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사진은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까?

많으면 오히려 식상, 적절한 양념으로 활용해야

박근영 기자 / 2022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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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지상강의 제 5장에서 사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장에서는 사진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을 말했지만 이번에는 자서전에서 사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자서전에서 사진은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근래 기업가들이나 정치인들의 자서전들은 억지로 글을 보여주기보다 사진을 통해 시각적인 발자취를 알려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책 읽는 습관이 급속히 떨어진 탓도 있고 반대로 스마트폰 일반화 이후 글자보다는 시각적인 전달방식을 선호하는 대중의 습성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례로 경주의 어느 전국단위 직능단체 회장은 자신이 그 협회의 장으로 재직할 동안의 활동을 화보로 찍어 퇴임하면서 지인들에게 배포했는데 이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회장 재임시 어떤 일을 했고 그 내용은 어떠어떠했다고 이야기해 봐야 읽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그 회장은 그간의 활동상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내용을 배열해 활동과 업적을 동시에 드러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화보에는 자신의 취임식부터 시작해 국내 협회원들과의 다양한 행사가 일일이 수록되었고 국내외 활동도 빠짐없이 소개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일들은 큰 사진을 이용해 시원시원하게 화보로 제작한 것이다. 대통령을 수행해 해외에 나간 모습이나 해외의 유력 인사들과의 회의나 개별적인 만남, 각종 수상 모습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화보는 글씨로 만들어진 어떤 자서전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펴낸 책은 아니지만 서울의 모 구청장이 펴낸 자서전에서도 이런 시도를 볼 수 있었다. 그 구청장은 자신의 재임 기간 활동을 간략한 해설과 함께 실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구청장의 경우는 글와 사진을 30:70쯤으로 실어 업적을 세부적으로 묘사하는데 조금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지만 궁극적으로 내용의 전달은 사진에 맞춘 형식이었다. 정치인들의 자서전을 받는 즉시 책장의 후미진 곳에 꽂히거나 분리수거 1순위라고 볼 때 그나마 이 구청장의 자서전은 한번쯤 훑어볼 만한 여지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진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기능으로 자서전 속에 사용된다. 가장 흔하게는 단락을 나누어주는 도구로서의 기능이다.
 
어떤 책이건 몇 개의 큰 단락이 있다. 자서전에도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의 단락이 있거나 학생기, 직장기, 사업기, 퇴임 이후 같은 단락이 있다. 그런 단락과 단락 사이를 나누어주는 판막음 역할로 사진을 쓰는 예가 그것이다.

대개의 자서전에서는 사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년기의 판막음에는 유년기 사진을 쓰고 청소년기의 판막음 사진에는 청소년기 사진을 쓰는 식으로 쓰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판막음 사진을 현재 모습만으로 넣기도 한다.

경주의 모 변호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판막음 사진을 일부러 현재의 사진으로 써서 비록 이야기는 오래전의 이야기를 쓰지만 현재의 사진을 중간중간 부각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흘러간 추억과 시간들이 모두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위한 자양분이었음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또 하나의 기능은 ‘양념’으로서의 기능이다. 대부분의 자서전이 그렇듯 남의 이야기에 대단한 관심을 가져줄 만한 사람이 드물다.
 
특히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의 경우 그 주변 사람들과 이익관계자들이 읽는 경우가 많고 아무리 흥미진진하게 썼다고 해도 대충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책을 훑어보다 눈길을 끄는 사진이 있으면 습관적으로나 호기심으로 그 장면에 눈길이 머문다. 때문에 이런 사진 배열은 생각보다 훨씬 전략적이어야 한다. 너무 적게 넣어두면 책 읽는 관심이 멀어지고 너무 많이 넣어두면 식상해서 눈길을 끌지 못한다.

책을 편집해놓고 보면 흔히 여러 사람들로부터 사진이 좀 더 들어가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효과면에서 사진을 지나치게 많이 넣어두면 안 넣느니만 못하다. 그 이유는 사진이 많으면 그 사진 역시 깨알 같은 문장과 다름없이 그냥 흔한 사진으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이다.

위에서 예로 든 직능단체장이나 구청장의 사진들도 나처럼 꼼꼼히 보는 사람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냥 사진으로 만든 화보집이거나 사진과 설명이 섞인 자서전쯤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으로 도배된 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로 도배된 책과 하등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들어간 큰 사진은 글자로 치면 굵은 글씨가 들어가 있는 페이지와 같은 느낌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사진을 따로 뒷부분 혹은 앞부분에 몰아서 편집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할 경우 본문을 대충 스쳐 지나간 사람이 화보를 통해 그 책의 내용을 일부나마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도 사진이 열 페이지 미만이라야지 무턱대고 사진을 많이 실어두면 역시 식상한 사진들이라 여겨 보지도 않고 덮어버리기 일쑤다.

앞에서 사진은 양념이라고 표현했다. 이 양념은 과하게 쓰면 음식의 맛을 버리게 되고 너무 적게 쓰면 양념을 넣는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사진은 적절히 시선을 유도하는 양념이어야 한다. 화보집처럼 내놓고 사진 중심의 책을 만들게 아니라면 사진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단체사진은 금기, 누구라도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2꼭지 당 한 장이 적절
자서전에 쓰는 사진에서 금기시되는 사진도 있다. 그것은 단체 사진이다. 단체라는 말은 10명 이상이 섞여 있는 사진을 말한다. 어릴 때 수학여행 단체 사진처럼 60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간 사진은 그냥 남의 사진을 넣어도 상관없을 만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족들이라면 주인공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려고 애를 쓰겠지만 가뜩이나 책에 쓰는 사진은 종이로 아트지를 따로 쓰지 않는 한 재질상 사진이 흐려 보이는 게 당연한데 누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는가?
자서전 사진은 개인의 사진이 중심이 되어야 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사진이 함께 실릴 경우 자신을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명이 함께 있는 사진을 택해도 자신이 중심에 있는 사진을 쓰는 것이 중요하고 누가 봐도 자신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

또 하나 주의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사진을 사용할 때 지인이라고 해서 동의 없이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이나 가수, 배우 등 유명 인사들은 일일이 따로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공인의 개념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얼굴이 언제 어디에서건 노출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고 법적으로도 특별한 거부 의사나 사유가 없는 한 쓰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공인 아닌 지인들의 사진을 친하다고 동의 없이 사용하면 자칫 법적인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동의를 구하고 사용해야 한다.
 
다만 공적인 행사에서 보도용 등으로 공개적으로 함께 찍은 사진은 그 사진을 함께 찍을 때 이미 자신의 초상권을 사용해도 좋다는 묵시적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동의 없이 사용해도 무방하다.
전체적으로 자서전은 30~50개, 많으면 60개쯤의 꼭지를 가지고 제작된다. 두 꼭지쯤에 한 장의 사진 정도면 비교적 비율이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보다 많으면 식상하고 그보다 적으면 양념의 맛이 떨어진다.
 
물론 최대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꼭지에 그에 합당한 사진을 선택해야 한다. 자서전을 내고자 하는 사람은 미리 책 속에 들어갈 사진을 잘 정리해두고 적절히 본문에 녹일 준비를 하자. 그래야 문장과 사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자서전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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