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암곡마애불상, 가치조명 및 보존모색 위한 학술대회 개최

3차원 모델링 구축, 이동 및 기립위한 시나리오 제시

오선아 기자 / 2023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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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2007년 5월 22일 경주 남산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5m가 넘는 마애여래좌상이 남산의 열암곡에서 넘어진 채 발견된 것.
당시 암반과 마애불의 코 사이의 거리는 단 5cm였다.


↑↑ 경주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종교계의 참여와 함께 5cm의 기적, 열암곡 마애불상 바로 세우기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문화재와 한국 건설기술, 건축역사, 미술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모여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총 11개 연구 발표와 3개 토론 세션으로 이뤄져 열암곡 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방안을 다양한 학문 분야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효율적인 보존관리 및 활용방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로 그 의미를 더한 것.


이날 연구발표에 앞서 부산박물관 정은우 관장은 초청 강연에서 “우수한 화강암을 보유한 경주 남산에는 대형의 석조미술이 훼손된 채 다양한 상태로 남아있다. 따라서 석조미술과 대형의 석불들이 많은 경주 남산에서의 보존과 복원 문제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면서 “자연풍화로 점점 약해지고 있는 천년이 넘은 마애불이 한치의 훼손 없이 일어서야 하며, 정확한 원위치 확인 및 복원사업에 따른 주변 환경 훼손을 줄여야 하며, 복원사업에 있어 각 분야 연구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조율하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에리카 건축학부 이정아 연구교수는 중국 석각유산의 보존원칙과 적용사례를 들어 열암곡마애불상의 보존에 대한 시사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열암곡마애불상의 경우 창건기 위치는 불상이 넘어져 미끄러져 내려오기 전 특정위치지만, 마애불상의 위치를 바꾼 자연적 혹은 인위적 외력이 기록돼 있는 현재의 역사적 위치를 더욱 가치 있는 위치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열암곡 마애불상의 보존은 최소 개입의 원칙에 따라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하는 예방적 조치를 취하고, 디지털 복원 등 방식을 통해 창건기 불상의 위치를 복원해 전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환경과의 관계 재현, 불상이 외력에 의해 넘어지는 과정의 역사적 재현 등 디지털 복원은 입불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보여서 불상에 담긴 다양한 역사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열암곡 마애불상에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지에 따라 열암곡마애불상이 지닌 가치는 향후 크게 변화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한다며 현상보존 및 디지털 복원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상기 수석연구원은 마애불상 일원에 대한 3차원 모델링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이동 및 기립을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열암곡마애불상과 주변 지반에 대한 3차원 디지털 스캔을 통한 형상분석작업을 수행한 결과 마애불상의 체적은 약 31.027㎥이며, 질량은 약 80tf로 나타났다. 상부와 하부의 하중을 분석했을 때 56:44의 분포로 하부하중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마애불상 거동시 불상 상부를 우선적으로 거동하는 것이 작용하는 최대 하중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소 2개 이상의 인양 벨트를 활용하는 것이 마애불상의 안전을 확보하기 좋은 방법이며, 이동 시 마애불상을 잘 고정할 수 있는 지그를 제작해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앞으로 최적화된 인양벨트와 지그 제작을 위한 추가 연구, 지반을 성토하는 방법, 유압잭을 활용하는 방법 등 마애불상 기립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 작성 및 관련 수치해석을 통한 검증 등의 추가 연구를 통해 예상되는 다양한 불확실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한 대한불교 조계종 문화국장 용주스님<인물사진>은 “천여년 동안 누워 계신 부처님을 하루 속히 세워드려야 하는 게 우리 불교계 뿐아니라 온 국민의 자존심이자 책무”라면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열암곡 마애불 바로모시기를 종책사업으로 정해 하루 속히 부처님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세울 수 있도록 일심으로 염원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제37대 총무원 집행부의 핵심 종책과제인 경주 남산 열암곡 부처님 바로모시기 사업을 이끌어나갈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됐다. 현재 불교계를 중심으로 정부 관계자와 지자체 수장들의 정책적 지원 약속이 이뤄지며 남산열암곡 마애불상 바로세우기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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