시에 힘을 보탰다.

우송헌 화백은 이날 개회식 소감에서 회원들이 영감과 결실을 치하한 후 “예술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문인화는 지식과 역량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 시간과 공력을 쌓으면 쌓을수록 깊이 있고 창의적인 조형으로 발전한다”며 제자들을 격려한 후 “처음에는 다 똑같았던 제자들이 이제는 각각 다른 자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최영조 화백은 자신이 시도한 캔버스 아크릴 작품 맑은향(41x73), 내고향(72.7x60.6) 봄바람(91x45) 등 다수를 선보였다. 최영조 화백의 작품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한지에 먹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벗어나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린 최영조 화백의 작품 앞에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 최영조 화백(가운데 얼룩무늬)이 스승 우송헌 김영삼 화백 및 동도들과 함께 전시회 개관식을 열고 있다.

한편 최영조 화백은 이번 행사에서 자신의 작품을 내세우기보다는 동료문인들의 전시에 더 주력한 것으로 보였다. 회장으로서 개인전을 열기보다 스스로 단체전에 참가한 작가들에 맞추어 8미터 내 공간을 활용한 겸손이 오히려 돋보였다.

‘화격보다 인격’을 강조한 스승 우송헌 화백의 당부가 전시회 기획에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인미술관의 1~6관 전관을 통째로 대관해 우송헌 먹그림 전으로 꾸민 것은 최영조 화백만의 두둑한 배짱과 기획력이 돋보인 놀라운 시도다. 경주 미술인들의 화합과 발전을 책임지고 봉사해온 모습이 이번 전시회에서도 발현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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