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제도적 장치 마련·시행’ 서둘러야

서울 성동구 법적장치 마련 통해 성공사례 남겨
북촌한옥마을은 주민보호 위해 다양한 정책 시도

이상욱 기자 / 2022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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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전국의 8개 골목관광상권에 대한 관광역량을 심층진단하고, 분석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황리단길을 비롯한 골목상권의 장점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경주 도심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호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경주 황리단길을 비롯한 8개 골목상권의 생성 과정과 현황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에서는 골목상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꼽히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8개 상권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대안 마련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전국 대다수의 활성화된 골목관광상권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는 바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다. 이는 떠오르는 골목상권을 찾는 방문객들이 급증하면서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자 기존 세입자와 저소득층 원주민들이 떠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골목상권이 성장하기 전 저렴한 임대료를 기반으로 영업을 해오던 자영업자와 기존 세입자들이 급격히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는 현상이다.

대신 프랜차이즈 등과 같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골목상권은 획일화되고, 정체성이 사라지면서 쇠퇴의 길로 걷게 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리단길’의 원조 격인 서울의 경리단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번에 심층조사·분석한 8개 골목상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8개 골목상권 임대료·개별공시지가 모두 상승
한국관광공사는 골목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정도 및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 상권별 부동산 가격과 업종변경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본지가 이 조사 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2020년 대비 2021년 평균 개별공시지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으로 17.4% 인상됐다. 다음으로 경주 황리단길로 16.7% 상승했다. 이어 포항 효자동 골목 14.3%, 대구 안지랑 곱창골목 11.9%, 강릉 명주동 골목이 11.4%로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였다.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9.2%, 인천 차이나타운 7.0%, 청주 수암골이 6.9% 순으로 인상됐다.

지난해 평균 개별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곳은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로 464만5000원/㎡이었다. 다음으로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 208만5000원/㎡, 인천 차이나타운 153만4000원/㎡, 대구 안지랑 곱창골목 122만5000원/㎡, 경주 황리단길 109만9000원/㎡ 등의 순으로 ㎡ 당 100만원 이상이었다. 이어 포항 효자동 골목 83만7000원/㎡, 강릉 명주동 골목 61만원/㎡, 청주 수암골이 40만원/㎡ 순이었다.

골목상권 내 330㎡ 이하 소규모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해당지역 광역시·도 평균과 비교해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가 1.8배로 가장 많았고, 청주 수암골 1.6배, 다음으로 황리단길이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개 골목상권은 해당 광역시도 평균 임대료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리단길 개별공시지가 4년 만에 175% 급상승
경주 황리단길 내 지난 2021년 평균 개별공시지가는 109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주시 전체 개별공시지가의 약 3.3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17년 ㎡당 39만9000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54만2000원, 2019년 82만2000원, 2020년 94만2000원, 2021년 109만9000원으로 4년 만에 무려 약 175% 급상승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이 전년 대비 51.7% 올라 상승폭이 가장 높았다.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전년 대비 14.6%, 16.7% 오른 것으로 나타나 상승폭이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임대료는 황리단길과 가장 인접한 경주 도심상권을 조사한 것으로, 330㎡를 초과하는 중대형 상가는 1만5900원/㎡, 330㎡ 이하 소규모 상가는 2만100원/㎡로 경북지역 전체 상권 임대료와 비교해 중대형 매장 1.3배, 소규모 상가는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리단길, 개·폐업율 높고 1년 생존율 평균보다 낮아
젠트리피케이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업종변경 분석 결과에 따르면 8개 골목상권 중 황리단길의 개업 점포와 폐업 점포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황리단길이 8곳 가운데 가장 최근에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개업해 1년 동안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점포수, 즉 ‘1년 생존률’이 8개 골목상권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황리단길 내 개업한 점포는 17곳, 폐업은 11곳이었다. 개업률과 폐업률은 각각 5.6%, 3.6%였다. 8개 골목상권 평균 개업율 2.25% 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난 반면, 폐업율은 평균 2.45%를 상회하는 수치다.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은 개업 8곳(2.0%), 폐업 2곳(0.5%) △포항 효자동골목 개업 5곳(2.5%), 폐업1곳(0.5%) △강릉 명주동골목 개업 1곳(1.5%), 폐업 0곳 등으로 개업이 폐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개업 5곳(1.4%), 폐업 5곳(1.4%) △대구 안지랑 곱창골목는 개업 2곳(1.9%), 폐업 2곳(1.9%)으로 개업과 폐업 점포수가 같았다.

반면 △청주 수암골은 개업 1곳(2.4%), 폐업 3곳(7.3%) △인천 차이나타운 개업 4곳(2.9%), 폐업 6곳(4.4%)으로 폐업 점포수가 더 많았다.

8개 골목상권 전체 평균 ‘1년 생존율’은 93.9%로 나타났다. 그중 1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포항 효자동골목(19곳 개업→19곳 생존), 강릉 명주동 골목(6곳 개업→6곳 생존), 청주 수암골(7곳 개업→7곳 생존)로 100%였다. 이어 들안길 먹거리타운이 96.9%(32곳 개업→31곳 생존)로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경주 황리단길은 64곳이 개업해 56곳이 생존하며 1년 생존율 87.5%로 전체 평균보다 6.4%p 낮았다. 이어 대구 안지랑 곱창골목 86.7%(15곳 개업→13곳 생존)이었고,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80.0%(25곳 개업→20곳 생존)로 가장 낮았다.

8개 골목상권의 평균 ‘5년 생존율’은 60.8%였다. 지난 2016년 개업한 10개 점포 가운데 4곳은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5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상권은 강릉 명주동 골목으로, 6곳이 개업해 6곳 모두 영업을 지속하며 100%를 기록했다. 이어 포항 효자동 골목 90%(20곳 개업→18곳 생존),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83.3%(24곳 개업→20곳 생존)로 비교적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경주 황리단길은 61.5%로 20곳이 개업해 12곳만이 5년 동안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의 골목상권은 전체 평균 이하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한편 3년 생존율은 전체 평균 57.6%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개업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2021년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경주 황리단길의 3년 생존율은 81.8%(66곳 개업→53곳 생존)로 8개 골목상권 중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황리단길의 개업율은 5.6%로 8개 골목상권 평균 개업율 2.25% 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폐업율은 3.6%로 평균 2.45%를 상회했다. 또 황리단길의 평균영업기간은 6.8년으로 전체 평균 8.8년보다 2년 적었다.

-젠트리피케이션·투어리스티피케이션 방지 선례 눈여겨봐야
경주 황리단길은 지난 2016년 상권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집 값, 상가 매매가 및 임대료가 일제히 오르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투어리스티피케이션(지역주민이 혼잡함 인식) 경향까지 보이면서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상권 내 입점한 대부분의 업종은 외식 및 서비스업 등 외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이에 따른 부침이 심한 업종으로 파악됐다. 이는 트렌드에 따라 부침이 심한 외식업의 개업과 폐업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8개 골목상권 모두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결과보고서에서 이 같은 현상을 먼저 겪고 해결책을 모색한 곳으로 서울 성동구, 서울 북촌한옥마을 등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 관광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성수동 일정 구역 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도로 틀어막았다. 또 건물주와 임차인을 대상으로 적정 임대료 이상을 받지 않겠다는 상생협약 체결로 임대료 안정을 이끌어 내 성공사례로 남겼다. 이 같은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는 법률 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21년 6월 29일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지역상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지역상권법은 대기업 직영점포가 ‘지역상생구역’ 상권에 출점할 경우, 지역상인회의 동의를 받도록 제한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 우려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임대료 안정화, 임대차 기간 조정 및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공사는 또 투어리스티피케이션 경향을 보이고 있는 황리단길과 청주 수암골 등의 골목상권에는 서울 북촌한옥마을의 사례를 들었다. 북촌한옥마을은 외지에서 유입되는 관광객들이 넘쳐나면서 주민들의 정주권을 침해받는 등 피해사례가 늘자 특별관리지역으로 설정되는 등 지역주민과 상권 보호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경주시도 지난 2019년 말 ‘경주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조례에는 지역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력 상가조성 등을 의무화하고, 상생협약을 체결한 상가에 대해 환경개선 사업 및 공공인프라 조성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임대인·임차인의 상생협약 체결을 권장하고, 이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오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지역상권법 제정을 견인했던 성동구의 지역상생 및 협력 사례와 지역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인 북촌한옥마을의 사례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황리단길 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업종·업태 규제, 대규모 상점 입지 억제 등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 소규모 상점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또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주차장 확보, 대중교통 연계 인센티브 지원, 공공 공간 확보 등 관광 인프라 및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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