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상 박사, 이름까지 바꾸며 독도 지켜온 최고 연구가

“독도 문제, 태정관지령으로 일본을 눌러야 합니다!!”

박근영 기자 / 2023년 0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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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상 박사가 직접 쓴 책으로 태정관지령의 내용을 설명한다.

최근 들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도를 넘고 있다. 과거에는 독도영유권 주장이 일부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막말 주장쯤으로 알려졌고 일본 국민들은 독도라는 섬 자체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신경할 만큼 독도 분쟁은 정치인들의 소유물로 보여졌다.

그러나 근래 일본은 초등학교를 비롯한 전 교과 과정에 독도를 일본땅이라 기술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시마네 현은 독도의 날을 정해 대대적인 행사를 하며 독도의 영유권을 당연한 듯 포장해왔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독도에 관한 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독도에 대해 과연 우리 국민이 역사적으로건 국제법상으로건 제대로 알고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공식적인 정부 외교부가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일본을 압박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런 기류를 비판하며 보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독도에 대한 일본의 망동을 근본적으로 제압하고자 하는 연구를 해온 경주 사람이 있다. 독도 연구에 14년 간 온 힘을 기울여 온 독도 연구가 정태상 박사다.

“독도에 대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지거나 모호한 입장을 가진 학계, 정계, 외교계 인사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해방 후 일본에게 배운 역사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고 일본의 오랜 로비에 의해 사실에서 멀어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독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독도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일본의 거짓 주장에 편승하는 바보짓을 하기도 합니다”

정태상 박사는 경주고 졸업 후 경북대 재학 시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당시 국세청장이던 경주 출신 김수학 청장의 눈에 들어 국세청에서 일을 시작한 고위직 세무공직자였다. 마지막 근무지가 용산세무서장이었을 만큼 역사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정태상이라는 지금의 이름보다 ‘정태만’이라는 이름으로 더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독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 지금은 가장 열렬하고 객관적인 독도 연구자가 됐다.

“저는 애국자도 아니고 민족주의자도 아닙니다. 만약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고 한다면 아무리 부와 명예가 따라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독도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땅이 분명한데 국민된 사람으로 이 사실을 가만히 앉아서 일본에 내주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 일본 스스로 울릉도와 독도를 자국 땅이 아니라고 밝힌 지도


태정관지령은 일본 스스로 독도가 일본과 관련 없는 땅이라 명시한 공식 문서. 정부가 적극 인용해야!!

정태상 박사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대해 다음 두 가지 사실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일본이 스스로 독도를 자기네 땅이 아니라고 인정한 1877년 ‘태정관지령’과 1951년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내용에 대한 당시 '일본영역참고도'이다.
태정관지령은 1876년 근대적 지적편찬작업을 추진 중이던 일본 내무성이 울릉도와 독도를 시마네현의 지적에 올려야 하는가 하는 질의서를 당시의 최고 국가기관인 태정관에 보낸 것에 대해 1877년 3월 29일 태정관이 대답한 공식 문서다. 이를 들여다보면 일본 내무성은 울릉도와 독도의 지도까지 첨부하고 울릉도를 기죽도(磯竹島)로 독도를 송도(松島)로 명시해 놓았고 이에 대해 태정관은 분명하게 ‘이 두 섬은 일본과 관계가 없다’고 기술해 놓았다. 일본영역참고도는 2014년 정태상 박사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국내에 발굴 공개한 것으로 정 박사는 태정관지령 24면 전체를 번역해 ‘태정관지령이 밝혀주는 독도의 진실’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태정관지령의 최초 발표는 1987년 일본 교토대학교 교수인 호리가즈오 박사가 자신의 논문에 발표한 사료였다. 일본 학자가 일본 역사에서 찾아낸 이 태정관지령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명백한 증거인 것이다. 특히 정태상 교수는 태정관지령에 ‘죽도 외 일도(一島)는 1692년 조선인이 입도한 이래 일본과 관계없다’고 한 것을 두고 ‘죽도 외 일도’가 울릉도와 독도가 명백한 만큼 이 두 섬이 원래부터 일본과 전혀 관계가 없음을 일본인 스스로 인정했음을 밝혀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미국과 1951년에 맺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근거로 독도가 국제법상으로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왔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 일본과 미국 등 전쟁에 참가했던 48개국이 전후 일본과 연합국 간 맺은 조약이다. 이 조약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등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은 이 문구에 근거해 독도가 한국의 영토에서 빠져 있다는 점을 들어 독도를 일본 땅으로 인정한 것으로 주장해 왔다. 또 샌프란시스코 조약 당시 우리나라가 미국에 독도를 한국 땅으로 명시해 달라고 한 것에 대해 미국이 거부하면서 러스크 차관보 명의로 ‘미국이 가진 정보에 의하면 독도가 일본땅으로 보인다’고 한 것을 근거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겨왔다.

그러나 정태상 박사는 이 같은 일본측의 주장에 대해 독도가 빠졌다고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 그 자체로도 허무맹랑하고 더욱이 1953년 12월에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공식 서한을 통해 ‘러스크 차관보의 전문은 48개 조약국 중 미국 1개 나라의 의견을 뿐’이라며 러스크 차관보의 전문을 무력화시켜버렸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특히 정태상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당시 일본정부가 독도를 한국 영토로 그린 일본영역참고도(사진2)를 일본 국회에 제출한 사실을 제시하며 당시에 이미 일본은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인정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정태상 박사는 이런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외교부가 이를 적극 활용해 일본을 압박하고 대외적으로 공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 한다.
 “일본을 상대하는데 우리나라의 오랜 사료들을 나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일본이 일본 자국 내에서 스스로 밝혀놓은 사료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핵심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는 우리 위주로 써진 것이지만 일본이 자국 스스로 독도가 한국 땅임을 명시해 놓은 것은 매우 중요한 반박자료이지 않습니까?”



외교상 문제는 민간단체와 개인 아닌 국가가 적극 나서야. 독도문제, 동북공정 모두 정사에 근거해 연구하는 것이 최선

한편 정태상 박사는 독도뿐 아니라 모든 역사가 바르게 명시돼야 역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며 특히 최근 들어 ‘대마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자’고 하는 기운에 대해 ‘이런 움직임은 일본을 유리하게 해주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한다.

“우리 조선왕조실록에는 대마도가 일본 땅이라고 하는 기술이 200번 이상 나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인정해 온 것을 가지고 문제시 하면 대마도뿐 아니라 독도에 대한 신뢰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한국이 대마도를 한국 땅이라고 우기듯 독도도 우기고 있다’고 할 것 아닙니까?”

정태상 박사는 독도를 바로 알리기 위해 법정 소송에도 휘말려 오랜 기간 시달리고 막대한 경비를 쓰기도 했다. 그 소송이 ‘정태만’에서 ‘정태상’으로 이름이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유명한 교수와 법정시비 끝에 그의 발표자료 일부를 수정하게 할 만큼 독도 연구에 관한 한 가장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했다. 그러나 정태상 박사의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부의 공식 외교 채널은 정 박사의 연구를 적극 인용하지 않고 있다.

“외교상의 문제는 개인이나 민간단체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헛일입니다. 정부가 저의 연구를 적극 수용해 '태정관지령'과 '일본영역참고도'를 가지고 일본에 대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을 다시 한번 주장합니다”

최근 정태상 교수는 일본을 넘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우리의 역사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의 25사 등 정사를 바탕으로 동북공정에 대비할 이론적 토대를 만드는 것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태상 박사는 이와 관련해 새로운 사료를 찾아 유튜브 ‘역사바로’를 운영하며 한 편씩 올릴 계획이다. 정태상 박사의 유튜브는 우선 시청자들을 모으기 위해 강아지를 동원하기도 하고 부인에게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하며 재미와 사실을 요소로 섞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지나치게 민족사관식 역사해석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런 접근은 오히려 중국을 도우는 나쁜 방식이라고 경계한다.

“예를 들어 평양이 중국 내륙에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고구려 역사는 어쩔 수 없이 중국 역사에 편입되고 맙니다. 과거에 우리 강역이 넓었다는 주장이 일순 기분은 좋게 할지 몰라도 그런 황당무계한 주장을 보는 중국은 얼씨구나 춤을 출 겁니다. 냉정하게 정사를 바탕으로 사료에 근거해 역사적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정태상 박사는 비록 자신이 정통 역사학자도 아니고 나이 60에 박사학위를 따고 자신이 연구한 것밖에 모르는 연구자일 뿐이지만 혼신을 다해 이룩한 성과들이 제대로 쓰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우선은 독도만이라도 태정관지령이 전면 부상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우리가 주장하는 것보다 독도가 일본과 관계없다고 기술한 일본의 사료야말로 일본을 굴복시킬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정태상 박사의 이 간절한 바람이 우선 이사부의 나라 신라, 경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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