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 만났던 친절한 사람들 이야기(3)

이종기 시민 기자 / 2022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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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아티아 민박집 가족과 함께.

-크로아티아 민박집 주인아저씨 이야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로아티아의 프리드 비체를 구경하기 위해 8월 9일 이곳 국립공원 가까이에 있는 ’메트로 짐멀’이란 마을에 도착했어요. 어르신 부부의 집 방 2개를 3일 동안 130유로에 빌렸는데, 민박집 이름이 ‘zimmer 10’이라고 했습니다. 산촌마을이며 주변에 숲이 우거져, 조용하며 적적하기까지 했어요.

더욱 좋은 것은 주인아저씨가 나와 비슷한 나이였어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속마음까지 털어 내지는 못 하지만, 연륜에서 느끼는 ‘정’이란 게 있어 서양인, 동양인을 불문하고 터놓고 지낼 수 있게는 만들어 주더군요. 숙소 뒷밭에 상추, 고추, 호박 등 채소가 있어, 때마다 우리에게 뜯어 먹도록 배려해 주었고, 애들에게 과자랑 과일을 갖다 주며, 자기 손주들처럼 예뻐하기도 했습니다. 아들 둘이 오스트리아에서 사는데, 손주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안타까워하더군요.

↑↑ 크로아티아 민박집.

그는 크로아티아 독립전쟁 때 출전하여 왼손에 부상을 입은 상이용사로 마음이 착하고 온정적이었어요. 동년배인 나를 만나 심심찮게 되었다며, 크로아티아 내전 이야기, 옆 동네에 있는 ‘동화마을’과 국립공원인 ‘프리트 비체’에 대한 비경도, 우리에게 설명해주는 친절까지 보여 주었어요. 같이 있는 동안 마을 길, 숲길을 돌며, 동부 유럽의 시골 경치를 구경하는 데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귀국해서 감사의 연락을 한다고 했는데, 여태 그러질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 크로아티아의 폭포.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공항 검색대 여직원의 친절
6월 20일 스코트랜드 에든버러 공항에서 아이슬랜드로 출국할 때의 일입니다. 어느 공항에나 마찬가지로 이 공항 검색대에서도 몸에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전부 털어 검색함(바구니)에 넣고, 옆 창구(벨트)로 보내고 몸 소지품 검사를 받았습니다. 내 소지품은 여권과 신분증, 그리고 현찰이 들어있는 허리 휴대가방(전대가방) 하나, 이건 허리에 묶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지퍼를 열어 사용하는, 내게 가장 중요한 휴대품입니다.

걸어 다니거나, 비행기 탑승 시나 물건을 살 때, 그리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려 출국장을 지나 공항 출입문쯤에 왔을 때 ‘전대가방’이 허리에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가슴이 철렁, 겁이 났어요. 어디에서 소매치기를 맞았나? 화장실에서 벗어놓고 그냥 나왔나? 별생각이 다 났으나 잃어버린 이유와 그 장소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우리 부부와 손주들의 여권을 포함하여 현찰이 제법 들어있는 여행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온 실내 루트에서부터 행적을 찬찬히 생각하다가 검색대로 딸과 함께 급히 향했습니다. 아까 검색원이던 흑인 아줌마를 찾았을 때, 그녀는 말없이 싱긋 웃으며 내 전대가방을 보관함에서 꺼내, 내 얼굴과 여권 사진을 힐끗 보고 건네주었습니다. 검은 흑인 여인의 웃는 얼굴이 백합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웠습니다. 흑인에, 곱슬머리지만 주변의 어느 여인들보다 곱고 예쁘게 보였어요. 내 평생 처음으로 흑인 여인한테 받아본 흐뭇한 미소요, 친절이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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