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마무리 작업 : 날개와 책등, ISBN 신청까지

책의 날개는 저자를 알리고 작품을 알리고
저자나 출판사의 다른 책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다

박근영 기자 / 2022년 0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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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서전의 막바지 작업에 왔다. 본문과 목차, 추천서, 각 면에 들어갈 모든 작업이 끝났다. 이제 표지를 디자인하고 책 인쇄 작업에 들어가면 된다. 그렇다면 표지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재미있는 것은 책을 대하는 사람들이 일생을 통해 최소한 수백 권에서 수천 권씩, 많게는 수만 권씩 책을 대하면서도 표지에 매우 둔감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책을 일상적으로 대해왔을 뿐 책의 구조 자체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책 표지는 앞면과 뒷면 그리고 이면에 따른 날개와 책등이 있다. 표지는 지난 주에 설명했듯 앞면과 뒷면이 있는데 앞면은 제목과 제목을 총체적으로 설명할 만한 부제, 저자, 출판사 등이 등재된다. 당연하게 표지는 그야말로 책의 얼굴이므로 혼신을 다해 책을 알릴 수 있도록 특별한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동원해 디자인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표4 즉 책의 뒷면에는 단평 혹은 추천서. 책의 하이라이트 등이 들어갈 수 있고 책값, ISBN 등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ISBN은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다음으로 날개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책에도 날개 있다’고 하면 퍼뜩 수긍하지 않는다. ‘책에 날개가 있다고 무슨 말뼈다귀 같은 소리야?’라고 반응한다.

책 표지에는 대체로 잡지류의 표지, 도서 표지가 있고 도서표지에는 일반 표지와 양장본 표지가 있다. 책에 날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일반 도서표지의 경우를 일컫는다. 우리가 서점에서 일반적인 책을 사면 표지 앞과 뒤에 표지면의 반 정도를 연장해 안쪽으로 접어 놓는데 그것을 날개라고 한다. 한자식 용어로는 ‘접지면’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이 날개는 표1 즉 앞면 접지의 경우에는 보통 저자에 대한 정보를 싣는 것이 일상적이다.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연구를 했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을 받았다는 내용을 주로 쓴다. 이 날개에 들어 있는 저자 소개를 통해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저자에 대한 신뢰를 주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 앞면 날개를 활용하는 셈이다.

책의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을까만 이 날개 역시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요소이므로 절대 소홀하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 경우 정치인들은 이 날개에 경력과 학력, 상훈 등을 써넣는다. 그게 가장 만만하다고 판단해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기반 자서전을 쓰는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이와 비슷하다. 요컨대 자신이 쓴 책이 충분히 자격 있는 사람이 썼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학력, 경력을 쓰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참고로 자서전이 아닌 일정 경지에 이르렀거나 유명한 문필가라면 날개도 상당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세상이 다 알만한 소설가나 시인, 만화가가 있다면 그런 사람이 굳이 책 날개에 자기를 미주알고주알 소개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날개에조차 작품을 설명하거나 제대로 드러내는 데 할애할 것이다. 유명한 소설가라면 새로 내는 책에 자신의 전작(前作)들을 나열해 둠으로써 독자들이 놓치고 있을 법한 책을 사보게 할 것이다. 일정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가지 자신이 이미 하나의 간판이고 하나의 광고판임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사회적인 경력, 하격, 상훈 등의 잣대로 자신을 치장하지 않는다.
 
자서전의 경우 책 뒷면 날개는 책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란으로 쓰인다. 보통 300~400자 정도로 책을 요약해 책의 정보를 전달하고 반드시 보아야 할 독자층을 겨냥해 책을 마지막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자서전이 아닌 경우이거나 자비 출판이 아닌 경우에는 보통 출판사들이 자기 회사의 다른 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많이 쓴다.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자주 낸 저자라면 당연히 자신의 다른 책들을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의 날개는 이렇듯 저자를 알리고 작품을 알리고 저자나 출판사의 다른 책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인 것이다.

내 경우 ‘The 큰 바보 경주최부자’를 펴낸 후 날개를 만들 때 고심이 많았다. 생각 같아서는 책의 내용에 맞게 저자 소개를 조금 추상적으로 하고 싶었다. 그 책의 날개에는 저자로 최염 회장과 나를 모두 내세웠다. 책의 내용을 최염 회장이 회고하는 형식으로 꾸몄고 실제로 책을 내는데 최염 회장의 회고와 증언이 절대적으로 컸으므로 최염 회장을 표시해 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최염 회장은 최부자댁 종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의 명사이셨다.

문제는 나였다. 나는 비록 인터넷상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유명 블로그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온라인의 특정부분에 대한 일이고 오프라인 상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내가 12대 400년의 책을 썼다고 한다면 누구건 책에 신빙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로 필력이 있는지 취재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보여 주기 위해 알량한 지역 신문사 경력에 다음 블로그에서 얻은 명성 등을 미주알고주알 실었다. 심지어 내가 대필 작가로 오래 활동했다는 표시도 일부러 해놓았다. 어떤 필생의 각오가 실린 듯 포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뒤에 책이 나오고 나서 보니 차라리 경주최부자댁에 가지고 있었던 내 열정을 있는 그대로 표시해 두는 것이 나았을 것이란 후회가 들었다. 이렇게 했던 이유가 앞면에 ‘남의 책만 써오든 박근영 찾고 쓰다’라고 써놓았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함이었는데 이것 역시 뻘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주최부자 정신에 탐닉해 4년 동안 혼신을 다해 취재했고 더구나 경주최부자의 종손이신 최염 회장을 모시고 그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경주최부자의 많은 부분을 드러내어 책으로 썼으니 그 자체로 자랑스럽고 명예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억지스럽게 나를 내세우려 했다는 생각이 때늦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표지의 구조에 ‘책등’이 있다. 책등은 문자 그대로 등이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책꽂이에 꽂힌 책 뒤쪽, 등을 보고 책을 고른다. 여기에도 책 제목과 저자, 출판사 로고 등이 들어간다. 제목이 길 경우 그것만 들어가기도 한다. 서점에 가면 표지로 책을 만나기보다 책등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책이 절대다수다. 표지를 드러내고 판매대에 깔려 있는 책들은 유망한 신간이거나 베스트셀러 혹은 스터디셀러라는 이름을 단 책들이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책들은 책꽂이 꽂힌 채 독자들을 기다린다. 이때 유일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책등이다. 그러니 책등을 돋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은 책을 내는 모두가 바라는 일이지만 그 좁은 공간에 할 수 있는 게 사실은 거의 없다. 이 앞장에서 제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책등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제목이니 그런 만큼 제목이라도 눈에 띄고 마음에 닿게 뽑으려고 기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표지를 만들고 나면 책을 내기 위한 기본적인 작업은 마무리 되었다. 이제 책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족보에 올리는 일만 남았다. 그것이 ISBN과 색인 작업이다. 다음 호에는 이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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