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행 문경휴게소 남자화장실의 기저귀 교환실

“비위 약한 아내보다 제가 하는 게 더 낫겠지요!!”

박근영 기자 / 2023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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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행 문경휴게소 남성 화장실에 마련된 기저귀 교환실.

지난주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 문경휴게소 화장실. 기자의 눈길을 끄는 낯선 방이 보였다. 명칭을 어떻게 써야 할지 헷갈려 기저귀 교환실이라고 표현했지만 아무래도 어색하다. 분명한 것은 아버지들이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처리실이라는 것이다.


남성 화장실 기저귀 처리실은 육아의 부담이 어머니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상당 부분 아버지에게 돌아왔다는 반증이다. 기저귀 찰 정도의 갓난 아기들의 아버지라면 대체적으로 30대 초반과 중반 어름일 가능성이 크다. 그 세대의 부모에게 육아는 이만큼 공동의 역할로 승화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60대 아래 중년 이전 세대는 육아에서 매우 자유로웠다. 안과 밖이 지나칠 만큼 분명한 시대를 살아 남자는 가사에 무관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자연스럽게 힘들고 불편한 가사는 전부 여성의 몫으로 치부됐고, 그게 여성들 불만의 원인이 되고 명절 증후군의 이유가 됐다.


마침 기저귀 처리방으로 아기를 안고 들어가는 젊은 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아기를 눕히고 이런저런 처치 끝에 기저귀를 갈아 채운 후 아기를 안고 나왔다. 비록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아기는 아무 불편함이 없었던 듯 울거나 보채지 않았다. 젊은 아버지를 붙들고 남자가 기저귀 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느냐 물었다.


“어색할 게 뭐 있겠습니까? 오히려 비위 약한 아내보다 제가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자청해서 하는 겁니다!”


기저귀 갈기뿐 아니라 씻기기와 놀아주기, 이유식 먹이기 등 여러 가지로 자신의 역할을 정해 놓고 있다며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대답하는 젊은 아버지가 자상하고 멋지게 보였다. 어머니에게 몰려 부담스럽고 성가시기만 했던 육아가 아버지와 공유된다면 어머니와 아버지 양쪽에서 보살핌 받는 아기의 정서는 훨씬 안정적이고 폭넓어질 것이 틀림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남성 화장실에 만들어진 기저귀 교환실은 아버지가 사랑을 키우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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