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가 관광자원이 된다면?

키덜트 뮤지엄 김동일 관장의 아주 특별한 경주 바다 사랑 !!

박근영 기자 / 2021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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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실로 사용하는 황룡동 폐교에 산더니처럼 쌓아 올린 해양쓰레기들.

경주 시내에서 북천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만나는 황룡동 어느 폐교에는 바다에 띄우는 부표와 낡은 그물, 바다에서 건져 올린 버려진 어로장비들과 나무둥치, 각종 스티로폼들과 기타 해양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폐교에는 목공기계들과 철공기계들이 갖추어진 작업장이 있고 주변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해양쓰레기들이 변신한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서있다. 이곳에서 ‘뜻밖에도’ 보문호반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로 알려진 키덜트 뮤지엄의 김동일 관장을 만났다. 김동일 관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키덜트 뮤지엄 입구에 서있는 해양쓰레기로 만든 미술품들과 역시 김동일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황성동의 네트로 자게 갤러리 카페 입구에 서 있는 해양쓰레기로 만든 미술작품들은 바로 김동일 관장이 이곳에서 손수 만든 작업물들이다.

↑↑ 해양쓰레기로 만든 설치작품 '장려상'을 받은 작품이다-본문참조.

-코로나19로 개점 휴업, 바다에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수거하다 심각한 문제 깨달아.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걸 왜 만드느냐고요? 이렇게 해서라도 경주 바다를 좀 살려 보려고요!!”

김동일 관장이 해양쓰레기 수거와 미술품 작업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부터였다. 네이버에서 ‘경주 핫 플레이스’ 검색하면 황리단길 다음으로 인기순위 2위까지 오르던 키덜트 뮤지엄이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였기에 무료하고 불안하던 김동일 관장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양남이나 양북, 감포 등 경주 인근 해변을 자주 거닐었다.

“그때 보니까 해양 쓰레기들이 지나치게 많은 겁니다. 관광객들은 중요한 일부 해변만 다니거나 해변 중에서도 백사장이나 먼 바다. 등대처럼 눈에 띄는 곳만 보니까 해양쓰레기가 눈에 잘 안 띌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보통 심각한 모습이 아니었어요!”

이때부터 ‘가만히 놀 바에야 환경정비사업이라도 하자’며 키덜트 뮤지엄 김광석 대표와 함께 닥치는 대로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한 김동일 관장은 쓰레기를 수거하면 할수록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바다에서 밀려들어오는 쓰레기들을 아무리 주워 올려도 2~3주 지나서 가면 또 다시 온갖 쓰레기들이 밀려와 있어서 애써 치워놓은 해변들이 도로 엉망으로 더럽혀져 있었던 것. 특히 김동일 관장은 이런 해양 쓰레기들이 주로 어민들과 해안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 의해 버려진다는 것에서 심각성을 느꼈다고.

“이건 마치 습관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특히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부는 날에 맞추어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들을 보기도 했어요”

그나마 경주는 관광 해변이 많아 주민들이 관광객들에게 보여질 바다를 의식해 무턱대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다른 지역보다는 덜 한 편인데도 그런 쓰레기들이 바다를 돌고 돌아 결국 안착하는 곳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 해안이라는 것이다.

심각성을 느낀 김동일 관장은 지난 9월 기자에게 직접 현장을 안내하며 경주시권역에 해당하는 양남, 양북, 감포 등지의 해변 7곳을 보여주었다. 본지 9월 30일자 ‘경주해변. 해양생활쓰레기로 몸살, 심각한 오염’ 제목의 기사는 실상 김동일 관장과 동행 취재한 현장답사 기사였다. 함께 동행한 김광석 대표와 변성희 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 원장은 해안을 답사하며 해양쓰레기들이 주민들이 버린 생활형 쓰레기들이 절대다수임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기사에서 다양한 방향의 문제점을 제기한 장본인이 김동일 관장이었기에 현장에 대한 상세한 안내도 빠르고 쉬웠다.

기사가 나간 후 경주시청 담당공무원과 이 문제에 대해 통화했으나 당시로는 시에서 별다른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각성 자체를 의식하지 못한 채 다만 태풍이 지나간 후 환경단체들과 지역민들이 힘을 합쳐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캠페인을 벌인 정도로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담당 주무관은 오히려 기사를 보면서 문제점을 알았다며 상위자에 보고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청에 소속된 해양 감시원이 15명 활동하고 있지만 해양쓰레기들이 심각하게 널려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이 정기적으로 현장을 감시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임에 분명하다.

당시 답사에 동행한 일행들은 해양쓰레기 문제는 교육과 계몽이 함께 진행돼야 할 문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며 해결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해양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들을 쉽게 제지하지 못하는 데는 부표나 그물 같은 어구들은 부피가 크고 처리비용이 많아서인 만큼 이를 국가나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무료로 수거하거나 주민들이 안심하고 버릴 수 있는 폐기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해안 주민들에게 ‘해양쓰레기를 버릴 경우 결국 쓰레기에 의해 수자원의 질이 떨어지고 해변으로 도로 돌아와 결국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 자신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꾸준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특히 김동일 관장은 그동안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자주 만나본 결과 주민들이 환경의 중요성에 우선 공감할 수 있어야 해양쓰레기 문제가 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너무나 오랜 기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도 된다는 의식을 가지고 살아온 분들이라 해양 쓰레기의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심각하게 꾸준히 홍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깨끗한 바다가 어족을 불러오고 사람도 불러온다는 것을 알고 나면 버리라고 해도 안 버릴 겁니다”

↑↑ 오징어게임을 페러디한 키덜트 뮤지엄의 한 공간연출.

-해양쓰레기들로 깜짝 놀랄 작품제작! 해안길 혹은 해변에 해양쓰레기 이용한 테마파크 만들면 일석삼조!!

김동일 관장은 그런 한편 기존의 해양쓰레기들은 키덜트 뮤지엄에 전시된 작품들처럼 미술품화 시키는 작업을 통해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주의 경우 특정한 해안이나 해변의 빈 땅을 이용해 해양쓰레기를 이용한 전용 설치미술 테마파크 같은 것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운영하면 해양 쓰레기를 무리 없이 재활용할 수도 있고 그 자체로 새로운 관광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일 관장은 이 방면으로 그간 실현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놓았다며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변성희 원장 역시 해양쓰레기를 이용한 테마파크나 해안길 조성 등의 작업은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가치 있게 재활용하고 관광상품화 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비단 경주뿐만 아니라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국 해양 지자체들이 공감할 만한 아이디어지요. 해양쓰레기 처리는 궁극적으로 국토를 깨끗하게 보전하는 일이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진행해야 할 환경사업인 만큼 국가나 지자체는 물론 지역의 주요 공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마침 지난 해 2020년 12월에는 해양환경공단이 주최한 ‘해양쓰레기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김동일 관장과 키덜트 뮤지엄 관계자들이 함께 제작한 작품이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키덜트 뮤지엄 앞에 전시된 당시의 작품은 지금도 키덜트 뮤지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차지하며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홍보하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중이다. 인테리어 전문가 출신인 김동일 관장은 해양쓰레기들을 가지고 재미있는 미술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는데 이 중 한 작품을 재미삼아 출품한 것이 당선된 것이라고.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해양쓰레기가 그냥 쓰레기가 아니고 아주 괜찮은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바다에 버려져 있을 때는 눈살 찌푸리는 쓰레기지만 이렇게 잘 다듬어 놓으니 어떤 재료보다 유용한 미술품 재료가 되었잖습니까? 해양쓰레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이런 데서 생기는 겁니다”

김동일 관장은 요즘도 틈나는 대로 바다로 나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여러 가지 작품들을 만드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김동일 관장은 추후 여건이 허락되면 이런 해양쓰레기들을 가지고 해안 인근 주민들이나 환경에 관심 있는 학생들, 해변을 찾는 관광객들이 손수 작품을 만들어 설치할 수 있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쓰레기의 양은 줄어 들겠지요. 적어도 경주에서 만큼은 쓰레기 줄이는 일에 꾸준히 매진할 각오입니다. 그러다 보면 이 문제에 기꺼이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어나겠지요. 우선 제가 먼저 해 보는 겁니다!”

↑↑ 경주 해안을 답사한 김동일 관장(우)과 김광석 대표(중), 변성희 원장(좌).

한편 김동일 관장은 최근 키덜트 뮤지엄이 변화를 시도했다고 소개한다. 그간 다소 복잡한 전시들에 공간상의 여유를 주었고 최근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반영해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오징어게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키덜트 뮤지엄 입구에는 당연히 해양쓰레기로 만든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고.

경주 보문 호반에 근현대를 관통하는 다양한 추억물을 전시해 인기 높은 관광지를 만들어준 것도 모자라 직접 해안을 돌며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심지어는 그 수거물로 또 다른 경주의 미래를 만들어갈 원대한 포부를 지닌 김동일 관장. 그의 뜨거운 경주사랑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바다에 가서 딱 하나씩이라도 쓰레기를 주워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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