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미생물 생산, ㈜와이씨 이엔지 이희혁 대표

미생물 발효로 냄새·똥오줌 완벽 제거, 양돈축사의 신기원 !!

박근영 기자 / 2022년 02월 10일
공유 / URL복사
↑↑ 돼지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친환경 축사,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해발 250미터 지점. 자동차로 10여분이나 올라 간 산골 길 끝에 만들어진 돼지 축사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분명히 돼지 축사 근처까지 갔는데 돼지 특유의 악취가 풍기지 않아서다.

㈜와이씨 이엔지 이희혁 대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무실과 축사 사이 거리도 불과 30미터 남짓, 이 정도 거리라면 분명히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똥냄새가 나야 한다. 그런데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하다못해 동물원에 가도 그 근처에선 특유의 구린 냄새가 나는데 돼지 축사 옆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돼지 똥오줌을 미생물로 완전히 발효시켜버리기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는 겁니다. 당연히 폐수도 나오지 않고요”

축사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희혁 대표가 흔쾌히 문을 열어준다. 축사 안에는 수백 마리 돼지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꿀꿀거리며 돌아다닌다.

당시 외부 기온이 영하 4~5도, 초대형 비닐하우스 축사는 방한을 위해 사방을 다 막아둔 상태다. 축사 안은 돼지 냄새가 아닌 약간 매캐한 냄새가 날 뿐이다. 만약 축사 문을 열어둔다면 이런 냄새쯤은 전혀 나지 않을 것이다.

“돼지는 냄새에 아주 민감한 동물입니다. 일반 축사들은 엄청나게 냄새가 심해서 돼지가 곧잘 병에 걸립니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항생제를 놓지 않으면 돼지가 제대로 크기 힘들지요”

냄새 걱정 없으니 돼지가 병치레하지 않고 자연 항생제를 쓸 필요도 없다는 것.
축사 중간중간에 자동으로 조절되는 사료통과 물통이 있고 축사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꺼멓고 두터운 흙더미 같은 것이 깔려 있다.

↑↑ 냄새를 없애고 오물을 없앤 기술을 설명하는 이희혁 대표.

-미생물과 톱밥, 왕겨 섞어서 60센티 깔아주면 냄새와 오물 완벽히 처리, 양질의 퇴비까지 생산합니다.

“이건 톱밥과 왕겨, 저희 와이씨가 생산한 미생물을 섞어서 깔아준 것입니다. 이걸 약 60cm쯤 깔아주는데 돼지가 똥이나 오줌을 싸면 밑으로 흘러내려 발효되고 돼지는 그 위로 다니기 때문에 냄새는 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운동도 되지요”

대신 하루 두 번 미생물 발효를 위해 미생물 생균제를 섞어 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포크레인으로 축사 전체를 뒤집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깔아놓은 미생물 섞인 톱밥과 왕겨는 똥오줌과 함께 발효되어 최고급 퇴비가 된다. 이것을 농가에 팔아 또 다른 수익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효시 내부 온도는 최고 75도까지 올라가므로 수분은 증기가 돼 날아가고 오물은 자연스럽게 퇴비화되는 원리다.

이 축사에서 낯선 것은 케이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돼지 축사는 콘크리트나 쇠창살로 케이지를 만들어 두는데 이곳은 작업을 위해 축사 전체를 양쪽으로 큰 구획만 나눴을 뿐 돼지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흩어 놓았다.

“일반적인 다른 축사들은 돼지를 쉽게 관리하기 위해 케이지에 가둬두는데 이것은 돼지보다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요. 돼지는 의외로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동물입니다. 그런데 냄새나는 축사도 모자라 좁은 케이지에 가둬 두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

결론적으로 이 돼지 축사에는 냄새 없고 오염 없고 항생제 없는 3무(無)와 운동해서 좋고 건강해서 좋고 맛까지 좋은 3호(好)가 실현되는 것이다. 흔히 동물복지를 쉽게 말하는데 돼지 축사에서 동물복지가 실현한다면 이런 것 아닐까.

축사를 나와 사무실로 가는 도중에 이희혁 대표는 마침 근처에 쌓여 있는 마른 퇴비더미로 퇴비 덩어리 하나를 들고 와 냄새를 맡아 보라고 권한다. 냄새를 맡아보니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퇴비 맞냐고 물으니 크게 웃는다. 이렇게 완전히 발효된 퇴비는 절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득 이런 특별한 방법으로 생산되는 돼지는 특별히 건강하고 안전하고 맛있는 만큼 당연히 비싸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이희혁 대표가 빙긋 웃는다.

“생각해 보십시오. 여기에 항생제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똥오줌 처리하느라 골치 썩이지도 않고 케이지 만드는 비용조차 없는데 돼지 값이 비쌀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주)와이씨 이엔지가 직영하는 친환경 돼지 식육식당.

-돼지 축사에서 발생되는 오폐수, 반려동물 사체 처리에 최선의 방법, 정부와 지차체에서 적극관심 가지고 도입해야

다만 이희혁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미생물이 정당하게 평가되기를 바라고 우리나라의 다른 돼지 축사들도 이 미생물을 사용해 냄새와 오염 걱정, 돼지 질병 걱정 덜한 축사들로 만들어지기 바란다.

특히 이희혁 대표는 돼지 축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전국 돼지 축사와 지자체에 대해 와이씨가 생산하는 미생물이 결정적인 해답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한편으로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키우기 선호도가 높아진 반면 동물 사체처리에 대해 이렇다할 해결 방법이 없는데 이 문제 역시 와이씨의 미생물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보여주는 돼지축사와 동물사체처리 장면이 유튜버에 다수 올라가 있다.

이희혁 대표는 원래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오폐수 관련 연구를 하다 미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돼 10년 넘게 연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축산분뇨를 해결할 미생물 생산기술을 찾아냈다. 2020년 2월 일본의 전문업체과 기술제휴해 본격적으로 미생물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가 한국과 일본에 더욱 맹위를 떨치면서 잠시 보류된 상태다.

한편 이희혁 대표는 자신의 혁신적인 축사와 발효 미생물이 경주시나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부당한 감시감독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돼지 축사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자동차를 타고 산으로 10분이나 올라가야 할 만큼 먼 곳에 있고 냄새나 오물도 없다. 그러나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마을 주민들이 이유 없이 신고해 포크레인으로 계곡이 내려오는 산 아래쪽을 파고 토양 및 수질검사를 벌이기도 했다. 포크레인으로 파본 땅에는 오물이 나오기는커녕 가재가 나와 땅 파본 사람들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돌아갔다.

경주시 담당 공무원들은 냄새가 나지 않고 오물이 없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도 법이 규정한 기존 돼지 축사에 적용되는 각종 시설들을 갖추지 않았다고 행정고발해 큰 벌금을 맞았다. 이희혁 대표는 경주시가 일부러 자신을 경주로 불러서 왔는데 정작 혁신적인 돼지 축사를 만들어 돼지에게도 좋고 사람에게는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는데도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법규정만 들이미는 공무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이런 기술이 경주를 중심으로 확대재생산 된다면 모범사례를 보기 위해 경주를 찾는 농가들도 많아져 관광에도 도움 될 것이고 경주의 돼지축사 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인데 정작 행정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 보여서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희혁 대표는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양돈사업을 해보려는 기존 양돈업자들과 새로운 성장산업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폭넓게 기술을 공개하고 교육까지 시켜 줄 예정이다. 지금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면 돼지 키우기가 훨씬 쉽고 특히 그 심한 악취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누구건 염려말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이희혁 대표는 이곳 축사에서 기른 돼지고기로 직영식당을 연 불국사 불국로 91번지에 있는 ‘친환경 돼지 식육식당(054-748-8268)’에서 돼지고기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돼지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서 돼지고기를 맛본 고객들은 더 이상 다른 곳에서 돼지고기 안 먹는다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마침 지금은 대선으로 전국이 떠들썩하고 곧이어 3개월 뒤면 지자체선거도 실시된다. 대선도 그렇고 지자체도 그렇고 후보들마다 입만 벙긋하면 공통적인 공약들로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다. 4차 산업도 좋지만 지금 경주에서 야심찬 빛을 발하고 있는 ㈜와이씨의 미생물을 전국 돼지 축사에 접목해 먹거리 혁명을 일으키고 환경오염을 줄일 생각부터 하면 어떨까 싶다.

취재 마치면서 이희혁 대표가 비닐봉투에 대충 퇴비를 담아줬다. 가져가서 화분에 뿌려보라는 것이다. 퇴비를 가져와 일부 화분에 주고 일부러 묶지 않고 아파트 다용도실에 벌여 뒀는데 3주가 다 돼가는 지금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퇴비 맞나 싶을 정도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