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 변성희 원장 특별 인터뷰

불확실한 통계보다 주민 삶에 입각한 관광정책 만들어져야 !!

박근영 기자 / 2022년 0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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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성희 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장.

바야흐로 대선에 이어 지방자치선거가 몰려오고 있다. 관광도시 경주가 어떤 원칙에 의해 정책이 세워져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적합한 시기다. 이에 ‘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 변성희 원장에게 관광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해보았다.

변성희 원장은 경주대학교에서 관광학을 가르쳤고 동의대학교 관광학과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전국 지자체의 다양한 축제관련 심사위원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원칙적이고 근원적인 이론을 제시하고 사람의 삶을 토대로 세상을 보는 눈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장기간 본지 첨성대 칼럼을 쓰던 중 최근 시간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칼럼을 쉬고 있다.-편집자주

#다양한 공부를 하셨는데 전공이 무엇입니까?
-컴퓨터 공학, 수리논리, 인공지능, 지능형 프로그램 등 박사과정에 필요한 공부. 관광 정보 등 관광학 분야와 더불어 사회과학 분야도.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 중 몇몇은 전공이 대체 뭐냐고 종종 물어보곤 한다. 명함에는 관광 전공이라고 돼있는데 메타버스나 정보보안 등의 특강도 하고 칼럼에서는 도시재생 등도 다루니까 이상했을 것이다. 30년 전의 나 자신도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 힘드니까 당연할 것이다. 물론 공부하고 전공한 분야가 자연스레 연관돼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처음 전공은 컴퓨터 공학으로 시작해 수리논리, 인공지능, 지능형 프로그램 등 그저 박사과정에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니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 마침 관광학 전문가였던 형과 공동 연구를 하다 보니 관광 정보 등 관광학 분야와 더불어 사회과학 분야도 공부하게 됐다. 그게 ‘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이라는 요상한 연구소의 이름이 탄생한 배경이 나의 공부 이력 덕분이기도 하다.

#최근 전국지자체 관광객 통계가 발표됐는데 전문인으로서의 소감은?
-엉터리 관광통계가 작성되고 있고 심지어는 부풀려진 통계를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포장하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관광통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1년의 경주의 외부 방문객 수는 3950만명으로 2019년의 4320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 영향에도 상당히 많은 외지인들이 방문한 것 같다. 한때는 이 통계를 토대로 관광객 수를 산출하고 정책에 반영하려고 한 것 같다. 이는 이동통신사의 빅데이터 활용으로 산출된 결과다. 이 알고리즘에 의하면 2021년의 서울의 외부 방문객 수는 4억8700만명, 2019년에는 6억7600만명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광객 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과거 관광통계 중 관광객 수 집계는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진입한 모든 차량을 기준으로 산출한다든지, 단위면적내 인구밀집도를 판단해 산정하는 등 기준 자체가 모호해 정확한 통계 자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계는 각종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공공자원이다. 통계의 작성 및 이용을 위해서는 통계의 신뢰성과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광통계도 마찬가지다. 신뢰할 수 있는 관광통계가 마련될 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관광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처럼 엉터리 관광통계가 작성되고 있고 심지어는 부풀려진 통계를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포장하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보다 가치 있는 관광통계를 내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꼭 필요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관광객이 지닌 이동성이라는 속성 때문이라도 관광통계작성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관광통계를 위해서는 그 기준을 마련하고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꼭 필요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좋은 예로 일본관광청의 자료 중 일본 국내호텔 및 여관 투숙객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15년의 도쿄의 숙박인수는 1778만명, 오사카 934만명, 홋카이도 548만명, 교토481만명 등 숙박객 수나 객실 점유율 등 정확히 조사될 수 있는 수를 기준으로 관광 정책이 수립된다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특히 일본 관광지에 대해 오래 연구하셨는데요.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유후인 마을의 인구는 1만2000명 정도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400만명이 넘고 그 중 25% 이상이 숙박객.

1975년 큐슈대지진으로 유후인은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주민들은 벳푸나 기타 온천형 관광지와는 다르게 문화를 기반으로 한 휴양형 관광지를 만들어갔다. ‘정감있는 마을만들기 조례’를 제정하고, 관광객에게는 유후인에서 생산되는 쌀 채소 쇠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극장 없는 유후인 영화제와 유후인 음악제를 만들었다. 기차역사를 개조해 갤러리도 만들고 ‘주민이 살기 좋은 곳이 가장 훌륭한 관광지’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젊은이들은 독일의 온천휴양지 바덴바덴으로 시찰을 보내어 체류 휴양지로 발전을 도모했다.

‘유후인마을만들기’는 유후인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강과 개천에 물이 흐르고 나무와 숲으로 이뤄지고 바로 그 곳에 전통식 료칸이 있다. 유후인 마을의 인구는 1만2000명 정도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400만명이 넘고 그 중 25% 이상이 숙박객이다. 관광은 변하고 있다. 관광이라는 말보다 여행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조용하고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쾌적함을 좋아한다. 그리고 맛있고 보기좋고 SNS에 올릴만한 뷰와 얘깃거리를 좋아한다. 또 남겨놓은 추억을 찾으러 그 장소를 찾을 것이다.

#지역의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지역주민의 삶이 우선해야 하고 얘깃거리, 베스트 원(best One)과 온리원(Only one)에 주목해야!
문화콘텐츠란 말은 문화유산, 생활양식, 창의적 아이디어, 가치관 등 문화적 요소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상품, 인간의 감성, 창의력, 상상력을 원천으로 한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 등으로 이야기 되는 지극히 한국적인 표현이다.

사실 지역문화관광콘텐츠란 말은 좀 어렵다. 범위를 좁히자면 지역 문화관광상품 정도다.
관광의 핵심은 잘 노는 것이고 놀이의 핵심은 재미와 감동이다. 좋은 문화 관광상품은 다녀간 후에 다시 생각나고 또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재미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기본적인 3가지를 들자면 1) 우선은 ‘가장 살기 좋은 곳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곳이다’라는 유후인인의 모토처럼 지역 문화관광상품 개발의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 목적이 뚜렷하고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는 대상 선정이어야 한다.

2) 얘깃거리가 중요하다. 적절한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장소 및 공간에 맞는 스토리텔링 발굴하고 재미라는 요소의 해석을 통한 소통과 전달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중요시한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관광콘텐츠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베스트 원(best One)이 그 콘텐츠만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인 온리원(Only one)에 주목해야 한다. 재미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내려면 자기만의 추억 찾기, 자기 이야기 찾기가 필요하겠죠.

여기에 문화관광 콘텐츠들이 너무 깊숙이 들어옴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삶의 공간 침해 등 관광 목적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관광지보다 주민들의 삶이 우선일 때 관광도 성공할 수 있다.

#경주시의 관광 활성화와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하드웨어 중요성 간과하지 말아야, 경주는 신라만의 경주가 아니다. 신라문화제 특징 명확해야
우선 4000만 관광객이라는 ‘숫자’를 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통계의 허구성이 경주의 관광정책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정한 수치계산이 필요하다.

요즈음 다들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추세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이다. 소프트웨어란 하드웨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하드웨어의 정비 복원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불국사만해도 임진왜란 때 불탄 터만 남아 있다면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신라왕경복원에 관한 이야기도 철저한 고증 하에 진행된다면 경주의 훌륭한 하드웨어가 될 것이고 그 기반에서 좋은 소프웨어가 보강된다면 경주의 관광 활성화와 도시 이미지에 좀 더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경주에는 신라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관광객 또한 개별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양동마을, 경주 최부자집, 동학이야기 등 무궁무진한 문화콘텐츠가 존재한다. 이들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라문화제 등 경주 고유의 축제는 관람객 수보다는 콘텐츠의 충실성과 고유성을 확립함으로써 ‘신라문화제는 이거지’라는 특징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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