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지만 막상 자기에게 닥치면 까마득하지요!”

삶 속에서 늘 죽음을 마주하는 김도경 장례지도사

박근영 기자 / 2023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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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지도사 역할과 이점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김도경 장례지도사.

살다 보면 흔히 보는 일이지만 막상 자신에게 닥치면 아무것도 모른 채 당황하기 일쑤인 일이 있다. 바로 상례(喪禮)다. 친척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이 상을 당해 상가를 찾는 일이 잦아 당연히 알 법한 일이지만 자신에게 닥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족들이잖습니까? 우선 마음이 무너져 까마득하다 보니 찬찬히 절차를 떠올릴 경황이 없지요. 심지어 이 일을 오래 해온 저조차도 막상 제가 일을 당하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허둥거렸을 정도거든요”


그러니 가족의 죽음에 맞닥뜨린 일반적인 유족들은 오죽할까? 그럴 때 믿을 만한 장례지도사(이하 ‘지도사’) 한 명을 떠올릴 수 있다면 어렵고 까다로운 상을 무난히 치를 수 있음은 물론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장의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활동했지요. 뒤에 큰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장례식장을 운영하게 되었고 병원 장례식장들이 지나치게 상업화 되면서 전문장례식장이 다시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 전문장례식장을 보완하고 특화시킨 것이 상조회사고요. 상조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개별적인 영업을 시작한 것이 프리랜스 장례지도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도경 지도사는 프리랜스 장례지도사에게 상을 의뢰하면 과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자기 일’이라 믿는 지도사들에게 24시간 철저히 밀착해서 도움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외인사의 경우 우선 장례지도사와 상의해야 성가신 일 줄일 수 있어

특히 김도경 지도사는 최근 들어 고독사(孤獨死)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때 무턱대고 119나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럴 경우 성가시고 불편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귀띔한다.


119는 최소한 심장이 뛰고 있는, 다시 말해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응급구호를 하는 곳이므로 이미 죽은 사람을 신고해봐야 별달리 도움받을 수 없고 경찰에 신고할 경우 여러가지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럴 때는 우선 장례지도사에게 연락을 취해 어떻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지 묻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그렇지 않고 병원에서 사망하는 망인의 경우에는 병원에서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분들이 있어 병원을 믿고 맡기거나 평소 가입한 상조회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다만 병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보다 조금 더 긴밀한 도움을 받고 비용을 절감하고자 한다면 믿을 만한 장례지도사를 섭외할만하다고 조언한다.


“아무래도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의 경우 조직을 운영하고 수익을 내려면 무리해서라도 이익을 남겨야 하는 부담이 있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광고하지만 그 속에도 선택사항이 상당히 많거든요. 막상 죽음을 당한 가족에게 좋은 수의를 권하거나 좋은 관, 좋은 이송차량 등을 추천하면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게 모두 비용으로 발생하고 유족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들입니다”


프리랜스 지도사도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자긍심 있는 지도사라면 유족들의 슬픔을 이용해 폭리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김도경 지도사는 일단 지도사와 소통이 시작되면 유족들이 챙길 것은 두 가지뿐이라고 안심시킨다. 전문의가 발행한 사망진단서와 영정사진만 준비한다면 그 다음은 지도사를 믿고 따르면 어려움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만약 망인이나 유족이 미리 수의를 구해 두었다면 그것까지 준비하면 된다. 지도사들은 종교에 따른 절차에도 익숙하므로 망인이나 유족이 어떤 종교의식으로 상을 치를 것인지 요구하면 필요한 절차에 따라 장례를 이끌어준다. 매장과 화장의 절차도 마찬가지다.


김도경 지도사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받을 때라 소개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느 죽음이건 호상(好喪)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남들이 보면 나이 많아서 돌아가셨으니 호상이라고 하지만 죽음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일 뿐이지요. 좋다는 표현을 어떻게 감히 쓰겠습니까?”



1년 365일 비상근무, 술 마시지 않아. 일상이 된 죽음 속, 욕심 없이 살아!

반면 일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역시 죽음을 마주하는 그 자체다. 아무리 이 일을 오래 해도 죽음은 언제나 낯설고 처연한 것이어서 스스로 마음 추스르는 것이 가장 힘든다고 고백한다. 특히 병사나 자연사가 아닌 외인사(外因死), 즉 사고나 재해, 범죄 등에 연루된 갑작스런 죽음을 마주하면 유족들의 마음이 절망스러운 만큼 지도사 자신 역시 마음 쓰는 일도 많아지고 사후 처리 절차나 염습 등의 입관 절차 역시 훨씬 어려워진다고 토로한다. 또 하나, 죽음은 예고된 것이 아니므로 언제 어디에서 자신을 부를지 몰라 1년 365일 늘 긴장 상태로 대기하는 것이 이 일이 힘든 요인이라 소개한다.


“이 일 시작한 이후 술을 마셔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언제나 운전해서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밤낮이 따로 없고 공휴일이나 명절 역시 편안히 쉬지 못합니다”


그러나 따스한 봄날이나 선선한 가을이 되면 그래도 사망률이 줄어들어 이럴 때 틈틈이 운동을 하거나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 위해 원 없이 잔다고 설명한다. 그런 김도경 지도사가 이 일을 통해 터득한 도가 하나 있다.


“부질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천억대 재산가나 통장 잔고가 십만원도 안 되는 가난한 사람이나 기껏 옷 한 벌 걸치고 가거든요. 그런 죽음을 수없이 보는데 무슨 큰 욕심이 생기겠습니까?”


2003년 H상조회사 영업직에 근무하면서 상조 일을 배운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13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전문적인 프리랜스 장례지도사로 일한 지 7년을 넘기고 있다. 그간 자신이 하늘로 보내드린 망인(亡人)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지도사란 직업이 죽음을 다룬다는 자체로 터부시되었지만 지금은 대학에도 장례지도학과가 개설될 만큼 선입견이 줄었다. 언젠가부터 이 일이 소명이라 생각하면서 염습을 비롯한 장례절차상의 일이 한결 편해졌다는 김도경 지도사.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일상이어서일까, 그의 삶이 남들에 비해 훨씬 막중해 보인다.


-문의:010-3938-8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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