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회 기념 및 2022년 신년 특집-흥에 겨운 랑데부, 특별한 사람들의 신나는 취재기와 뒷이야기들

박근영 기자 / 2022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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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블&서울·경주사람들이 150회를 맞았다. 매주 연재하는 시리즈 기획물이 만 3년을 이끌어 온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지면을 장식해 주었고 숨은 이야기들도 많았다. 이번 호에서는 150회를 맞아 취재 과정에서 기억나는 순간들과 특별한 이야기들, 취재 후의 뒷 이야기들을 싣는다.

이 코너의 어려움은 무엇보다 매주 한 사람씩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다. 사전에 미리 청탁하고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데 2019년 벽두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매주 인터뷰 대상을 모시는 것이 보통 어렵지 않았다. 겨우 허락을 받고도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 사양하는 경우가 잦아 급히 대타를 모실 때도 있었다. 물론 대타라고 해서 생뚱맞은 분을 모신 것은 아니고 평소에 인터뷰 대상으로 늘 물망에 올려놓던 분들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화상으로 인터뷰를 한 경우도 잦았다. 20여명의 초대손님이 서면상 또는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코로나19로 활성화된 줌(ZOOM) 등 화상대화는 새로운 인터뷰 수단으로 향후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전망된다. 서면상으로 인터뷰한 분들의 경우 자신의 의중을 훨씬 정제되고 세련되게 전달해 주었다는 면에서 대면 인터뷰와 달리 상당히 좋은 인터뷰로 여겨졌다.

문화 관련 인터뷰는 기자들이 기사 쓰면서 자신도 모르게 흥이 올라 쓸 때가 많다. 대상에 대한 취재가 평소에 많이 되어 있고 인터뷰 대상과 흉허물없이 지내다 보면 뜻밖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들이 써지기도 한다.

↑↑ 열대과일 파파야 아래 선 이광식 사장.

-이광식 사장 열대과일 농장 방문기, 최병익 선생과 인연 맺은 조희길 시인·정종섭 전 의원의 긴장감 넘쳤던 백미의 순간들

순서대로 보면 1379호에서 북군동 팬션타운 한쪽에서 열대과일 농장을 경영하는 이광식 사장편이 가장 먼저 기억된다. 이 열대과일 농장은 경주라는 공간 속에 완전히 별천지라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나나, 파파야, 패션프루트, 용과 등의 열대과일이 열리는 초대형 비닐하우스는 농업혁명이라는 차원에서나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새로운 관광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놀라움이 컸다. 이광식 사장은 북군동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규모인 유로빌 팬션을 경영하고 있는데 이때 기사는 팬션이 열대과일 농장에 밀렸을 정도다. 뒤에 1462호에서 유로빌을 조명하면서 이광식 사장을 한 번 더 기사화했는데 이때도 열대과일농장을 언급했다. 그만큼 열대과일 농장이 주는 신선함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 최병익 선생(우)과 정종섭 국학진흥원장.

경주를 대표하는 서예가인 남령 최병익 선생의 서실을 방문하고 쓴 1387호 기사도 오래 기억된다. 당시 최병익 선생이 서울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 미리 준비하는 모습을 취재하려던 것이었는데 대담에서 남령 선생의 중봉에 대한 학구적 주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먹물 머금은 붓이 뾰족하지만 지면에 도달하면 퍼진다. 그렇게 퍼진 털이 하나하나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좋은 선이 그려지는데 바로 이 순간이 중봉이다”

이 설명은 뒤에 서예 관련 작품을 대하거나 취재할 때마다 떠올리는 금과옥조가 됐다.

전시회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내던 정종섭 의원의 방문도 인상 깊었다. 최고의 법학자이자 오랜 기간 서예에 정진해온 명필로도 알려진 정종섭 의원은 작품을 감상하며 최병익 선생과 그야말로 대가들이나 나눌 법한 고담준론에 빠져들었다. 그 장면을 기록하고 녹음한 기자가 단일 기사로는 가장 긴 지면을 활용해 이때의 대화와 분위기를 기사화 했는데 어찌나 신나게 기사를 썼던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원고지 25매 분량의 기사를 후딱 써버렸다. 정종섭 의원은 최병익 선생보다 경주중학교 2해 선배인데 이날 이후 두 대가는 서예로 편지를 주고받는 지기가 됐다. 정종섭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해 정계에서 은퇴했고 지금은 국학진흥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든 한주식 회장.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의 나눔과 헌신, 이현세 화백과 강문수 감독의 랑데부도 열정적으로 쓴 기사들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의 1396호 인터뷰 기사 역시 단숨에 쓴 기사였다. 한주식 회장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그날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직원들과 어울리는 한주식 회장의 모습이 매우 특별해 그 순간들을 전면에 내세워 기사화 했는데 이를 두고 한주식 회장이 그런 걸 기사로 쓸 줄 몰랐다며 흡족해 하기도 했다. 경기도 최초의 가족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기부자 모임) 회원이자 경기도 적십자사 최초의 RCHC(Red Cross Honers Club) 1호 가족회원인 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경기도와 경주에 수 억원어치 마스크를 기증하는 자선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어린시절 장티푸스로 청력을 다친 한 회장은 특히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아낌없이 자선을 행해 ‘기부천사’라는 이름을 얻었다.

특히 한주식 회장은 자금만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온갖 김장지원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크리스마스 산타로 분장해 여러 지원시설 어린이들에게 직접 선물을 나눠 주는 등 일선 행사에도 열심이다. 지산그룹은 그 후로도 성장을 계속에 2021년 기준 공식 자산 2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한 회장은 2021년 기준 20억원 넘는 기부를 실행하며 기부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후리소매(厚利小賣) 등의 구호는 한주식 회장과 지산그룹을 특정하는 유명한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 강문수 감독(우)과 이현세 화백.

1420호와 1421호를 우리나라 탁구의 명장 강문수 감독과 대한민국 만화사의 영원한 신화 이현세 화백의 대담을 올린 것도 이 코너에서 거둔 수확물이다.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전혀 다른 분야에 대가들이지만 두 대가 사이의 오랜 인연이 이 자리를 가능하게 했다. 강문수 감독과 이현세 화백은 경주중학교는 물론 경주고등학교 20회와 22회 선후배 사이, 심지어 강문수 감독과 오랜 기간 강남구 일원동에서 거주하며 각별한 우애를 지켜왔다. 이현세 화백이 강문수 감독에게 선물한 노트를 선물하며 써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야기는 뒤에 많은 스포츠 전문 기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고, 이현세 화백이 두 해 위 선배인 강문수 감독을 향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인 조자룡에 비유하던 모습은 두 대가의 우애를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셔블&서울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연한 대상자들의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지역신문의 특성상 경주사람들이 즐겨 보는 신문이다 보니 보도 후 많은 지인들이 축하해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력한 중앙언론에서 나온 것도 모르고 지나가기 일쑤인데 경주신문에 난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것. 바로 이 점이 지역신문이 가진 또 다른 지속성이자 발전시켜야 할 이유일 것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인물이 이 코너에 초대받을지 기자 역시 설레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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