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카본·2050탄소중립의 선봉, 세종대학교 노준성 교수 !!

“작은 실천으로 스스로를 블루카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박근영 기자 / 2022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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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카본과 탄소중립,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끊일 사이 없는 노준성 교수.

환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인류의 큰 문제가 됐다. 국제적으로 2050탄소중립을 위한 각종 조약들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구글정부를 만들고 원전을 에너지원으로 가속겠다는 후보가 RE100과 EU텍소노미를 모르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탄소 중립 : 2050년까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는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 실질적으로는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이 같아져 탄소 순배출이 0(zero)가 되게 하는 개념. 넷-제로(net-zero)라고도 함.

*RE100 :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석유나 석탄이 아닌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환경운동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 기업들이 이미 실현하고 있음.

*EU텍소노미 :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판별하는 EU(유럽연합)의 분류체계로 여기서 원자력을 기후변화 대응의 주요 수단으로 인정함.

 탄소흡수를 위해 과거에는 산이나 들에 나무를 많이 심자는 운동을 벌이는 그린 카본(Green Carbon)연구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육지에서보다 바다에서 해결점을 찾는 것이 10배~50배 이상 효과적이라는 면에서 블루 카본(Blue Carbon)연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3월 1일자로 세종대학교 환경에너지 공간융합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노준성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중점으로 블루 카본을 확산하고 이로써 탄소중립을 이루려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는 연구가다.

“바다에 대한 관심은 서울대학교 수중탐사대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부터 부쩍 늘어났습니다. 다이빙 횟수가 450회 넘었으니 학교 다니면서 줄곧 다이빙만 한 셈이지요”

이렇게 바다를 좋아한 노준성 교수는 석사과정에서는 일반생태학을 공부하다가 박사과정으로 해양생태학을 공부하게 된다. 여기에는 스승인 김종성 교수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김종성 교수는 블루카본과 갯벌 활용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선구적인 석학이다. 노준성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모두 김종성 교수가 걸어온 길을 이어받은 연장선이라 단정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노준성 교수는 갯벌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나라 갯벌의 생물다양성 세계 최고, 그린카본에 비해 10~50배 효과 높아. 잘피 등 증식해야!
“우리나라 갯벌은 매년 자동차 11만대 분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건 연구의 성과를 설득력 있게 꾸민 예일 뿐입니다.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있어서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중에서도 갈대와 칠면초 잘피 등 염생식물, 각종 조개류와 저서생물들이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막아 농지로 만드는 간척사업이 큰 인기를 얻었다. 식량증산과 국토면적 증대라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갯벌의 반 이상이 사라지고 지금은 2480㎢ 정도가 남았다.

그러나 이제는 간척지를 해체해 거꾸로 갯벌을 만드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만큼 갯벌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적·경제적으로도 훨씬 커졌다. 현정부 들어서 역간척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실제로 그런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노준성 교수는 소개한다. 우리나라 갯벌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된 것도 모두 이런 중요성이 반영될 결과라는 것. 특히 우리나라 갯벌은 단위면적 당 가장 많은 생물이 살고 있어서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보고돼있다는 설명이다.

노준성 교수는 블루 카본의 측면에서 갯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갯벌에 살고 있는 조개류와 각종 저서생물이나 갈대, 칠면초 잘피 등 블루카본에 효과적인 생물들을 보호하고 늘이는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 갯벌은 생물다양성은 높지만 블루카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잘피’의 서식은 매우 좁아서 이를 증식하기 위한 연구도 절실하다. 노준성 교수는 이 분야에서 흥미를 끌만 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 블루카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갯벌 염생 식물들.

“블루카본 연구에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대규모 군락을 이루는 맹그로브 나무를 우리나라 해양에 옮겨심는 연구도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블루카본의 대표적 염생식물로 2040년경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서식할 가능성이 큰 식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씁쓸하지만 필요한 연구이지요”

그런 한편 해양침식과 오염으로부터 해변을 살려 블루카본에 효과적인 염생식물이나 해양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해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리빙-쇼 라인(Living Shore Line)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 호주, 영국, 스페인, 이스라엘, 홍콩 등 이 분야 연구를 선행한 나라들은 친환경 생태블록을 방조제, 격벽 등에 부착해 연안 침식을 줄이고 생태환경을 조성하는데 박차를 가해왔다.
대표적으로 홍콩은 2019년 총 1000억원을 들여 약 3.8km 해안을 에코-쇼어라인으로 정비해 동청 해안지역 해양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한편 이를 경관화함으로써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준성 교수는 블루카본은 인류가 잘 살기 위한 중요한 화두인 만큼 기업들의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독일 자동차 기업 볼보(Volvo)가 친환경 거대 에코타일 50개를 호주 시드니 항구 방파제에 부착해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이 에코타일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재료로 3D 프린팅해서 만들었는데, 그 구조가 해양생물이 쉽게 안착할 수 있고 오염물질 흡착 기능까지 있지요”

↑↑ 휴대폰에서 자료를 열어 보이는 노준성 교수.

-블루카본 경제성 수치화, 스마트팜 연구에도 박차... 맹글로브 교수로 불리는 것이 꿈

노준성 교수는 블루카본을 늘이는 것은 그 자체의 기술적, 기능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를 경제적인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는 작업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정치인, 행정가, 시민들은 무엇이건 경제적 가치로 따지기를 좋아해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하지 않으면 쉽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갯벌이 블루카본 기준에서 제곱미터당 얼마의 가치가 발생한다’고 하면 누구나 갯벌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어디에 쓰나미가 왔다면 그 앞에 산호초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 했는데, 만약 산호초를 없애고 인공 방파제를 만들면 몇 천억원이 들어간다. 이러면 산호초의 가치를 확연히 깨닫겠지요. 블루카본의 기능도 이렇게 ‘얼마다’는 가치평가 제시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노준성 교수는 블루 카본은 과학일 수도 있지만 다분히 정치적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전향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중요성에 비해 아직도 상당부분 인식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준성 교수는 항구적으로 ‘스마트팜(Smart Farm)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스마트팜은 쉽게 말하면 육상에 건물을 세우고 이 속에서 해양 동식물의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아래쪽에 어류를 키우고 거기서 나오는 먹이 찌꺼기나 분비물로 더러워진 물을 위쪽식물수조로 올려 그 영양소로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것을 기르고 여기서 정화된 물을 다시 어류를 키우는 수조로 돌려 계속 순환시킨다는 것이다. 환경을 보존하면서 어류와 조류를 동시에 얻는 문자 그대로 스마트한 해양 농장이 되는 것이다.

노준성 교수는 그 자신 블루카본에 관한 연구를 거듭할수록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결국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탄소 중립에 접근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 국민 누구나 스스로 블루카본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활 속에서 탄소를 줄이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스스로 블루카본이 되는 길이라는 것.

“예전 한강 지도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한강의 그 모습은 엄청나게 다이나믹하고 아주 멋있거든요. 예전 사진을 보면 한강 백사장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겨요. 그 구불구불한 물길과 모래톱 속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았지요. 그게 지금은 정비라는 이름을 달고 네모 반듯하게 바뀌어 있지 않습니까? 그 속의 생물들은 다 사라졌고요. 사람들이 편의만 생각해 환경을 망쳐버린 것이지요”

노준성 교수와 이야기 나누다 보니 블루카본이니 탄소중립 같은 이야기가 의외로 무척 재미있고 다이나믹하다. 탄소중립이 실현될 2050년에는 자신에게 맹그로브 교수라는 애칭이 붙어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경주고를 졸업한 노준성 교수는 경주의 해안들에도 새로운 개념의 리빙-쇼 라인이 만들어져 해양생태도 보살피고 관광에도 도움을 주는 즐거운 일이 생기길 바라며 언제건 기회가 되면 경주시와 이런 논의를 진행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패기만만한 젊은 교수의 바람이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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