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4 촌평, 추천서를 능가하는 마케팅 포인트!!

누가 어떤 촌평을 남겼는지,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렸는지에 따라 책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박근영 기자 / 2022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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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까지 받고 나면 또 하나 추천서 못지 않은 비중 있는 작업이 남았다. 바로 표4 추천글을 받는 것이다.

책을 편집하는 전문가들은 책을 편집하거나 디자인 하는 작업과정에서 표지를 그냥 ‘표지’라고 하지 않고 표1, 표2, 표3, 표4로 나누어서 부르는 습관이 있다. 일반인들은 단순히 표지라고 표시하지만 세부적인 작업이 각각 나누어지는 표지의 특성상 기획자와 디자이너, 작가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이렇게 나눠 부르는 것이다.

표1은 우리가 제일 쉽게 먼저 보는 표지 앞면이다. 제목이 있고 지은이와 출판사, 기타 책을 특정할 디자인이 되어 있는 곳이다. 표2는 일반 서적보다 잡지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앞 표지의 안쪽을 말한다. 표4는 책의 뒷면이고 표3은 뒷표지의 안쪽 면이다.

표4, 쉽게 말해서 뒷표지는 표지 다음으로 책의 드러나 있는 면을 보는 매유 중요한 부분이므로 이곳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비록 좁은 면이지만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공간이므로 이곳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가장 흔하게 쓰는 방법은 이곳에 짧은 추천의 글, 촌평을 넣는 것이다. 촌평은 문자 그대로 짧은 평가다. 보통 2~3줄 정도, 단어로는 30개 안팎에서 쓰는 것이 대부분으로 책이 어떤 가치와 재미를 지녔고 누가 읽으면 좋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집약적으로 담겨야 한다.

때문에 이 촌평은 무언가를 평가할 수 있는, 저자의 책 내용과 관련한 저자의 직업이나 삶의 궤적을 잘 이해하는 그 방면의 권위자나 평론가들의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해당 분야의 기자들도 좋고 학생들이 대상 독자라 판단되면 학교 선생님들이 쓰는 것도 좋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리 자서전이라도 마케팅을 전제로 했다면 이것은 철저히 전략적이고 전술적이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활용할 인적 자산이 있다면 총동원해야 하는데 이 표4 추천서도 바로 그런 곳이다.

표4의 추천서라고 해서 꼭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이미 받아 놓은 내지 추천서 중에서 핵심적인 곳을 요약해 표4에 실어도 좋다. 단 표4는 공간상 적게는 4개에서 5개, 혹은 그 이상까지도 촌평을 넣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사람들의 촌평을 실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촌평 대신 책 내용에서 눈길을 끌만한 내용을 표4 촌평 대신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로는 제3자의 평가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보석 같은 문장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책을 출판하기 전에 방송이나 신문 등에 인터뷰를 했거나 책 내용에 대해 보도된 것이 있다면 그 기사의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해 올리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SNS의 발달과 인터넷의 대중화로 방송과 신문이 가지는 권위나 전달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방송과 신문의 권위는 아직도 신뢰를 담보하는 어떤 상징성 같은 것이 남아 있다. 방송과 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이라면 책이 가지는 권위와 내용에서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었다 짐작하는 것이 대중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내가 펴낸 책들도 이런 고민이 여실히 반영됐다. 어떤 경우에는 유명인의 촌평을 받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책의 내용을 올리기도 하고 또 어떤 책에는 촌평과 책 내용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책의 성격을 알리고 책을 가치를 알리는 데는 ‘이것이다’라고 정해진 것이 있을 수 없으니 최대한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두루 활용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The 큰 바보 경주최부자’는 이 모두를 모두 활용한 경우였다. 촌평으로 경주최부자 종손인 최염 회장의 본문 글을 요약해 올렸고 책의 내용에서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들을 요약해 올렸다.
 
그러면서 유명인을 활용해 관심을 끌려는 시도도 해봤다. 최염 회장을 첫 번째 촌평자로 올린 것은 이 책의 상징성과 진실성을 최대한 확대시키기 위한 일이었다. 경주최부자 12대를 망라한 책에서 경주최부자 종손의 평가 이상 가치 있는 것이 달리 무엇이겠는가?

이어 활용한 ‘누구나 퍼갈 수 있는 쌀뒤주와 과메기’ 이야기, ‘노비에게 올리는 제사’ 등은 책의 핵심 내용이었다. 당시 마침 대한항공 땅콩 회항이니 군 사령관 갑질 이야기 등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갑질에 대한 경계와 상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폭되어 있었다. 당연히 이 만큼 좋은 소재는 없었다.
유명인을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두 명의 인물을 올렸다. 먼저 본문에 있는 삼성 이병철 회장과의 숨겨진 이야기를 인용해 ‘삼성 이병철 회장의 부끄러움’이란 제목으로 활용했다.

이병철 회장에게 마지막 경주최부자이신 최준 선생이 단 한 푼의 대가 없이 대구대학을 넘기는 과정의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이야기가 그 아래 올라가 있다. 다음으로 김어준 총수와의 에피소드를 올렸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김어준 총수의 초대로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던 ‘파파이스’라는 프로그램에 최염 회장이 출현한 적 있다. 그때 김어준 총수가 경주최부자 이야기와 최염 회장에게 크게 감동해 ‘회장님 바보!’라며 안아드린 장면이 있었는데 그 사연을 책 내용에 실었다.
 
표4 마지막 촌평에 촌평 대신 그 부분을 요역해 ‘김어준 총수의 감동과 바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4줄의 소개글을 올렸는데 뒤에 이 부분을 보고 책을 사봤다고 하는 독자들이 꽤 있었다.

자서전 출간의 절대다수인 정치인들은 당연히 자신의 업적을 요약해서 표4에 올리는 것을 선호한다. 정치에서 국민 또는 시민이 공감할 만한 업적은 그 정치인을 상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임 기간에 어떤 업적을 남겼고 어떤 법안을 통과 시켰는가 하는 이야기는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그 다음 선거를 위한 알찬 포석이다. 본능적으로 표를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그래서 자기 업적에 대한 애착이 무엇보다 크고 그것은 매우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게 아니면 자신보다 훨씬 높은 레벨의 정치인들의 촌평을 즐겨 활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소속한 당 대표나 공천권을 장악한 정치인, 전현직 대통령의 촌평 또는 그들과 얽힌 일화를 요약해 표4에 올린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내세우는 한편 상위의 유력 정치인과의 유대를 끈끈히 키우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그 속에 들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해당 지역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의 촌평이나 일화를 요약하기도 한다. 다분히 전략적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거나 정치적 욕심 없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액면 그대로의 회고적 자서전을 쓰는 일반적인 자서전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 가장 기억될 만한 이야기들을 모아 촌평 대신 올리기도 한다.
 
자서전의 성격상 사실 개인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선택은 없을 것이다. 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쓰는 것이고 그럴 바에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추억을 가장 중요한 곳에 놓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 촌평은 단지 그것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는 작은 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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