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장소가 아닌 문화가 되어야

지역에는 40여개 학교 페교, 물천분교 부지 활용하려는 시

이필혁 기자 / 2021년 12월 02일
공유 / URL복사
↑↑ 경주초 학동분교장,

경주는 학생 수 감소로 매년 1개의 학교가 폐교되거나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청과 경주시는 폐교된 학교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주민 활용사업과 교육사업 등으로 폐교가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찾지 않는 그들만의 학교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경주지역에는 1993년 첫 폐교된 학교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40개 학교가 폐교됐다. 이 가운데 22개 학교가 유상대부와 자체활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3개 학교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폐교는 법인이나 개인에게 매각된 상태다. ‘폐교, 이제는 제대로 활용하자’라는 보도를 통해 폐교 활용의 문제점과 타 지자체의 폐교를 통한 관광객 유치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구강동초 단구분교장

-학교가 사라진다

학령인구 감소와 도심으로 인구 집중, 읍면지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교가 폐교되는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는 40여개 학교가 폐교돼 교육청에서 자체 활용 중이거나 임대 또는 매각된 것으로 조사됐다.

폐교된 학교 가운데 16곳은 개인과 법인 등에 매각돼 교육과 박물관, 연구소, 연수원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1989년 첫 폐교된 감포초 연동분교장은 1989년 매각돼 포항수고실습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구길초와 양북초 권이분교장, 아화초 도동분교장, 서라벌초 황용분교장, 장항초, 양남초 석읍분교장, 양북초 안동분교장, 의곡초 중리분교장, 내남초 명계분교장, 율동초, 내남초 광석분교장, 동방초 내동분교장, 천북초 북군분교장, 양북초 용동분교장, 대본초 등 16곳이 매각돼 연수원, 연구소, 박물관 등으로 쓰이고 있다. 매각되지 않는 폐교는 현재 유상으로 빌려 주거나 교육청에서 자체 활용 중이다. 유상대부 중인 곳은 의곡초 감산분교장과 신원분교장, 모서초 호명분교장, 아화초 천분분교장, 옥산초 하강분교장, 천북초 화당분교장, 강동초 왕신분교장, 의곡초 우라분교장, 양북초 송전분교장, 강동초 단구분교장, 천북초 물천분교, 모아초 모서분교 등은 체험학습장과 캠프장, 훈련원 등으로 유상 대부 되고 있다. 교육청에서 자체 활용하는 곳은 안강북부초등학교와 경주초 화천분교장, 노월초등학교, 경주마케팅고등학교, 전촌초등학교, 가정초등학교, 양북고등학교 등이다. 교육청은 폐교를 빌려주거나 매각하는 대신 외국인교육센터나 과학거점, 재교육장 등으로 자체 활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활용 폐교는 경주초 학동분교장, 구강동초 단구분교장, 양남초 상계분교장, 천북초 물천분교 등 3곳이 남아있는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도 교육청에서 다양한 방안으로 폐교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임대와 자체 활용 등을 통해 폐교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활용 폐교는 시설 노후화와 주변 환경, 토지 소유 문제 등으로 미활용 되고 있는 상황이다. 폐교가 활용되지 않으면 시설 노후화가 가속될 수 있기에 폐교가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양남초 상계분교장

-폐교 활용 오락가락 경주시

폐교된 학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폐교 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폐교들은 교육청이 자체 활용하거나 유상 임대 방식으로 폐교가 활용되고 있다. 폐교된 학교 가운데 경주시가 매입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는 곳이 있다. 바로 천북초등학교 물천분교다.

물천분교는 지난 2017년 폐교된 학교로 2017년 3월 1일 폐교된 이후 지역 주민 10여 명이 학교를 빌려 연간 1500만원을 내고 ‘경주생태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는 물천분교를 매입해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한다.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물천분교 전체 부지는 9550㎡로 공시지가는 2019년 기준 ㎡당 11만6800원 정도다. 하지만 학교 인근 부지가 ㎡당 33만 정도에 거래되고 있어 물천분교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3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경주시가 시립미술관 건립을 세웠지만 시의회는 진출입 문제와 노후된 건물, 비용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자 경주시는 갑자기 문화예술창작소라는 이름으로 물천분교 부지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내 문화예술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시설 등을 확충해 문화도시 경주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시는 물천분교를 시립미술관 건립 유력 후보지로 확정하고 5000만원의 예산으로 용역을 할 예정이었지만 시의회가 반대하자 문화예술창작소로 계획을 바꿔 버린 것이다.

시는 물천분교를 매입 후 리모델링을 통해 전시실과 작업실, 체험공간, 작가 휴게실 등을 조성해 작가들이 정주하면서 작품 활동과 전시, 체험, 문화공연 등이 이뤄지는 장소로 바뀔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 변경은 문화가 아닌 장소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천북초 물천분교.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시립미술관과 창작소 등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철저한 준비가 있어도 연착륙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면서 “물천분교 매입이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장소가 필요해 문화를 끼워 넣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현재 물천분교는 경주시가 매입 의사를 밝히며 교육청과 협의 중인다. 경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경주시가 매입 의사를 밝혀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정확한 매각 가격은 감정평가 등을 통해 결정되며 많은 절차가 남아 있어 정확한 매각 시기는 미정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