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피씨, 새로운 지각변동 이끄는 지산피씨

창립 2년만에 4위, 한주식 회장 철학 철저히 담아!

박근영 기자 / 2023년 0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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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무실에서 피씨 공장 현장을 점검하는 한주식 회장.

경주 출향 기업가 한주식 회장이 이끄는 ‘지산그룹’은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룬 물류업계의 독보적 기업이다. 지산그룹 산하 냉동창고는 단순한 창고의 범주를 넘어 최첨단 물류기지로 대한민국 유통산업의 심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산그룹은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 초대형 물류기지를 7곳이나 운영 중인 가운데 오는 4월, 안성에 국내 최대규모의 물류기지를 추가로 완공할 예정이다.

이 안성물류기지의 건축현황을 보면 신기에 가까울 만큼 공사 기간이 빠르다. 안산물류기지가 전체적인 기초공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건축공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10월경이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한지 불과 3~4개월 만에 무려 10만평 규모의 초대형 건축을 거의 완공하는 놀라운 진전을 거두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이 같은 공사의 비결에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승화시켜온 한주식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 ‘지산피씨’가 숨어 있다.

“물류창고를 건축하는데 피씨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기존 피씨업체들이 납품하는 물량으로는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물류기지 건설이 무척 힘들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피씨는 천문학적인 물량인데 기존 업계가 생산하는 피씨는 매우 한정적이었기 때문이지요!”

↑↑ 연면적 33000제곱미터에 달하는 지산피씨

결국 한주식 회장은 충북 진천에 기존 피씨 공장을 인수해 직접 생산하는 방식을 시도해 보았지만 이 정도로는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음을 깨닫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피씨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해서 2021년 탄생한 역작이 ㈜지산피씨다. 지산피씨는 가동 후 2년만에 업계 4위의 실적, 전체 PC생산의 10%에 달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산피씨에서 생산하는 피씨의 50%가 지산그룹 자체에서 소화한다는 사실이다. 앞의 안성물류기지에 사용된 피씨의 전량이 지산피씨에서 생산돼 원활하게 공급됐기에 단기간에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피씨란 무엇인가?

건설업계에서 피씨(PC-Precast Concrete)의 유용성은 매우 다양하다. 흔히 건축에서 ‘공구리(콘크리트) 친다’는 말이 있다. 건축현장에서 철골을 설치하고 그 외부로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 반죽을 부어 성형한 후 이게 굳을 때까지 말려서 기둥이나 벽, 천장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이것은 현대건축에서 아주 오래된 건축기술이지만 콘크리트가 마르는 동안 여러 가지 외적 요인들로 인해 공사 기간에 영향을 받기 쉽다.


↑↑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지산피씨 현장


전체 공정 실내화, 컴퓨터 연결된 자동화 시스템, 꼼꼼한 CCTV, 안전관리 회장실에서도 할 수 있어!

피씨는 철골콘크리트로 기둥, 외벽, 천장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규격화된 제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피씨는 공사현장에서 만들지 않고 피씨 공장에서 제작한 후 공사현장으로 옮겨와 현장에서 조립해서 사용하는 제품이다. 피씨를 사용하면 현장에서 성형하거나 말리는데 드는 수고와 시간이 필요 없으니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날씨와 기온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단 피씨의 규격이 크고 무거워 규모가 큰 대형 건물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공간활용이 중요한 초대형 반도체 공장, 아파트 지하 주차장, 대규모 창고 등에 널리 사용된다.

지산피씨는 기존의 피씨공장들의 생산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 공장들은 피씨 제작은 공장 안에서 진행하지만 건조작업은 대부분 공장 건물 밖에서 진행한다. 제작된 피씨를 공장 밖에서 말리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철골 콘크리트 제품이지만 건조과정에서 외부 영향을 받아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생산 라인도 대부분 구형이라 하루에 한 베드(Bed-피씨를 생산하는 틀)에서 1개의 피씨를 생산하는 공장이 대부분이다.

지산피씨는 공장의 연면적만 국내에서 가장 큰 3만3000㎡ 규모에 150m에 이르는 생산 라인을 자랑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든 공정이 실내에서 이뤄지는 것은 물론 전체 작업이 컴퓨터와 연결된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150m 생산라인 전체가 국내 유일의 ‘순환식 시스템’으로 관리돼 거푸집 제작과 콘크리트 투입, 성형과 건조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은 인력은 90% 줄인 반면 생산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인다. 덕분에 지산피씨는 한 베드에서 15분에 한 개의 피씨를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가동력을 자랑한다. 이런 베드가 지산 피씨에는 모두 12개나 있다.

제작을 마친 피씨는 자동으로 공장지하에 마련된 양생실로 옮겨져 ‘균열제어기법’을 통한 양생을 마친 후 외부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자동화를 통한 경쟁력은 지산피씨가 창립 2년 만에 업계 4위로 부상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 된 것이다.

여기에 생산 공장 전체에서부터 세부적인 공정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CCTV가 설치돼있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도 지산피씨의 특징이다. CCTV는 공장 관리자에게만 머물지 않고 한주식 회장 집무실에서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 이렇게 획기적인 시설들을 완비하는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다. 한주식 회장은 평소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안전관리에 관한 한 ‘비용을 아끼지 말자는 소극적인 태도를 떠나 마음껏 써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지산피씨 공장은 그런 한주식 회장의 철학이 철저하고 종합적으로 녹아있는 현장 그 자체다.


↑↑ 전체 무료로 지원되는 지산피씨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외국인 근로자 위한 최고의 기숙사 무료 제공, 한주식 회장의 나눔 정신 온전히 반영


그러나 지산피씨의 이런 차별성은 오히려 빙산의 일각이다. 지산피씨에는 다른 피씨 공장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또 하나의 탁월함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지산피씨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바로 지산피씨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이다.

지산피씨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공장 맞은편의 산기슭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건물이 두 동 서 있다. 그 옆에는 고급 별장을 옮겨놓은 듯한 집도 한 채 있다. 이곳이 지산피씨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기숙사는 완전히 무료로 제공되며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삶터라는 점이다. 기숙사는 모두 100여명이 거주할 수 있고 이것이 안정적인 근로를 보장하는 또 다른 열쇠다. 여기에 지산피씨 전체 근로자들은 지산그룹이 엄선한 외주업체가 준비하는 식사도 격조 높은 사원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받는다. 평소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애로를 안고 있고 특히 주거문제가 안정적인 고용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던 한주식 회장의 남다른 관심의 결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매년 20억원 이상 장애인들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해 오는 한주식 회장의 남다른 나눔과 상생철학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온전히 발휘되는 것이다.

한편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자체 피씨 공장을 보유한 데다 피씨업계가 의외로 진입장벽이 낮고 열악한 환경으로 피씨 제작에 뛰어들어 하청에 재하청이 난무하는 식의 주문과 제작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치열하고 문제 많은 경쟁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가 지산피씨라는 것. 그러나 어느 공장도 가지지 못한 차별화된 시스템과 탁월한 품질은 향후 지산피씨의 성장은 물론 우리나라 피씨 시장의 근본적인 체계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온 한주식 회장의 경영철학이 PC산업에서는 어떤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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