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활성화 이면에 주민·상인·지자체 협력 있었다

청주 수암골과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 2곳 골목상권 ‘거버넌스’로 활성화 견인

이상욱 기자 / 2022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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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전국의 8개 골목관광상권에 대한 관광역량을 심층진단하고, 분석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황리단길을 비롯한 골목상권의 장점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경주 도심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호 8개 상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중심의 보도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지역주민, 상인,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골목상권 활성화를 견인하는 사례를 살펴봤다.-편집자주

한국관광공사가 조사·분석한 8개 골목관광상권 중 지역주민과 상인 그리고 지자체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져 눈에 띄는 두 곳이 있다. 이들 활성화된 골목상권 이면에는 주민·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자체의 지원이 숨어 있었던 것. 바로 ‘청주 수암골’과 ‘대구 들안길먹거리타운’ 2개 골목상권 이야기다.

↑↑ 청주 수암골 내 벽화마을은 청주시가 지속적으로 벽화에 대한 관리를 해오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자치조직 ‘마실’ 청주 수암골 활성화 견인

청주 수암골에는 1개의 자치조직인 ‘마실’이 운영되고 있다. ‘마실’은 지난 2011년부터 지역 예술인과 주민들이 더불어 운영하는 생활문화공동체다.

지식경제부 후원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마실’은 수암골이 가진 특화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주민이 스스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을 주민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마실’ 운영 초기에는 주민들의 의견이 각각 달라 마찰도 있었지만,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계획해 도시재생대학을 5~6년 정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냈다.

‘마실’은 현재 수암골 문화체험장, 수암골 스케치 행사, 관광안내소 등을 운영 및 개최하고 있다. 수암골 문화체험장은 주민들이 만든 벽화캐릭터의 열쇠고리, 배지, 수제 다이어리, 손지갑, 컵 등 문화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마을기금이나 부녀회로 전달돼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 또 지난 2018년부터는 수암골 스케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봄·가을 수암골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관광 위주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통기타 공연과 문화예술 버스킹, 벽화 캐릭터 열쇠고리 만들기, 이야기 벽화 모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해 방문객들의 즐길 거리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관광안내소도 ‘마실’에서 운영한다. 주민들이 관광안내원으로 활동하면서 관광객들에게 길이나 편의시설 안내를 맡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는 지역 상인까지 연계해 지역주민과 상인이 관광을 통해 경제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선순환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도시재생추진협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수암골에서는 이 자치조직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지자체 사업들을 진행하고, 건강한 관광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21년에는 수암골이 위치한 청주시 수동 일원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24년까지 국비 등 67억원이 투입돼 수암골 일원(3만1700㎡)의 주거환경 등을 개선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사업을 통해 골목길 정비, 경로당 리모델링, 보안등·소화전 설치, 집수리 사업 등 주거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 공동체 거점시설인 ‘문화마실’과 근린공원, 공유주차장(42면)도 만들 계획이다.

특히 주민과 지역예술인 간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벽화마을 문화’를 회복하고 생활문화 공동체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청주시는 벽화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벽화 관리를 위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주민, 상인, 지자체의 상호 협력이 청주 수암골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 대구시 수성구청이 들안길 먹거리타운 내 추진한 ‘걷고 싶은 들안길 프롬나드 사업’이 완료된 전경. <사진제공=대구 수성구청>

-상인과 지자체 협력 돋보이는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은 상인과 지자체의 협력이 돋보인다.
해당 지자체인 수성구와 들안길 상가 번영회는 적극적인 민·관 네트워크를 지속하며 지난해 말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완료했다.

먼저 수성구청은 들안길 활성화를 위해 상인,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구상했고,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 증진사업에 선정됐다. 사업의 핵심은 들안길 삼거리에서 상동지구대 방향 길이 620m 산책로 조성과 면적 54만㎡에 이르는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책로 조성은 우여곡절 끝에 5년을 넘기며 지난해 말 완료됐다. 당초 수성구는 왕복 8차선 차로를 4차선으로 줄이고, 도로 중앙에 폭 10m 규모의 산책길 조성을 계획했다. 하지만 교통 흐름과 보행자 사고위험 등으로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그러던 사이 상권 내 외식업의 경우 2018년 개업해 영업 중인 점포의 비율(3년 생존률)이 16.9%로 크게 낮아지는 등 경기침체 및 인프라 부족으로 상권은 예전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사업 필요성을 절감한 수성구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지역주민, 관계기관의 협력을 통해 사업 추진 5년여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협의 끝에 당초 왕복 8차선인 들안길삼거리에서 상동지구대 방향 도로(620m)의 양측 차선 1개씩을 줄였고, 폭 7.5m 규모의 보행자 중심거리가 완성된 것이다.
앞서 수성구청은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상지 54만㎡ 면적의 상동·두산동 일대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또 주민 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상동커뮤니티센터를 매입했다. 공영주차장 2개소(총28면)도 조성하고, 미슐랭 프로젝트, 창의문화플랫폼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수성구청의 계획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들안길 프롬나드로 상권 활성화 및 공동체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면, 앞으로는 수성못의 브랜드 파워를 들안길 너머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민간 문화예술시설 유입을 지원하는 ‘생각을 담는 공간(문화적 도시재생사업)’과 노후주택이나 원룸을 리모델링해 ‘공공 예술창작촌’ 조성을 추진한다는 것. 들안길 일대에 민간 문화예술시설 유입을 지원, 문화와 삶이 어우러지는 정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업의 핵심 골자다.

한편 ‘들안길 프롬나드’ 조성 사업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의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주민, 상인, 수성구청의 진정성 있는 소통 및 노력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성구는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추진해온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의 핵심사업인 ‘걷고 싶은 들안길 프롬나드’를 공모에 출품했었다.

수상 결과에서 나타나듯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수성구청과 주민, 상인 간 협력이 돋보이는 사례로 남게 됐다.

-황리단길, 자치조직 활성화 통한 관광콘텐츠 개발 시급
경주 황리단길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다른 골목상권에 비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시기가 가장 최근이다. 젠트리피케이션, 교통체증, 지역주민 불편 증대 등 타 골목상권에서 겪었던 각종 현상들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시는 먼저 지난 2019년 말 ‘경주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지난 2020년 6월부터는 교통 혼잡 등으로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됐던 황리단길의 ‘일방통행’을 시행했고, 대릉원 남쪽 돌담길 일원에는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다.

또 동부사적지와 황리단길 등 지역 주요 관광지와 유적지를 잇는 포석로와 첨성로를 걷기 편한 보행친화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주차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경주IC와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최단거리로 잇는 강변로 종점부 인근에 대형 환승주차장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토지보상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3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 180억원을 투입해 1100면의 주차공간 외에도 BIS(버스정보시스템)단말기, 공공와이파이 등 편의시설을 갖춘 버스·택시 승강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이곳을 출발지·종착지로 황리단길, 대릉원, 교촌한옥마을, 동궁과 월지, 경주읍성 등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셔틀버스와 전기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복합문화공간인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도 지난해 7월 황남시장 인근에 문을 열었다.
이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사회기반시설 공모사업에 선정돼 13억원(국비 4억원 등)의 예산으로 조성됐다.

지하 1층 공연장과 지상 1층에는 북카페·마주침공간·체험공방·청년감성상점, 2층에는 다목적홀·주민자율공간(동호회방) 등의 시설이 마련됐다.

이처럼 경주시에서도 황리단길의 지속과 인근 상권과 연계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행·재정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청주 수암골의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처럼 지역 예술인과 주민들이 더불어 문화상품 개발과 각종 문화 체험프로그램 운영, 주민 고용창출까지 견인할 자치조직의 활성화가 시급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지적한 황리단길의 지역 정체성 부족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골목상권을 위해서는 주민과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경쟁력 있는 관광콘텐츠를 개발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황리단길 발전협의회 등 주민자치조직과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체성을 살리는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특히 도심상권 부활을 핵심으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황리단길과 도심, 전통시장, 경주읍성까지 연계해 상권 회복과 관광 분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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