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상권 부활 ‘거리 정체성·공동협의체’ 마련 우선돼야

경주만의 경쟁력 있는 거리 정체성 확보 필수
주민·상인·지자체 참여하는 ‘공동협의체’ 구성돼야

이상욱 기자 / 2022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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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골목관광상권을 비교 분석해 기획보도를 한 의도는 단 하나의 지향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전국 각지에 존재하고 있는 골목상권 그 자체만의 활성화가 아니라 인접한 상권과 지역 관광산업의 활력을 찾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특히 경주의 황리단길은 지난 2016년부터 전국 각지의 젊은 층들이 찾으면서 지역 상권지도를 바꿔버렸다. 반면 경주 도심상권은 침체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침체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시재생뉴딜사업 등 기존 사업과는 달리 실질적인 상권 회복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여섯 차례에 걸쳐 8개 골목상권에 대한 특징과 현황, 개선점 등을 보도했다. 이번 호에서는 경주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도심 상권과 전통시장 등 인접한 상권을 연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타 지역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그리고 경주시가 추진 중인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 짚어보고 이번 기획보도를 일단락한다. -편집자주

↑↑ 황리단길과 도심상권이 연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거리 정체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다. 사진은 대릉원과 황리단길 전경.

이번 본지 기획보도는 골목상권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황리단길과 경주 중심상권 등을 연계해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한국관광공사가 8개 골목관광상권의 심층 조사·분석 후 강조한 것은 상권 특성을 살린 경쟁력 있는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8개 골목관광상권 중 경주 황리단길을 포함한 6개 상권은 음식·맛집 체험을 목적으로 찾는다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았다.

반면 벽화거리가 있는 청주 수암골과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이색적인 골목 경관 감상’을 위해 찾는다는 비율이 더 높았다.

‘거리 이미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주 황리단길은 ‘카페가 밀집한 장소’로 이미지를 떠올렸고, 인천 차이나타운·대구 안지랑 곱창골목·들안길 먹거리타운·포항 효자동은 ‘맛집이 밀집한 장소’로 각인됐다.

반면 강릉 명주동 골목, 청주 수암골,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등 3곳은 ‘문화예술적 분위기가 풍부한 장소’로 이미지를 연상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분석해 진단한 결과 음식·맛집을 찾기 위해 관광객이 많은 찾는 대다수의 골목상권에 대해 지역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차별성과 정체성이 결여된 골목상권은 관광 만족도와 경험의 질, 재방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관광콘텐츠 개발, 지역 자원 활용·연계,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관광코스 및 프로그램 추진 등을 통해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공통적인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은 황리단길과 향후 상권 르네상스사업을 추진하게 될 도심상권을 잇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지역 정체성을 활발하게 살려나가고 있는 강릉 명주동 골목과 청주 수암골의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2001년 강릉시청이 이전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맞으며 낙후지역으로 전락한 명주동 골목은 2011년부터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활력을 다시 찾았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건물 신축이 어려웠던 이곳은 노후된 건물을 개조한 레트로 느낌의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다. 또 골목 안에는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마을박물관과 명주예술마당, 작은 공연장 등이 들어서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에 성공했고,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방문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달동네 청주 수암골은 적막한 마을에서 지난 2008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벽화마을로 변신하면서 활기를 찾은 사례다. 예술가들과 주민의 손길로 그려진 벽화가 마을에 생기를 주고, 공동 기획한 축제와 행사는 상권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주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2개 골목상권은 문화·예술이 공공프로젝트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곳으로,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주시가 문화와 예술을 가미한 도심상권 부활을 기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살펴봐야 할 상권으로 추천된다.

↑↑ 경주시는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추진한다. 사진은 시가 계획하고 있는 중심상권 활성화 계획도.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협의체 구성은 ‘필수’

한국관광공사의 눈에 띄는 또 다른 제언은 주민, 상인, 지자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협의체 구성과 운영이다. 협의체를 통해 향후 도심상권 내 발생 가능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은 이제 필수적인 사안이 됐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적절한 대응한 서울 성동구가 대표적 사례다. 성동구는 먼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성수동 일정 구역 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도로 틀어막았다. 또 건물주와 임차인을 대상으로 적정 임대료 이상을 받지 않겠다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해 임대료 안정을 이끌어냈다.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는 법률 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21년 6월 29일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지역상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

공동협의체의 중요한 역할은 무엇보다 주민과 상인,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협의체가 관광·문화 상품 및 프로그램 개발·홍보, 정부·지자체 사업 등을 추진하고, 주민 일자리창출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제안이다.

이 같은 대표적 사례는 청주 수암골에서 지난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자치조직 ‘마실’이다. 지역 예술인과 주민들이 더불어 운영하는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은 수암골이 가진 특화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주민이 스스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을 주민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하고 있다.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도 수성구청과 주민, 상인 간 협력이 돋보이는 사례다.
수성구와 들안길 상가 번영회는 적극적인 민·관 네트워크를 지속하며 지난해 말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완료한 것.

이를 통해 사업 대상지 54만㎡ 면적의 상동·두산동 일대 주거환경 개선을 비롯해 주민 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간인 상동커뮤니티센터 매입, 미슐랭 프로젝트, 창의문화플랫폼 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해 수성구는 향후 사업으로 들안길 일대에 ‘생각을 담는 공간(문화적 도시재생사업)’과 ‘공공 예술창작촌’ 등을 조성, 문화와 삶이 어우러지는 정주 환경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역주민과 상인, 지자체가 적극적인 민·관 네트워크를 지속해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한 사례들인 만큼 눈여겨볼만하다.

-경주 중심상권 르네상스 어떻게 추진되나?
‘경주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에 함께 선정된 타 지자체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활성화된 황리단길과 연계한다는 점과 인근의 대릉원, 월성, 동궁과월지 등 주요 사적지가 든든한 후원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심 속 노동·노서고분군 내 건립 중인 ‘금관총 보존전시공간’이 오는 6월 공개될 예정이어서 황리단길과 연계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경주시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계획을 보면 먼저 금관총 인근 상업지구로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상업 중심지인 중심상권을 ‘금리단길’로 브랜드 네이밍한다.

또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황리단길’과 ‘금리단길’을 통틀어 ‘황금거리’로 통합 브랜드화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4개 테마로 나눠 중심상권을 경주만의 특색을 지닌 상권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을 담았다. △신라천년의 빛과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는 ‘신라의 거리’ △스마트 상권 육성을 위한 ‘스마트 신라’ △청년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홍보마케팅 콘텐츠의 ‘신라의 청춘’ △상권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한 ‘신라의 연합’ 등이다. 시는 천년의 빛광장, 금리단길아트페스타, 거리예술위크, 스타점포 개발, 스마트상권, 복합문화공간 등을 조성해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도심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문화와 예술, 공연 공간을 조성해 천년고도 이미지에 걸 맞는 거리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도심 상권 연합협의체를 구성해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시는 연합협의체를 통해 르네상스 사업 세부계획 등을 수립하고, 상인, 주민과 지역 전문가 등의 다양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통과 상생의 모범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타 도시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골목상권의 성공 사례를 참조하고, 경주만의 특색 있는 거리 정체성을 만들겠다”면서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황리단길, 도심상권, 전통시장까지, 더 나아가서는 경주읍성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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