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목표가 폐교 활용성 높인다

경주 장점 활용한 예술창작 공간, 명확한 목적 선행돼야

이필혁 기자 / 2021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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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곶산양 전경.

-폐교, 문화와 지역민이 공유하는 공간으로

경주시는 물천분교를 매입해 문화예술창작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곳을 통해 지역 내 문화예술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시설 등을 확충해 문화도시 경주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시는 물천분교를 매입해 전시실과 작업실, 체험공간, 작가 휴게실 등을 조성해 작가들이 작품 활동과 전시, 체험, 문화공연 등이 이뤄지는 장소로 바뀔 것이라 밝혔다. 폐교를 활용해 문화예술창작 공간으로 마련한 곳이 있다. 그중에서 제주 예술곶 산양은 폐교 활용을 통해 지역 문화 발전과 지역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는 공간이 되고 있는 곳이다.

↑↑ 예술곶산양 전경.

예술곶 산양은 1985년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1985년 폐교된 산양분교를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방치되었던 폐교를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의 창작스튜디오 및 레지던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단 문화예술 창작과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 학습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 예술곶 산양 작가들 숙소.

-예술창작소 미래를 바라본다

제주도 내에는 총 24곳의 학교가 폐교됐으며 이들 폐교들은 저장창고나 농산물 관련용으로 사용되거나 농촌체험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문화시설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예술곶 산양은 제주시교육청과 제수시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삼각구조로 이루어진 곳이다. 교육청 부지인 폐교를 제주특별자치도가 협약을 통해 무상으로 임대하고 제주도는 32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운영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맡고 있는 구조다. 특이한 점은 단순히 운영을 재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곶 산양의 시작점인 공간 구성부터 운영 방식 등을 모두 재단에 위임해 운영되고 있다. 재단은 2019년부터 입주작가를 위한 국내·외 예술 공간 설계를 연구해 예술곶 산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학교 공간을 최대한 살려 전시실과 창작실, 교육실, 사무실, 아티스트 숙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 예술곶 산양 작가들 숙소.

제주문화예술재단 서부권사무소 송창엽 씨는 협업을 통해 문화예술 공간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업무협약을 통해 교육청이 부지를 제공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자치도는 공간 조성해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폐교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주문화예술재단 송창엽 씨.

예술곶 산양에 입주한 작가들은 제주도민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전국의 작가들로 구성돼 있다. 예술곶 산양이 입주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창작 공간과 그들이 지낼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공간에는 제주도민을 포함해 전국에서 모인 작가 13명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서부권사무소 송창엽 씨는 “작가들이 이곳에 오면 무료로 제주에 살면서 창작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면서 “제주도에 무상으로 창작 공간과 숙소를 제공받는다는 혜택으로 전국에서 지원자들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곶 산양의 목표는 여기를 거쳐간 작가가 차후에 성공했을 때 제주도 산양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는 그 한마디다. 그것이 알려지면 전국의 작가들이 찾는 곳이 된다. 또한 뛰어난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면서 지역 작가들에게 좋은 영감을 전해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작가들의 창각공안으로 쓰이고 있는 폐교.

예술곶 산양은 전국의 작가들이 제주에서 거주하며 단순히 창작 활동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 예술적 네트워킹을 확대하는 곳이다.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송창엽 씨는 “레지던시는 지역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작가들은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 외부 작가들이 지역에 들어와 순혈주의적인 미술과 예술 시장을 희석시키고 변화시키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뛰어난 작가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에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시로 이중섭을 꼽았다. 이중섭은 제주도에 고작 2달 정도 머물렀지만 제주에는 이중섭거라를 비롯해 이중섭 관련된 다양한 작품과 문화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곶 산양에서 배출한 자가가 제주도에 어떠한 영향을 줄 건지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작가들의 창각공안으로 쓰이고 있는 폐교.

-정확한 목적이 선행돼야

폐교 활동 관련해 운영되고 있는 문화·예술 관련자들은 명확한 목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지자체들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현재까지 정상적인 운영으로 이어지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명확한 목적 없이 운영되던 예술공간이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 작가들의 창각공안으로 쓰이고 있는 폐교.

송창엽 씨는 “목적이 불투명한 곳들은 결국 그곳을 차지하려는 작가와 주민, 지자체의 싸움으로 변질돼 사라진 곳이 대부분이다”면서 “예술인들과 주민의 요구는 다양하다. 처음부터 명확한 목적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주가 가진 장점을 활용한다면 전국의 작가들이 찾는 예술창작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송창엽 씨는 “경주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고미술과, 불교미술, 문화재 등 경주를 특화할 수 있는 레지던시를 만든다면 전국의 작가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면서 “또한 제주도는 교통이라는 문제점이 있지만 경주는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작가들이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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