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상점·숲을’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로 제로웨이스트 실천 가능해

엄태권 기자 / 2022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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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림보 상점과 숲을’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전지혜, 김병기, 권은선 씨(왼쪽 윗줄부터)와 경주 첫 제로 웨이스트 샵을 열었던 이림 씨(오른쪽 아래).

환경오염으로 매년 이상기후가 심각해져가고 있다. 1990년 후반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적으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시작됐다. 제로 웨이스트는 단어 그대로 ‘쓰레기가 없는 삶’을 표방하고 있으며,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생활습관들, 생활필수품 제작 등을 서로 공유하고 연구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이런 제로 웨이스트를 생활화하는 정보의 공유, 모임, 제로 웨이스트 샵 등 비교적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접근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반면, 경주와 같은 중소도시에서는 제로 웨이스트를 배우고 실천하고 싶어도 인터넷과 SNS를 제외하면 알아가기가 쉽지만은 않다. 본지에서는 경주지역에서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방식의 변화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6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동천동 황성초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숲을’은 경주에서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 샵이다. ‘숲을’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필요한 물품과 세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세재의 경우는 고객들이 용기를 가지고 오면 담아주는 ‘리필 스테이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플라스틱, 비닐과 같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용기들은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숲을’의 권은선 팀장은 현대사회에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기는 하지만 나부터의 생활습관 변화로 조금이라도 환경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전한다.

↑↑ 갓구운 빵을 판매하는 ‘느림보 상점’과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판매하는 ‘숲을’ 전경.

■경주 유일의 제로 웨이스트 샵 ‘숲을’

경주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 샵인 ‘숲을’은 빵집인 ‘느림보 상점’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느림보 상점은 산내면에서 젊은 부부 김병기·전지혜 씨가 운영하던 빵집으로 본보(제1417호)에 소개됐었다.

‘숲을’은 원래 이림 씨가 2019년경부터 운영해오던 제로 웨이스트 샵이었지만 사정상 올해 1월부터 산내에서 동천동으로 터전을 옮긴 ‘느림보 상점’과 합쳐졌으며, 김병기·전지혜 씨 부부와 권은선 팀장이 꾸려가고 있다.

‘숲을’은 입구부터 제로 웨이스트 샵임을 마음껏 알리고 있었다. 2층에 위치해 있어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옷되살림 모음함과 우유갑 통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간단히 적은 작은 칠판들이 계단 곳곳에 눈에 띈다.

상점에 들어서면 한 쪽에는 느림보 상점에서 갓 구워낸 빵들이 자리해 있고, 중앙과 다른 한 쪽에는 제로 웨이스트 물품들이 진열돼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칫솔,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져 있는 고체치약, 수세미와 각종 청소 솔, 스테인리스 빨대 등 다양한 생필품들이 보였다.

권은선 팀장은 “경주에 생각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계신다”면서 “젊은 대학생, 중·고등학생들 단골 손님들도 제법 많다”고 얘기했다.

↑↑ 우유갑 수거함과 옷되돌림 모음함의 모습.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

권은선 팀장은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아기를 키우는 권 팀장 입장에서도 일회용 기저귀와 물티슈, 장난감 등은 비교할 수 없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완벽하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작은 움직임들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대사회에서 일회용품, 플라스틱, 비닐 등은 삶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란 불가능한 현실이죠. 그래서 하나씩 생활 습관들을 바꾸고 생필품에 변화를 주는 ‘스몰 액션’, ‘로우 웨이스트’를 주변이나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실천하기 힘든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로 조금씩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 또한 환경문제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팀장은 제로 웨이스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어렵게, 멀게 느낄 수 있지만 그리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도 전했다.

“귀찮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면 가능합니다. 생활필수품 중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을 쓰지 않는다거나 비닐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우유팩을 수거하는 등 비교적 쉬운 부분부터 실천을 하는 것이죠”

권은선 팀장은 이렇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보다 주변의 친구나 가족과 함께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편하던 삶에 약간의 불편함이 더해지는 변화가 필요하기에 그 의지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혼자보다는 같이’가 좋다는 것.

“이곳을 찾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가족과 함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혼자 실천하는 것보다 같이 실천하는 것이 서로 의지도 되기 때문이겠죠?”

↑↑ '숲을'에 초입에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설명들이 칠판에 써져있다.

■경주에도 제로 웨이스트가 널리 알려졌으면

경주에서도 조금씩이지만 제로 웨이스트가 알려지고 있다. 물론 환경보호를 목표로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제로 웨이스트 실천과 같이 체계적으로 생활을 바꾸는 움직임은 크게 없었다. 최근 경주문화재단에서는 ‘2022 경주벚꽃축제’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를 알리기도 했다. 벚꽃축제 부대행사로 ‘벚꽃같이보깅’을 실시한 것.

‘벚꽃같이보깅’은 벚꽃을 보면서 환경보호도 실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사전 신청자에게는 플로깅&제로 웨이스트 실천 키트를 나눠줬다. 이 행사를 ‘느림보 상점·숲을’에서 문화재단과 같이 준비하게 됐으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번 벚꽃축제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전 신청을 하며 관심을 보였고, 환경문제는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라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 경주도 수도권의 도시들처럼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샵이 생겨 환경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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