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으로 보는 경주 과거 ‘추억과 향수 소환’[4]

이상욱 기자 / 2023년 05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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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은 오늘과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다. 1900년대 초 경주지역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본지를 통해 소개됐다. 1992년과 1994년에 걸쳐 본지에 화보로 실렸던 사진은 독자들이 제공했고, 사진에 대한 해석도 달았다. 이들 사진은 창간 34주년을 맞은 경주신문과 독자, 그리고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이에 당시 보도됐던 신문 속 과거 사진과 본지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을 지면을 통해 몇차례 소개하며 향수를 소환해본다. -편집자주


1930년대 전통혼례 장면 

1930년대의 결혼식 장면. 요즘 젊은 세대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쓴 신랑·신부의 표정이 어색하다. 결혼 축하를 위해 걸려있는 만국기가 재미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1930년대 예물식 장면 

1930년대 예물식(禮物式) 장면. 신부가 시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예를 갖추어 인사를 드린다는 예물식에서 신부는 삼종지도(三從之道)에 따라 한평생을 살아갈 것을 약속하며 절을 올린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어려운 사이인 고부간이 예를 갖추고 마주 앉아 있는 모습에서 엄격함과 며느리의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결혼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군중 

천막이 쳐진 마당에서 거행되는 결혼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군중(1930년대). 아낙네들은 신랑·신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발뒤꿈치를 들고 있지만, 남정네들은 점잖은듯 뒷짐을 진채 구경하고 있다. 요즘 보기 힘든 사립문도 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중류 가정의 환갑잔치 기념사진

1930년대 중류 가정의 환갑잔치 모습이다.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데 병풍을 두 겹으로 치고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서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상류 가정의 장례식 풍경 

1930년대 상류 가정의 장례식 장면.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와 만장, 상주가 말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유한 가정임을 알 수 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한지를 만드는 작업 모습 

① 딱나무를 쪄서 펄프를 분리한다. ② 분리된 펄프로 종이를 떠낸다. ③ 철판에 가열하여 종이를 건조한 후 권으로 묶어낸다. 한지 만들기에 필요한 펄프를 얻기 위해 딱나무 껍질을 가마솥의 끓는 물에 넣어 찌고 있는 광경. 이 당시만 해도 문명 산업의 한 분야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왔던 한지 생산 공장이 경주 시·군 관내의 오지에 여러 곳 있었지만 이젠 산내면 대현리에서 몇몇 가내공업만 명맥을 겨우 유지해오고 있을 뿐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우리 한지는 원래 질이 좋기로 멀리 당나라와 일본에까지 소문나서 국산 인삼과 함께 질 좋은 교역상품 중 주종이었다고 하는데 한가닥 향수만 남겨 놓은 채 명맥이 끊겨 간다고 생각하니 민족사에 점철된 애환과 함께 격세지감 누구에게나 없지 않으리라 여겨진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1930년대 우물가의 여인들 모습 

한(恨)과 체념의 세월을 다시 보는 것만 같아 또 한 번 가슴 저며들게 하는 이 사진 한 장. 5천년 기나긴 세월이야 우리 민족사의 경우엔 차라리 숙명의 굴레 아니였을까? 부는 바람, 비치는 햇빛 어느 것 한가진들 서러움 아닌게 없었으련만 이렇게 함께 여인네들끼리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동구 밖의 우물터. 사랑과 꿈·삶과 인생을 두고 남모르게 겪어야 했던 갈등을 여기 아니었던들 어이 손톱만큼이라도 풀어보기라도 했었으랴. 막혔던 입과 귀와 눈이 트여 밝아지던 곳, 샘터야말로 여인들이 물처럼 솟구쳐 오르는 생활정서를 두레질하여 질그릇 동이 하나 가득 퍼담아 보는 실로 개방된 유일의 광장, 그 것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물오른 다래 부풀어 터지면 하얀 목화이듯 내밀한 꿈이 늘 그렇게 순박한 삶으로 표출되어 왔거늘 희가 검다 할 뿐인 단색무명 옷밖에 입을 줄 몰랐던 사진 속의 한국 여인상이란 부정 없는 순결의 생명 바로 그 자체 아니었나 싶을 뿐이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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