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이 버려진 자전거 8만 대 ‘싸게 사가세요.’

㈜라이트 브라더스와 연계, 새 주인 찾아주기 시작

박근영 기자 / 2022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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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자전거들이 즐비하다.

서울시가 민간 자전거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라이트브라더스(주)와 버려진 자전거를 고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재생자전거’에 대한 온라인 시범판매(https://wrightbrothers.kr)를 4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방 도시 주민에게는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서울에는 버려지는 자전거가 굉장히 많다. 공공 자전거 보관소에 세워두었다가 오래 지나 이사갈 때 잊어버리고 가는 등 이유는 많지만 어쨌든 지하철역이나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 등에는 주인 모르는 오래된 자전거들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돼있다. 이런 자전거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시민들의 거치대 이용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서울에서만 지난 5년간 약 8만대, 연간 약 1만5000대의 자전거가 버려졌다. 이런 자전거들은 서울시내 각 자치구가 이동·처분공고 계고장을 붙인 후 일정기간 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을 경우 수거 후 수리, ‘재생자전거’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재생자전거는 자활센터에서 대당 3000원 정도로 판매하거나, 기증하고 있지만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체계가 잘 갖춰진 광진구·영등포구 자활센터의 경우에도 월 판매량이 20대 미만일 정도다.

온라인 시범 판매는 2개 지역자활센터(광진구·영등포구)에서 생산한 재생자전거를 대상으로 시작해 향후 나머지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1월 초엔 베타서비스 형태로 소량을 판매하고, 플랫폼 개편을 거쳐 1월 말~2월 초부터는 온라인상에 재생자전거 전용관을 조성해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기획전 등 이벤트도 열 계획이다. 구입을 원하는 시민들은 스마트폰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재생자전거를 한눈에 보고 간편하게, 일반 중고 자전거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물건의 특성상 택배배송은 되지 않는다. 결제 후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자전거포 등에 방문해 직접 수령하면 한다.

지방 도시에서는 없어서 못 탈 자전거가 서울에서는 값싸게 나눠줘도 가져갈 사람이 없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지만 그것도 거대도시 서울의 이상한 기정사실이다. 자전거가 필요한 지방도시와 전격 제휴해 기증하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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