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33년을 통해 본 월정교 복원 사업의 역사

2008년 착공해 9년여 만에 완공, 발굴 시점서 보면 총 33년 걸려

이상욱 기자 / 2022년 03월 10일
공유 / URL복사
↑↑ 월정교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월정교. 월정교는 교각 복원에 이어 남·북측 문루 공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2017년 10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8년 4월 28일 기공식 열린 후 9년여 만이다. 하지만 이는 복원 공사에만 걸린 시간일 뿐이다.
지난 1984년부터 발굴을 시작한 시점을 감안하면 무려 33여년이나 걸렸다.

과거 찬란했던 신라의 문화유산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발굴과 고증을 거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월정교 복원사업을 통해 학습 아닌 학습을 하게 됐다.

향후 월성 복원, 황룡사 구층목탑 복원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추진 중이지만, 복원 완료 시기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재 상황이다.

이는 월정교의 교훈처럼 복원·정비 사업 추진과 함께 발굴과정 공개, 복원 과정의 스토리텔링 등 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월정교가 오랜 시간 발굴과 고증,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복원되기까지, 본지에서 보도한 그간의 세월에 묻힌 이야기를 정리했다.

↑↑ 월정교 복원과 관련해 경주시와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이 언급한 기사가 지난 1990년 6월 29일자 신문에 보도됐다.

-월정교 복원 본격화되기까지는···

월정교 복원사업이 본격화되기 훨씬 이전 본지는 1990년 6월 29일자 발행신문을 통해 ‘월정교 설계 변경 요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1989년 본지 창간 이후 월정교와 관련된 기사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기사는 ‘한국 최고 최대의 석교로 알려진 월정교 복원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원형복구를 위해 일부 설계변경 승인을 문화재관리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진 기사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지난 1984년부터 2년여에 걸쳐 월성 사적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교량의 원형을 규명하고 복원하기 위한 실측설계 사업을 벌였다. 이후 1989년 11월 남북측 교대 복원사업에 들어갔다. 발굴보고서를 토대로 남·북 양쪽 교대를 정비했는데 남측 교대는 복원을 완료했지만, 북측 교대는 지반이 원형과는 달리 석축 자체가 땅 밑으로 묻히도록 설계돼있었던 것.’

이에 따라 원형에 맞추기 위해 지반 밑을 콘크리트로 다지고 그 위에 교대 지반을 얹어 표면에서 60~70cm 가량 돌출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설계변경을 요청한 것이었다. 당시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월정교 복원사업은 발굴보고서에 의해 정비 차원에서 공사를 진행해 왔으나 이번 지반 높이 변경 승인 요청을 계기로 복원 차원에서 공사를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또 문화재 관리국(문화재청)은 ‘3억5700만원의 예산으로 남·북측 교대를 복원한 후 2~3년 내로 고증을 거쳐 교량을 복원시키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기사 내용으로만 보면 당시 교량 하부의 교대를 복원하고, 월정교 복원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주시 등에 따르면 실제 교대와 교각 실측조사 후 1983년 월정교 복원 실시설계에 들어갔지만, 복원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인지 본지 역시 그 이후부터는 월정교 복원과 관련한 보도는 없었다.
시간이 14년여 지난 2004년에서야 월정교 복원 관련 기사가 본지에 언급된다.

본지 678호에는 2004년 12월 6일 열린 제98회 경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고 백상승 전 시장은 당시 시정연설을 통해 월정교 등의 복원을 통한 새로운 관광명소 조성계획을 밝히면서 월정교 복원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11월엔 일정교지·월정교지가 사적 제457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5년 7월 마침내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이 국책사업으로 확정됨에 따라 월정교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다.

이는 2003년 8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 당시 고 백상승 시장이 역사도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한데서 비롯됐다고 본지는 전했다.

답보 상태였던 월정교 복원 추진은 그동안의 발굴조사를 토대로 2005년부터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고, 철저한 고증과 자문회의 등을 거쳐 2007년 복원 세부계획까지 마련한다. 이어 2008년 4월 28일엔 월정교 복원을 위한 기공식을 현장에서 개최했다. 기공식 현장과 고 백상승 시장의 감회를 담은 인터뷰 기사는 본지 제843호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백 시장은 월정교 복원의 의미에 대해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사명감에 따라 복원작업을 해가는 시작이다”고 감회를 밝혔었다.

↑↑ 지난 2008년 4월 28일 월정교 복원 사업 기공식 장면과 고 백상승 전 시장의 인터뷰를 담은 보도기사.

-월정교 복원 경주 관광산업에 한 획 그어

그러나 많은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월정교 복원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초 2012년 완공 예정이었던 월정교는 계획보다 5년이나 지연돼 2017년 말 준공된 것. 2008년 공사를 시작해 2013년 4월 교각 공사는 완료됐다. 하지만 남·북측의 문루공사가 문제가 됐다. 고증이 지연되면서 2015년으로 한 차례 완공 시기가 연기됐다. 또 월정교 남쪽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와 국비 지원 부족, 주차장 부지 변경 등으로 다시 2017년 말로 지연됐다. 반복되는 사업 지연으로 월정교 복원을 기다리던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기도 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침내 지난 2017년 9월 복원된 월정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월정교는 그해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10월 31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OWHC) 세계총회’ 개막식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 당시 열린 OWHC 세계총회는 전 세계 120여 세계유산도시 관계자와 전문가 1500여명이 참여한 행사로, 월정교는 복원과 동시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름을 알린 셈이 됐다.

월정교 복원이 완료됨과 동시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했고, 인접한 교촌한옥마을까지 주말마다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특히 야경은 동궁과월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풍경을 연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효과를 누리면서 경주 곳곳의 야간경관사업을 본격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는 문화유산 복원이 경주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실감할 수 있는 첫 사례였다.

↑↑ 2005년 7월 25일자 신문에는 월정교 복원을 포함한 경주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이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사실을 알렸다.

-향후 국비 확보위한 안전장치 마련 고려할 때

월성과 동궁과월지 등 동부사적지 내 주요 유적에 대한 발굴·정비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05년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이후 이 사업의 연속으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이라는 명칭이 본격 거론된 것은 지난 2013년 10월 21일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다.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이 2006년부터 2035년까지 30년간 35개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부족, 사업 장기간 소요 등으로 사실상 추진이 미흡했다.이에 따라 경북도와 경주시는 신라왕궁과 황룡사 복원사업을 지난 대선 공약사업으로 건의했으며, 당시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기조에 맞춰 대선 공약으로 확정되면서 이뤄진 협약이었다.

월성 복원·정비 등 신라왕경 8개 핵심유적에 대해 2025년까지 총 9450억원을 투자해 경주의 정체성을 회복과 대표 고도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국비 지원에 대한 보장도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신라왕경특별법)이 지난 2019년 12월 10일 제정됐다.

신라왕경특별법은 김석기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181명이 2017년 5월 공동 발의했다. 특별법은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범위를 정하고, 종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시 필요한 사항, 추진단의 업무·구성 및 운영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했다.

​지난 2013년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 간 업무협약을 토대로 추진해 온 신라왕경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특별법에 특별회계 조항이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특별회계 조항이 없어도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정부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해 국비 확보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보다 안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특별법 개정 추진도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비록 월정교가 복원됐다 하더라도 아직 경주에는 월성과 황룡사 구층목탑 등 지지부진한 대형 복원 사업이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