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남기고 싶은 꽃길 이야기

이종기 시민 기자 / 2022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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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프로방스의 라벤드 꽃 밭.

-프로방스의 「라벤드」꽃 이야기
프로방스 시골 마을 입구에서 한 할아버지에게 큰 도로 쪽으로 나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는데, 안심이 안 되는지, 직접 자기 차를 몰아 큰 거리까지 20여분간이나 칸보이해 주셨다.
 
가는 길 중간중간 야트막한 산길, 들길이 이어지면서 보랏빛 라벤드 꽃 농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7월 이곳에는 보라색 라벤드와 노란색 해바라기 단지가 자주 나타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한참 가다가 차를 세우고, 조용히 흔들거리는 넓은 라벤드 꽃 들판을 쳐다보았습니다. 보라색 평원 속에 듬성듬성 갈라져 있는 라벤드 꽃길, 여행길의 피곤이 그 속으로 빠져, 쏴∼악 흘러갑니다.
부처꽃이라 불리는 이 꽃은 지중해 주변이 주 생산지이며, 여름에 꽃이 피니 지금이 그 절정 시기입니다. 이 꽃으로 젤리, 아이스크림, 차를 만들고, 꽃을 증유해서 얻은 기름은 향수와 향료, 화장품의 재료가 됩니다. 약용으로 해열, 신경쇠약, 곤충에 물린 데에 쓰이고, 특히 은은한 향기는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줍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할아버지가 이 라벤드꽃길 쪽으로 길을 안내해준 데에는, 평생 우리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길 의도적인 의미가 있었든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남프랑스 해바라기 꽃밭.

-우크라이나 국화,「해바라기」꽃 이야기
남 프랑스 여행 중에 해바라기꽃은 라벤드와 함께 들녘에 많이 피어 있습니다. 그것도 산야에 끝이 안 보일 듯이 바다처럼 크게 자리하고 있었고, 특히 ‘아를’지방에 많이 재배되고 있었어요. ‘빈센트 반고흐’가 이 꽃을 극진히 좋아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곳에 살면서 노란 정열의 해바라기를 자기의 자화상으로 여겨, 평생 그리고 또 그렸다고 하지요. 1888년에 병 속의 해바라기 정물화를 4점이나 그렸다고 해요. 꽃잎 한 장 한 장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묘사되었고, 잎의 붓 자국은 그의 힘찬 정열을 상징하고 있어요. 고흐가 말년에 입원했던 정신병원이나, 그림 그리던 카페 등 기타 ‘아를’지역 여기저기 그가 그림을 그리거나 거처한 곳을 해바라기의 노란색으로 페인팅하여 고흐의 흔적으로 보존하고 있었어요.

이 꽃은 우크라이나의 국화입니다. 1700년대 우크라이나에서 재배되면서 식용유 기름을 얻기 위해 넓은 국토에 대규모로 경작하게 되었어요. 세계에서 해바라기 기름 생산의 1/3을 공급하는 수출 국인데, 지금 러시아의 침략으로 국란을 겪고 있어요, 이 전란으로 세계 각국에는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가격이 급등한다니 이 꽃의 위력이 대단하네요. 러시아 침략에 대한 저항의 상징화로서, 항상 밝은 태양을 향해 우러러보는 이 꽃의 생태처럼, 온 세계와 하늘의 태양은 이 꽃을 지켜줄 것이며, 우크라이나를 구해줄 것이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 찰츠브루크의 600년된 호텔(Gasthof-post 호텔).

-찰즈브르크에 있는 600년된 전통 호텔에서 잠을 자다
독일로 가는 길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날이 어두워 갔습니다. 여행길에 밤의 자동차 주행은 답답하고 불안했어요. 중소도시인 ‘프랭켄 마그트’안내 센터에 들러 겨우 숙소 하나를 잡았습니다. 건축된 지 600년이나 지난 3층 호텔(gasthof-post)인데, 1900년부터 호텔 영업을 하여 오고 있다고 해요. 오스트리아 전통복장을 한 여주인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1층 입구에 들어서니 사방 벽에 오래된 사진들이 쫙 부쳐져 있어 의아해하니까. 여사장이 웃으며 설명을 합니다. 남편을 5년 전에 사별하고 부인 혼자서 운영하고 있어요. 실내 한쪽에는 우물이 있고, 그 위에 두꺼운 유리판을 깔아 놓아, 누구든지 그 위를 걸어 다니며 아래를 내리다 볼 수 있게 지어진 특이한 집입니다. 깊은 우물 위에 집이 있고 그 내벽에는 돌로 둘러싸여 이끼와 풀들이 붙어있었어요. 120여년간 영업을 하여 오고, 지금은 혼자서 운영하다 보니 힘든다고 해요. 그러나 조상과 남편이 가문의 전통을 이어오며, 지켜온 집이라 포기할 순 없다고 합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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