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입힌 ‘명주동 골목’ 구도심 부활 원동력

2001년 강릉시청 이전 뒤 낙후된 거리 되살아나
효자동 골목, 황리단길처럼 정체성 찾기 공통과제

이상욱 기자 / 2022년 0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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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명주동 골목 내에는 1940년대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카페 등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의 8개 골목관광상권에 대한 관광역량을 심층진단하고, 분석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황리단길을 비롯한 골목상권의 장점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경주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호 대구의 ‘안지랑 곱창골목’과 ‘들안길 먹거리타운’에 이어 이번 호는 생활밀착형 골목관광상권인 ‘강릉 명주동 골목’과 ‘포항 효자동 골목’의 분석 결과를 통해 상권의 생성 과정과 현황, 그리고 시사점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강릉의 명주동 골목과 포항 효자동 골목은 전체 방문객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는 ‘생활 밀착형’ 골목관광상권이다.

명주동 골목은 과거 강릉시청이 이전하면서 침체된 골목길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 다시 꽃 피운 사례로 도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효자동 골목은 음식·맛집이 확장되고 있는 골목상권이지만 정체성과 관광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와 경주의 황리단길과 비슷한 해결과제를 두고 있다.

이들 2개의 생활밀착형 골목관광상권은 황리단길보다 방문객수는 작지만 매출액은 1.5배 이상많아 구매력이 높은 상권이기도 하다.

↑↑ ▲명주동 골목에서 지난 2012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작은공연장 단’.

-시청사 이전 10년 후 생기 되찾은 ‘강릉 명주동 골목’

과거 강릉시 최대 번화가였던 ‘명주동’은 지난 2001년 강릉시청이 이전하면서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던 곳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1년 이곳에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그해 정부의 전통문화 시범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다.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문화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과거의 생기를 되찾았다. 명주동 골목은 경주시청이 노동청사에서 동천청사로 이전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도심지역의 부활을 위해 눈여겨봐야 할 사례다.

명주동 골목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문화예술적 분위기와 행사가 있어 이미지 차별성을 지닌 골목상권이다.

여기에는 명주동의 역사도 한몫하고 있다. 신라시대 강릉을 이르는 말인 명주(溟州)는 ‘바다와 가까운 아늑한 땅’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명주동은 옛 성벽이 있는 지역으로 경주와 마찬가지로 땅을 파면 유적·유물들이 출토돼 건물 신축이 어려운 곳이다.

이로 인해 1940년대 지어진 방앗간이 카페 겸 갤러리로, 여인숙이었던 건물이 카페로 변신하는 등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레트로 느낌의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다.

또 인쇄소였던 2층 주택은 강릉 최초의 마을박물관(햇살박물관)으로 변모했고, 전시물 자체도 마을 주민들의 100여년 이상된 기증품 등으로 꾸며졌다. 이와 함께 명주예술마당, 작은 공연장 등에서 문화예술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극장 중심 공연은 음악,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돼 공연마다 유료 객석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또 지역주민이 연계돼 박물관 운영과 ‘명주동 골목 투어’ 해설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특성으로 방문객의 13.5%가 이곳 거리의 이미지를 ‘문화예술적 분위기가 풍부한 장소’로 떠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다른 골목관광상권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명주동 골목이 ‘생활 밀착형’으로 분류된 것은 지난 2021년 2분기 기준 월평균 방문객 17만4000명 중 현지인이 13만3000명(76.4%)으로 가장 많이 찾기 때문. 명주동 골목의 상점은 총 65개로 조사됐다. 이 중 외식업이 58.5%로 가장 많았고, 소매업 21.5%, 서비스업이 20.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명주동 골목의 월평균 매출액은 14억3228만원이다. 매출액 규모로는 경주의 황리단길 보다 약 1.5배 높았다.

특이한 것은 월평균 매출액이 가장 높은 업종이 소매업으로 4억9611만원(34.6%)이었다. 이어 서비스업 4억9925만원(34.4%), 외식업 4억4362만원(31.0%) 순으로 나타났다.

외식업 매출이 가장 많았던 다른 골목상권과 달리 소매업과 서비스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는 명주동 골목에는 주로 현지인이 많이 찾고 있어 생활밀착형 업종들의 매출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주요 방문 시간대가 오전 6시~오후 6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나 주로 현지인이 오전부터 낮 시간대에 카페 및 식당 등을 찾는 동시에 의원, 미용실 등 서비스업 상점으로의 방문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심층 조사 분석결과 명주동 골목의 정체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공사 측은 “명주동 골목이 타 골목상권과 차별화돼있는 ‘문화예술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고, 보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공연이 어우러진 고품격 문화예술 거리로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향상 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골목 관광상권 활성화를 위해 마을 공동체 이해자 간 연대와 협력, 상생을 위한 골목협의체와 공동 사업 및 프로그램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 ▲포항 효자시장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효자동 골목’의 상점들이 강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통시장 기반 활력 넘치는 ‘포항 효자동 골목’

포항시 효자동 골목도 20~30대 현지인 남성이 주로 찾는 ‘생활 밀착형’ 상권이다.
이곳은 전통 재래시장이 중심이 되는 규모가 작은 골목상권이지만 월평균 방문객 43만3000명, 매출액은 16억5094만원으로 구매력 높은 시장이다.

이곳은 효자시장 인근에 발달한 골목상권으로 1970년대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형성됐다. 과거 산업 근로자들이 한 잔 술로 고단한 몸을 달랬던 선술집 풍경에서부터 현재 대학생 등이 주로 찾는 카페까지 오랜 세월 젊은이들의 열정이 녹아 있는 추억이 깃든 곳이다.

효자동 골목은 효자시장에서부터 비롯된다. 대형마트로 침체일로였던 효자시장은 지난 2017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역관광자원과 연계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됐다.

그러면서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들고, 지역 대학생들의 방문이 증가해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청년 창업가가 운영하는 식당·카페·공방 등이 증가하면서 ‘효리단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은 음식점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이 골목상권이 시작은 ‘달팽이 책방’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1월 문을 연 이 책방은 포항의 첫 독립출판서점으로 개성 있는 아이템은 사람들을 찾게 만들었고, 역사, 시,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모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책방 한쪽 공간에는 작은 전시와 북 토크, 인디음악을 하는 공연도 열려 사람들 간의 만남을 매개로 해 골목상권의 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달팽이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골목에 특색 있는 식당과 카페, 공방 등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효자동 골목길이 형성됐다는 뒷이야기다.

지난 2021년 2분기 현재 효자동 골목 내 상점은 196개에 이른다. 이중 외식업이 61.2%로 가장 많고, 소매업 12.3%, 서비스업 26.5% 등의 순이다.

방문객들은 주로 음식·맛집 체험(26.4%)과 이색적인 골목 경관 감상(20.4%)을 위해 찾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장소 이미지로는 ‘맛집이 밀집한 장소(18.9%), 부상하는 핫한 장소(17.1%), 카페가 밀집한 장소(17.1%)로 떠올렸다. 이 같은 조사 결과 효자동 골목은 음식·맛집이 밀집한 상권으로 부상하는 중인 골목상권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월 평균 방문객은 43만3000명. 이중 현지인이 전체의 72.6%인 31만4000명으로 외지인 보다 훨씬 많았다.

방문객 중 20대~30대가 8만4000명(38.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50대 7만9000명(36.4%)으로 20대~50대가 전체의 75.1%를 차지했다. 특히 20~30대 현지인 남성이 주로 찾고 있는 것은 인근에 포항공대, 포스텍이 위치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들 방문객들은 오후 2시~6시 사이가 19.5%로 가장 많았으나, 오후 6~9시도 18.1%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전체 상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16억5904만원, 이중 외식업이 9억870만원(54.8%)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소매업 5억9056만원(35.6%), 서비스업은 1억5978만원(9.6%) 순으로 나타났다.

방문객의 평균 소비금액은 3만원~5만원 미만(30.0%)과 5만원 이상~7만원 미만(30.0%)이 같은 비율로 가장 많았다.

평균 체류 시간은 3시간 이상~4시간 미만 34.0%, 2시간 이상~3시간 미만 26.0%로 방문객 절반 이상이 2시간에서 4시간 사이에 이곳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목적과 장소이미지는 각각 음식·맛집체험(26.4%), 맛집이 밀집한 장소(18.9%)로 가장 많다.

하지만 효자동 골목은 황리단길과 마찬가지로 지역 정체성과 스토리가 반영된 관광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제언을 통해 “효자동 골목은 타 골목상권과의 차별화된 정체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곳만의 장소 이미지와 정체성, 경쟁력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효자동이라는 어원처럼 ‘효자’라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배경으로 한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면 관광객들에게 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이 골목의 첫 번째 가게인 달팽이 책방과 같은 사람 사는 냄새와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SNS 등을 통한 구전 효과 창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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