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 등 골목관광상권, 체험 콘텐츠 확충 ‘공통 과제’

[기획] 골목상권! 경주 관광에 말을 걸다(2)
수암골, 벽화마을·영화촬영지로 이미지 부각
차이나타운, 고유성·정체성 마련 시급 지적

이상욱 기자 / 2022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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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가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콘텐츠인 청주 수암골 골목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의 8개 골목관광상권에 대한 관광역량을 심층진단하고, 분석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전국에서 활성화된 황리단길을 비롯한 골목상권의 장점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경주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 황리단길의 현황와 정책적인 제안 등의 보도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청주 수암골,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인천 차이나타운 등 3곳의 골목관광상권과 황리단길을 비교해 본다.-편집자주


청주시 ‘수암골’은 황리단길과 함께 2030 세대와 외지인이 주로 방문하는 ‘MZ세대 감성형’에 선정돼 심층진단 및 분석이 진행됐다. 이곳이 활성화된 시기는 경주의 황리단길에 비해 훨씬 앞선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수암골은 6.25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달동네로, 한동안 적막한 마을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벽화가 그려지면서 동네가 활기를 되찾았고, 이어 2009년부터는 주변이 영화,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예술가들과 주민의 손길로 그려진 벽화가 마을에 생기를 주고, 주변 상권에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주요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수암골의 지난해 2분기 기준 월평균 관광객 수는 33만4000명. 이중 외지인 관광객 수 17만5000명(52.5%), 현지인은 15만8000명(47.5%)으로 외지인과 현지인의 비슷한 비율로 찾는 상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황리단길 관광객 수 47만명 중 외지인이 33만5000명으로 전체의 71.3%를 차지한 것과는 비교되는 수치다.

수암골을 찾는 목적도 황리단길과는 대조됐다. 황리단길이 ‘음식·맛집 체험’을 위해 방문한 비율이 30.7%로 가장 많았던 반면, 수암골은 ‘이색적인 골목 경관 감상’이 25.7%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맛집·음식 체험 20.2%였다.

장소 이미지 역시 황리단길이 ‘카페가 밀집한 장소(19.5%)’, ‘맛집이 밀집한 장소(17.8%)’가 높은 비율을 보인 반면, 수암골은 ‘문화예술적 분위기가 풍부한 장소(25.0%)’, ‘카페가 밀집한 장소(20.3%)’로 나타났다.

이는 수암골이 벽화마을을 중심으로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카페거리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벽화마을과 영화, 드라마 촬영지를 떠올리며 이곳 수암골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주변 카페거리나 맛집을 찾아 소비한다는 것이다.

수암골은 지난해 2분기 기준 상점은 총 40개로, 이중 외식업이 80.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소매업 12.5%, 서비스업 7.5% 등의 순이었다. 월 평균 매출액은 3억7011만원이며, 외식업의 매출액이 2억5995만원(72.0%)으로 단연 높았다.

결과보고서에는 청주 수암골이 인근에 청주국립박물관, 일몰이 아름다운 전망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 팔봉제빵점 등이 있어 연계관광이 수월하고, 청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벽화마을을 주기적으로 교체·관리하고 있고, 통기타 공연, 문화예술 버스킹 뿐만아니라 추억의 달고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수암 스케치 행사’가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행사 체험이 비교적 간단하고 짧은 시간이어서 청주시의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보다 심도 있는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암골에 대한 이 같은 평가와 제안은 문화공연, 체험거리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황리단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현지인 방문 비율이 높아 변화가 필요하다.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차별화된 콘텐츠 마련 시급

부산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3040 세대 외지인이 주로 찾는 ‘광역소비형’으로 선정돼 심층 분석이 진행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40계단은 1909년~1912년 사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판잣집을 짓고 밀집해 살았었고, 1953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 이후 본래 모습을 잃었다가 남쪽 25m 떨어진 곳에 새롭게 조성됐다. 1993년 40계단 기념비가 세워지고, 2004년 이 일대를 정비해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가 조성됐다. 주변 관광지로는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등이 있다. 지난 2021년 2분기 기준 월평균 관광객은 16만4000명으로, 이중 현지인 방문객이 51.3%로 외지인보다 많았다. 이 거리를 포함하고 있는 부산 중구 동광동과 중앙동의 상점은 모두 363곳이다. 이중 외식업 44.4%, 소매업 34.4%, 서비스업이 21.2%를 차지하고 있어 매우 다양한 업종이 혼합된 형태의 골목이다.

전체 상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7억5979만원. 이중 외식업(5억2808만원, 69.5%)과 소매업(2억2630만, 29.8%)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2021년 2분기 관광객 수와 상점 매출이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2분기보다 각각 44.9%, 26.4% 감소했다. 2021년 1분기보다는 각각 13.4%, 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30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은 ‘이색적인 골목 경관 감상(26.4%)’과 ‘음식·맛집 체험(22.6%)’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장소 이미지는 ‘문화예술적 분위기가 풍부한 장소(19.0%)’, 역사성이 살아 있는 장소(17.7%),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상점이 자리하고 있는 장소(16.5%)’ 등의 순으로 나타나 찾는 목적과 장소 이미지가 유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곳은 형태적 측면에서 골목상권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지니고 있지만, 관광객의 방문 목적이나 이미지를 고려할 때 장소의 성격이나 컨셉 등의 측면에서 뚜렷한 정체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방문객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느끼지 못하고, 현지인의 외식 장소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그러면서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는 골목의 역사와 스토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타 지역의 복고현상과는 다른 새롭고 차별화된 다양한 즐길 거리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맛집 체험 목적 비율이 가장 높아 황리단길과 닮은 인천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방문목적 ‘맛집 체험’ 최다···황리단길과 닮은꼴

인천의 차이나타운 역시 ‘광역소비형’으로 선정됐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고 이듬해 청나라 조계지(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가 설치되면서 중국인들이 현재 인천 선린동 일대에 이민, 정착해 그들만의 생활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한국에서 과거 화교가 가장 많이 살았던 곳으로 역사적 의의가 깊은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수십 개의 중화요리집과 중국제과점, 카페가 성업 중이다. 삼국지 벽화거리, 자유공원, 동화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지난 2021년 2분기 기준 월평균 관광객 수는 48만2000명으로, 경주 황리단길보다 1만2000명 많았다. 20~30대 외지인이 주로 찾고 있으며, 현지인의 방문 비율도 전체의 37.7%로 황리단길(28.7%)보다 높았다. 40~50대 관광객이 36.2%로 가장 많고, 20~30대 33.9%, 60대 이상 2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차이나타운의 상점은 모두 131개. 이중 외식업이 70.2%, 소매업 17.6%, 서비스업 12.2%를 차지해 비교적 다양한 업종이 혼합돼있다.

131개 전체 상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4억1147만원이며, 이중 외식업이 2억7589만원(67.1%)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목적과 장소 이미지는 경주 황리단길과 닮은꼴이었다.
방문 목적으로는 ‘음식·맛집체험(38.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이색적인 골목 경관 감상(2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장소 이미지 역시 ‘맛집이 밀집한 장소(32.8%)’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황리단길을 찾는 관광객들의 목적과 장소 이미지가 각각 음식·맛집 체험, 맛집이 밀집한 장소로 손꼽았던 조사와 일치했다.

이에 따라 분석 결과도 전체 업종이 대부분 외식업에 편중됐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강화가 필요하다는 엇비슷한 제언을 내놓았다.

차이나타운이 골목상권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역사, 경관, 문화 시설 등 지역 고유의 정체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확대하고, 주변 지역과 결합한 새로운 관광코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황리단길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차별화된 고유성과 정체성 마련이 시급하고, 원도심 내 매력적인 거리 등을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제안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차이나타운이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제1호 스마트 관광도시 시범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추진 중인 것은 장점이다.

이 사업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기술력을 관광서비스에 접목시켜 신속·편리하고 최적화된 관광서비스를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경주시도 2022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주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청주 수암골과 인천 차이나타운 등은 황리단길과 비교해 매출 규모는 작지만 마을 이미지와 맛집 등의 색깔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 골목관광상권의 장단점을 파악해 황리단길을 비롯해 중심상가 등 주변 상권까지 활성화할 수 있는 거시적인 대안과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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