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상점’

취미로 시작한 바느질 공방, 환경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 숍으로

엄태권 기자 / 2022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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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이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 대표의 작품과 제로웨이스트 물품들.

선덕여자중·고에서 경주중·고를 지나 화랑초에 이르는 황오동 일대. 최근 경주시 간판사업과 관광객들의 증가로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황룡사지와 분황사 등 꽉 막힌 도시 풍경과는 다른 고즈넉한 느낌의 주변 경관으로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경주중·고에서 화랑초 사이에 4년 전부터 자리 잡은 ‘분이상점’은 지난해부터 인근 카페들로부터 우유팩 수거를 하는 등 환경을 위한 움직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분이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말분(51) 씨는 경주에서 환경을 위한 실천, ‘제로 웨이스트’가 활성화되길 희망했다.

더욱이 지자체별로 탄소중립, 제로 웨이스트의 활성화 등 환경보호 지원책을 강화하는 시점에 경주시도 조금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대도시와는 달리 중·소도시인 경주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아 전반적으로 인식 변화를 위한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미 삼아 바느질 공방에서 시작돼 지금은 공방겸 제로 웨이스트 숍인 ‘분이상점’의 이말분 대표에게서 환경을 위한 작은 움직임, 실천을 위한 방법들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분이상점의 이말분 대표.

■‘분이상점’은?
‘분이상점’은 4년 전 이말분 대표가 취미인 바느질로 시작한 공방이다.
지금은 본지 제1449호에도 소개 됐던 ‘이가즐공’의 목공예품들과 제로 웨이스트 물품, 그리고 이 대표가 제작한 옷 등이 자리하고 있다.

“바느질이 취미다 보니 작은 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분이상점’이에요. 처음에는 영어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과 함께 운영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영어수업이 힘들어져 지금은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분이상점’에는 직접 만든 옷도 팔고 있고 ‘숍 인 숍’으로 ‘이가즐공’의 목공예품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판매를 시작한 제로 웨이스트 물품들이 있습니다. 각종 세제를 판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하고 싶기는 했지만 공간 등의 제약으로 준비돼 있지 않습니다”

소소하게 바느질로 공방을 꾸렸던 이말분 대표의 ‘분이상점’은 이제 관광객들도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황오동 일대가 황룡사지, 분황사 등 아름다운 문화재도 있고 최근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제법 생겨났죠. 이곳은 복잡한 시내와 관광지를 오갈 수 있는 중간지점으로 교통이 편리해 젊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SNS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지역에서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찾기 위해 오는 분들은 아직 많지는 않죠”

↑↑ 분이상점은 개별 용기에 생수를 무료로 담아주는 ‘지구별약수터’이다.

■이 대표의 ‘제로 웨이스트’
이말분 대표는 가정에서 살림을 하면서 우유팩,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중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조금 더 나아가 환경을 위한 일들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카페가 많이 생겨난 황오동에서 우유팩 수거가 그 첫 번째였다.

“황오동 일대에 최근 카페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우유팩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손님이 많은 카페는 하루에 소비하는 우유팩만해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주변 카페에서 우유팩을 수거하기 시작했는데 우유팩을 씻고, 뜯어서 말리는 작업이 은근 손이 많이 가기에 몇몇 군데를 빼고는 큰 호응이 없었습니다. 너무 바쁜 와중에 우유팩에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결국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세척 후 말리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모아서 밖에 놔두게 되고 누군가 그 우유팩을 수거하게 됩니다. 다만 수거된 우유팩이 제대로 재활용 되는지는 모릅니다”

↑↑ 이곳에는 제로 웨이스트 물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말분 대표는 손이 많이 가는 우유팩 분리수거에 1년 가까이 동참해 주고 기꺼워 해주는 카페 사장님들 덕분에 힘을 내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도 우유팩을 모아주는 카페에 우유팩을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고 받은 종량제봉투를 나눠주기도 한다. 그는 다만 이런 순환 구조가 명확하게 홍보나 설명이 잘 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읍·면·동에 우유팩을 모아서 드리면 종량제봉투를 준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유팩은 대부분 가정에서 씻고 말려 배출해도 종이와 별도로 수거가 돼야 재활용이 가능한데 그렇지 못해 폐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유팩뿐만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재질의 용기에 대해 자세한 분리배출 설명과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죠. 또한 경주는 카페가 정말 많습니다. 시에서 정책적으로 우유팩 분리수거 배출을 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등 지원책이 있다면 폐기되는 우유팩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말분 대표는 또한 경주에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격려하는 커뮤니티의 부재도 아쉬워했다.

이 대표 또한 SNS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대도시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정보와 실천 방법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잘 돼 있고 모임 등도 많이 있죠. 반면 경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환경을 위한 움직임을 실천하려 해도 쓰레기 줍기 등 단순한 활동에 그치는 수준인거죠.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습관하나가 ‘제로 웨이스트’라고 생각합니다”

↑↑ 분이상점에 ‘숍 인 숍’으로 참여한 ‘이가즐공’ 목공예품들.

‘분이상점’은 ‘지구별약수터’이기도 하다. ‘지구별약수터’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환경 캠페인으로 플라스틱 ‘생수병’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이 ‘지구별약수터’에 가입한 가게나 기관에 개인이 용기를 가져가면 무료로 생수를 담아줘 플라스틱 ‘생수병’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전과 마산 등 전국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하는 단체와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

이말분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지구별약수터에 가입했지만 경주에는 아직 거의 없다고도 설명했다.

“지나가던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개인 용기가 있다면 무료로 물을 담아주는 곳이 지구별약수터입니다. 아마 경주에서는 ‘분이상점’만이 가입한 걸로 알고 있는데 크게 부담스러운 활동은 아니니 많은 가맹점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 널리 알려지길
이 대표는 결손가정 등에 빵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은비둘기’에서 활동을 하며 회원들에게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서도 한 번씩 설명하기도 한다고.
“회원들 중에 친한 분들은 직접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지는 않지만 모임이 있을 때 은근 슬쩍 제 눈치를 보기도 합니다. 당장에는 이런 분들이 생활 전반에서 일회용품의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쉽진 않겠지만 저라는 존재로 조금이나마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인거죠”

이말분 대표는 식당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포장할 때면 좋아하는 곳이 많이 늘었다고도 얘기하며, 지구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가 경주에서 활성화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배달 음식은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돼서 나오게 됩니다. 약간의 번거러움을 감수한다면 직접 방문해서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을 수 도 있죠. 생각보다 다회용 용기를 들고 가면 반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로 웨이스트에 학생들부터 젊은 분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 같아요. 경주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 윗 세대에서 조금 별나다는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경주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학생들 교육을 통하는 등 지역 전반적인 분위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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