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재난현장 지휘자에서 강서구 자원봉사센터까지

김삼렬 센터장의 특별한 구호현장, 자원봉사 이야기

박근영 기자 / 2021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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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렬 강서구 자원봉사센터 센터장.

재난과 재해, 질병과 고통, 감추어진 곳에 숨어 있는 숱한 어려움, 하다못해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에 경험하는 불편 등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어두운 부산물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어두움을 이겨내는 데도 역시 사람이 나선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 대부분 재해와 재난의 현장을 온몸으로 누비며 현장을 복구하고 치유하던 베테랑 지휘자로 활동하다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가 등록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는 경주 출향인 김삼렬 센터장을 만났다.

-연평도, 세월호, 경주지진까지 전국 115개 지차체 누비며 구호사업 참여 및 진두지휘. 우리나라 재해구호기술 최고수준!
현재는 자원봉사센터에 근무하지만 17년간 전국의 재난 재해 현장을 온몸으로 뛰었던 경험을 먼저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영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세 번이나 도전하고 낙방하는 과정에서 나이가 많아져버렸습니다. 여러 기업들에 도전했지만 나이 때문에 속속 좌절되던 중 저를 받아준 곳이 재해구호협회였습니다”

취업자체를 위해 입사한 재해구호협회였지만 입사 후의 책임감은 누구보다 무겁고 분명했다고 회고하는 김삼렬 센터장은 지금도 재난관련 사고에서 자문을 아끼지 않는다. 재해구호협회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 이후 국가재건비상위원회 위원장 시절 만든 단체다. 

“전국의 재해재난 현장에서 가슴 아픈 순간도 많았고 하나씩 구호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고난과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나마 일으켜 줄 수 있었기에 그 일을 천직처럼 알고 살았습니다”

김삼렬 센터장의 말대로 대한민국 곳곳의 재난현장에는 어김없이 김삼렬 센터장의 땀이 배어있다. 북한의 무도한 도발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던 연평도 포격 현장(2010), 갑작스런 대진동으로 위협을 준 경주 지진 현장(2016), 엄청난 피해를 입힌 울산 태풍 치바 현장(2016),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준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2016), 인천 소래포구 화재 현장(2017), 강릉산불 현장(2018), 지열반전 문제를 야기한 포항 지진 피해 현장(2018) 등 전국의 크고 작은 현장에 걸쳐 무려 115개 지자체와 구호사업을 함께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재난현장을 다니면서도 딱 한 곳, 자신마저도 좌절과 눈물 속에서 희망이라는 말조자도 꺼낼 수 없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팽묵항, 세월호 참사현장이었다며 고개를 숙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합니다. 어른으로서, 재난구호자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뼈아프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김삼렬 센터장은 재난에 대응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재난이 일어났을 때 그 현장을 통제하는 사람들의 현명한 판단과 현장을 책임진 사람들의 확고한 책임의식이 훨씬 중요한 것임을 누차 역설한다.
그런 한편 김삼렬 센터장은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인 행사도 참여했고 미래 세대의 재해구호자를 양성하는 일에도 적극 참여했다. 2018평창 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를 선발하는 면접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했고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하는 2010년 희망브리지봉사단을 창설해 지금까지도 전국 전국 8개 대학 동아리 운영 중이다.

“이 희망봉사단을 통해 무려 88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해구호와 나눔활동을 배웠고 이들이 해준 집수리가 3000가구에 이르렀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습니다”

이외에도 재해와 재난에 대해 외국의 기술과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행안부와 함께 해외로 연수단을 파견한 것도 김삼렬 센터장이 시행했던 사업이다. 각종 재해 관련 연구단체에서 위촉된 임원 활동이나 각종 재해 관련 세미나. 포럼 등에 참석한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 과정 속에서 구호사업팀장을 거쳐 사업국장에 오르는 등 재난 현장의 주요 지휘자로 승진하기도 했고 재해대책유공 행정자치부 장관상 수상(2011), 대구서문시장 화재 구호 관련 유공 대구시장상(2017), 포항 지진 유공 포항시장상(2018) 등을 받기도 했다.

김삼렬 센터장은 법학을 전공한 법학도답게 재해구호와 관련해 유효한 법을 개정하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005년~2007년 재해구호법 전면 개정을 위한 국회 입법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그런 김삼렬 센터장에게 우리나라 재해현장의 기술수준을 물었다. 대답이 놀라웠다.

“우리나라 재해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일례로 연평참사 현장에 독일 취재진이 우리 기술을 보고 깜짝 놀란 적 있었는데 그 이유가 조립식 임시 주거시설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가 2010년, 독일 같으면 텐트나 겨우 치고 현장구호를 하고 있었을 것인데 우리는 사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난방에 뜨거운 물까지 나오는 집을 지어 대응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재해 대응 기술은 어떤 선진국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세부적이고 견고하고 깊은 배려가 수반되어 있다고 단언한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는 이제 재해에 대한 준비가 매우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어지간한 제해와 재난에는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 되었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이전 같으면 조금만 비가 내려도 홍수가 났을 곳들이 이제는 훨씬 많은 비가 와도 문제없이 지나가는 것이나 사스나 메르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인 증거라고 주장한다. 사전에 방지하지는 못했지만 대구지하철 참사를 겪으며 ‘소방방재청’이 발족된 것이나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국민안전처’가 신설되어 재난에 대해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게 된 것도 중요한 변수라고 밝힌다.

↑↑ 2010년 11월, 연평참사 때 임시 집 공사를 하던 중 스페인 취재단과 함께 한 김삼렬 센터장.

-서울에서 자원봉사자 가장 많은 강서구, 자원봉사는 자아실현의 가장 훌륭한 방법, 중산층 기준이라야!

이렇듯 재해와 재난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보니 이제는 재해나 재난에 직접 투입되기보다 복지적인 측면에서 활동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2011년부터 재해구호협회가 적극적으로 시작한 ‘집수리 로드사업’은 김삼렬 센터장이 8년이나 참여하고 진두지휘한 것이다.

이렇게 재해와 재난이 안정화 된 것이 최고의 재해재난 전문가인 김삼렬 센터장인 강서구 자워봉사센터에 근무하게 된 작은 배경이기도 하다. 2020년 9월에 강서구 자원봉사센터 센터장으로 공개채용 된 김삼렬 센터장은 자원 봉사에 대해서도 각별한 의식을 지니고 있다. 자원봉사가 이전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의미가 많았다면 이제는 환경을 보존하고 미래세대를 가르치고 나아가 자아실현까지 이르게 하는 훨씬 광범위한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김삼렬 센터장은 강서구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18만7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는데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다 보니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많아졌을 것이라며 강서구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소문난 지역들에 비해 훨씬 행복한 곳이라며 흡족해 한다.

김삼렬 센터장은 자원봉사를 자칫 거창하게 보는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는 생활 속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자원봉사자의 수가 60~70대에서 가장 많은데 이것은 이 연령대의 어른들에게 자아실현욕구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80대 어르신들이 90대 어르신들께 전화해서 건강한지 안부 묻는 일도 자원봉사가 될 수 있다고.

김삼렬 센터장은 그 자신 오랜 기간 자원봉사를 생활화 해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학 다니며 후배들에게 민법을 가르친 경험을 살려 2007년부터 천주교 살레시오회에서 ‘6호 보호관찰 청소년’을 위한 야학활동을 하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지도해 온 것. 뒤늦은 학구열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경영학, 경제학, 교육학을 연거푸 마치며 방송통신대학교 제1기 홍보단장을 지낸 것도 봉사의 한 예다. 참고로 김삼렬 센터장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과정도 수료했다.

한편 재해기술 수준이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반면 아직 우리나라 자원봉사자 비율은 인구대비 30%로 50%대인 구미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삼렬 센터장은 경제적인 여유 수준만 가지고 중산층이라 칭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 중산층은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주요 덕목으로 두고 있다며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양남면 석읍리 대현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 후 울산과 대구, 서울로 타향살이를 해온 김삼렬 센터장은 경주지진 당시 고향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마음 쓴 것이 늘 자랑스런 고향을 위해 작게나마 마음을 낸 경험이라며 경주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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