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호출 시대에서 스마트 관광도시로의 진화

본지 과거 기사 통해 이동통신과 일반전화 변화과정 엿볼 수 있어

이상욱 기자 / 2022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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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으로 떠오르며 무선통신 5G 시대에서 6G 시대를 넘보고 있는 현재.
통신과학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한 일이 무한해진 세상이지만, 불과 30여년 전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땐 공중전화박스 앞에 줄 서서 기다렸다가, 차례가 오면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돌려 통화하던 시절이었다.

급한 전화통화 중 동전이 떨어져 뒷사람에게 부탁하면 빌려주거나 그냥 주는 후한 인심(?)도 있었다. 또 혼자서 너무 오래 통화를 하다 뒷줄에 선 사람이 “빨리 끊어라”는 등의 큰소리가 나면서 시비가 일기도 한 그 시절. 40대 이상이라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풍경이다.

무선통신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당시, 경주에서도 처음으로 무선통신기기가 상용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본지 제5호 7면-당시 기사에는 무선호출기, 카폰, 휴대전화가 상용화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본지가 지난 1990년 1월 12일자로 발행한 신문(제5호)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것.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와 카폰의 상용화 시대가 온다는 짤막한 기사다.
당시 기사는 ‘무선호출기(삐삐), 카폰, 휴대폰의 실용화가 경주지역에서도 곧 실현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동통신주식회사 포항사업소에 따르면 무선호출기의 경우 (1990년)2월말 경부터 실통화단계에 들어간다. 카폰과 휴대폰의 경우는 2월말 동시 개통 예정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무선호출기보다는 약간 늦어질 추세다’라고 보도했다.

당시 통신기기 가격과 신청가입비 등도 파악해 보도했다.
무선호출기는 가입금 3만4540원, 기기가격은 18만~24만원선이었다. 카폰은 가입금 73만3000원에 기기가격은 89만~95만원, 휴대폰은 카폰과 가입금이 동일하나 기기가격은 150만~190만원선으로 비싼 편이라고 전했다.

30여년 전 당시 물가에 비하면 무선호출기와 카폰, 휴대폰 가격은 현재 물가와 비교해도 상당한 고가였음을 알 수 있다.

↑↑ 본지 제47호 1면-카폰 통화불량에 따른 가입자들의 불만을 담은 기사.

이어 제47호 신문(1991년 11월 9일자)에는 ‘카폰 통화불량, 비싼 통화료 이용객 불만 늘어’라는 제목의 기사도 보도됐다.

당시 카폰가입자들이 통화불능, 심한 잡음, 통화 중 신호 발생 등으로 통화가 거의 어렵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70만원이 넘는 기기가격과 월 기본료 2만7000원, 3분 통화에 450원을 내면서도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민원이었다. 그리고 당시 경주지역에서는 카폰 110대, 무선호출기는 898대가 가입돼있다고 보도했다.

↑↑ 본지 제6호 7면-가정이나 회사에서 사용하던 일반전화번호의 국이 기계식에서 디지털식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의 기사.

-일반전화 기계식→디지털로 변화과정 기사에 담기도

1990년대로 넘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회사나 가정에 부여된 전화번호의 국은 모두 한 자릿수였다. 2-0000, 3-0000 등의 식으로 앞자리 번호가 한 자리 숫자였던 것. 이 한 자릿수는 기계식 전화였다. 그 중간단계인 아날로그식 전화로 41, 42, 43, 44 국번도 경주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다 1989년 말 경주시 일부지역을 시작으로 1992년까지 전자식(디지털) 기계로 전환되면서 지금의 세 자릿수 국으로 변경됐다.

본지 1990년 1월 19일자 신문(제6호)에는 기계식 전화의 단점을 지적하고, 전자식 기계로 변경되는 계획 등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는 먼저 ‘경주시·군 지역 전화가입자 가운데 기계식(2국, 3국, 5국) 번호를 사용하는 가정의 불편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는 착·발신이 전자식보다 늦고, 각종 정보통신생활에 에러가 자주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통신공사 대구지역사업본부는 경주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계식 전화를 연차적으로 전자식(디지털방식)으로 교환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해(1989년) 12월 불국사지역과 외동읍 일부지역, 양북면·감포읍 일부 가입자에게 세 자릿수(746국)인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어 1990년 2월 중 건천지역에 5국에서 디지털 방식인 751국으로 교환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경주시의 3국은 1991년 중에 철거, 2국은 1992년 중 철거해 디지털방식으로 교환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경주지역 전화번호의 국번이 현재의 771, 772, 773 등 세 자릿수로 모두 전환된 시기는 1992년경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 본지 제47호 4면-114 전화문의 하루 평균 2만5000건이라는 기사.

-과거 기사엔 114 전화번호 안내원의 고충도 엿보여

과거엔 114로 전화번호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현재는 스마트폰으로 개인을 제외한 웬만한 영업점의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지만, 과거엔 114의 의존도가 높았다.

1990년엔 114로 전화문의 건수는 하루 평균 2만5000건에 이르면서 종사자들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는 기사도 있었다.

본지 제47호 신문(1990년 11월 9일자)에 ‘114 전화문의 하루 평균 2만5천건’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다.

문의건수는 지난 1989년에 비해 16.95% 증가한 것으로, 경주지역 전화가입자가 7만5595명으로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기사에는 전화번호부를 이용하지 않는 시민의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또 장난전화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주전화국 내부도 소개했다. 전화번호 안내원은 당시 22명으로, 8시간씩 5교대를 했다. 근무 연수는 평균 13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전화번호부에 없는 번호를 문의하거나 번호가 바뀌어 안내하지 못할 때 욕설까지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는 메모하는 시민정신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 짧은 기사를 통해 당시 시대상과 안내원의 고충이 엿보인다.

-‘삐삐’로 출발한 이동통신의 진화
‘삐삐’ 호출음을 내던 무선호출기는 그 소리대로 딴 명칭인 ‘삐삐’로 더 잘 알려졌었다. 이는 1982년 12월 15일 첫 상용화됐지만 서울로 국한됐고, 극소수만 사용하던 기기였다.

그러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 설립, 1988년 다수의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가입자도 이때부터 늘기 시작했고, 기기가격도 내려갔다.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별도 식별번호 ‘012’를 부여한 무선호출전용망을 구축하면서다. 여기에 1993년 10개의 사업자가 무선호출 시장에 뛰어들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1997년 가입자수가 1500만명으로 절정을 이뤘다. 1982년 상용화 이후 15년 만이다.

그러나 무선호출기 발신전용휴대폰인 시티폰이 몰락하고,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간 휴대전화에 밀려 정점을 찍은 지 2년만인 1999년 이후 급격하게 시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부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던 카폰 역시 1999년 12월 31일 아날로그 서비스 중단으로 이동전화(1G)가 종료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동전화는 2세대(2G), 3세대(3G), 4세대(4G)에 이어 현재 5세대(5G)까지 진화했다.

-경주 관광산업에도 스마트 바람 분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발달로 인간의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가운데, 경주 관광산업도 스마트 관광으로 전환 가능한 계기가 마련됐다.

경주시가 지난 3월 8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의 공모사업인 ‘2022년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이 사업은 특정관광구역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관광 콘텐츠와 기반시설을 개선하게 된다. 국비 35억원을 포함해 총 7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관광객의 요구를 신속히 반영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면 국내외 여행자 누구나 쉽게 숙박·교통·음식 등 관광지 정보를 얻고 예약·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관광사업자 역시 쉽게 이 플랫폼에 상품을 올리고 통합·관리 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를 이용한 여행자와 사업자 간 실시간 대화로 여행정보 등도 제공하게 된다. 이 같은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관광’이 도입되면 관광객 증가, 관광객 만족도 향상 등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경주시는 스마트관광모델을 황리단길과 대릉원 지구를 시작으로 중심상권, 읍성권역, 불국사권 및 8개 국립공원권역과 해양권역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는 과거 무선호출기에서 출발한 이동통신은 현재 5G 시대로 진화했고, 특히 정보통신 융합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사업인 것이다.

삐삐로 호출을 받고, 기계식 전화로 통화를 하던 시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세상이 현실이 된 것처럼, 향후 지역발전을 위해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함을 본지 과거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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