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문화 활성화, 배타성 없는 로컬시민의식 먼저 갖춰져야

희소성 콘텐츠가 SNS효과 가져오듯
로컬문화자원을 잘 녹여낸 마케팅이
로컬 명성 유지 및 성장 가능케

오선아 기자 / 2021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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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가 심화될수록 한 나라가 지닌 고유한 로컬문화는 도태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며, 우수한 로컬문화자원들은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의 답습에만 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로컬문화자원을 독창적 콘텐츠로 재창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역의 자원을 예술과 융합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예술의 대중화는 물론,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 문화자원이 풍부한 경주에서 과거로부터 전수된 조형 이미지의 진부한 답습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경주지역만의 특별한 흡인력을 갖는 특징적 로컬문화예술의 필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문화상품보다 다양성은 물론 수요 측면에서 다가가는 로컬문화가 경쟁력 있다. 지역 로컬문화 발전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가치와 직결된다.

이에 본지는 전국에 분포된 로컬문화자원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성화 사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주지역의 로컬문화자원을 현대의 트렌드에 맞게 재창출, 지역 가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한동훈 센터장.

‘로컬문화자원이 지역 가치 높인다’를 주제로 진행된 기획취재를 마무리하며 경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한동훈 센터장과 인터뷰를 통해 경주지역 로컬문화자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로컬문화상품’ 로컬문화자원 스토리 가미되야 진정한 가치 발현
경주는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유적·유물이 많아 타 지역보다 문화상품이 많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이미지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보니 관광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개발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 문화관광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특산 농수산물이나 전통 공예품 중심의 일회성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문화관광 산업에 적합한 융합적 특화상품이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로컬문화상품’은 과거부터 생활해 오면서 의식주와 관련된 예술 및 가치관을 포함한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상품과 지리적 특성, 자연환경으로 형성된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상품이다.

다시 말해 생활 속 가치관, 철학, 세계관과 같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무형문화와 생활방식에 의해 표출되는 유형·문화의 스토리가 상품에 가미된 것이다.

이는 로컬과 문화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무궁무진한 활용을 기대할 수 있으며, 관광객들이 지역 특유의 이미지를 회상할 수 있는 로컬문화상품은 그들의 재방문이나 확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한동훈 센터장은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루미나 해피 할로윈’이 바로 신라의 전설과 세계인의 축제 할로윈을 콘텐츠로 기획한 대표적인 로컬문화관광상품이다. 10월 한달간 가을 시즌 프로그램 선보인 ‘루미나 해피 할로윈’에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것이 바로 ‘콘텐츠의 힘’인 것”이라고 했다.

실제 ‘루미나 해피 할로윈’은 하루 최다 1만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통해 가을과 야간을 활용한 지역 관광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도 ‘겨울왕국’을 주제로 시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를 모은다.

#로컬문화자원 제대로 활용하려면 ‘역량강화교육’이 먼저
로컬문화자원을 제대로 활용한 로컬문화상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생태계의 선순환 플랫폼 구축을 통해 새로운 미래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데 있다.

‘창작·제작의 문제점’ ‘소비·유통의 문제점’ ‘기반의 문제점’ 등 단발성 지원대책 및 물리적 환경개선이 아닌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플랫폼과 가치’에 대한 ‘로컬 콘텐츠’ 구축이 우선 과제인 것.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변한 요즘, 질 높은 삶과 여가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문화관광상품에 대한 관심은 지역 정부의 지역발전 계획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로컬문화관련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매개체 역할이 되어야 할 공모전이 사후지원, 시상금, 공예품 중심 등에 치중돼 있으며, 공모전 전·후를 체계적으로 지원·육성·조정·통제하는 지속 가능한 전략과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는 통합관리시스템 부재가 안타까운 실정이다.

로컬문화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량강화교육이 먼저다.

한동훈 센터장은 “정부가 창업지원사업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앞서 역량강화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해 경주시가 지역 청년들의 창업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경주시 청년 新골든 창업특구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이로인해 황오동 내 청년창업 9개 팀이 다양한 먹거리와 지역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굿즈, 식음료 등을 제작·판매하는 매장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사업영역을 확장해가려 준비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운영시간에도 문이 닫히거나 자리를 비운 업체들도 있다. 청년창업을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로컬문화상품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창업에서부터 사업화, 기업 성장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된다. 사업체 운영시 홍보·마케팅, 정부의 자금지원 및 투자, 코로나19와 같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대응·극복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젊은 CEO의 등용문과 같은 창업과 기업성장 역량강화 사관학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황리단길.

#황리단길, ‘물리적 환경개선’보다 확실한 ‘로컬콘텐츠’ 갖춰야

젊은 감각의 맛집과 한옥을 개조한 까페가 특화된 황리단길, 낡았지만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옛 점포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가 만난 뉴트로 감성을 자아내는 곳으로 카메라 셔터누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황리단길은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에서 힌트를 얻어 황남동이 한옥지구임을 고려해 자연스레 불리워진 이름이다. 이 일대는 과거 황남동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외관은 옛 모습을 유지한채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개성넘치는 가게가 하나 둘 들어서면서 SNS를 통해 경주의 새로운 명물거리가 된 것이다. 황리단길은 옛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며, 유적지 위주의 관광도시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경주시도 황리단길을 찾은 관광객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황리단길 내 공용주차장을 정비하고 화장실 신축 및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일방통행 도로로 개편하는 등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1100면 규모의 황남동 대형 환승주차장이 조성된다.

한동훈 센터장은 “황리단길은 SNS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요즘 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상대적 빈곤감,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한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나도 여기에 갔어’ ‘나도 여기서 뭐 먹었어’라는 글과 사진을 SNS에 올리며 물리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닌 과시 욕구를 채우는 것에 가까워졌다. 지금까지는 많은 관광객들이 황리단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오랜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황리단길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없다. 시에서도 일방통행, 화장실 신축, 주차장 조성 등 물리적 환경개선에만 신경쓰고 있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황리단길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소비패턴을 반영한 로컬 콘텐츠 구축이 반드시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소성 콘텐츠가 SNS에서 큰 효과를 가져오듯 로컬문화자원을 잘 녹여낸 효과적인 마케팅이 경주황리단길의 명성을 오래 유지하며, 성장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이다.

↑↑ 전주비빔빵.

#고민없이 탄생한 특산빵 많아

지역 특산빵이 범람하고 있다. 마장동 한우빵, 충주 사과빵, 삼청동 경복궁 빵, 진해 벚꽃빵, 연천 주먹도끼빵, 강진 황가오리빵, 울산 간절곳 해빵, 울산 고래빵, 청주 직지빵, 울진 대게빵, 안동 하회탈빵, 울릉도 오징어 먹물빵, 해남 고구마빵, 인사동 똥빵 등을 비롯해 경주에도 황남빵, 찰보리빵, 주렴구빵, 천년미소빵 등 빵의 형태나 재료에 사용한 재료에 지역의 특색을 입혔다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빵의 범람이라는 점에서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기념품으로는 부족하다. 구매자입장에서 관광지를 찾았을 때 부담없는 가격으로 사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고, 제조·판매자 입장에서도 개발과 생산·판매에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한 제품류라는점 때문에 특산 빵이 우후죽순 격으로 많아졌으며, 이에 앞서 우리 지역의 황남빵과 천안의 호두과자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동훈 센터장은 “전국에서 만든 빵들은 모양만 다를뿐 비슷한 재료를 사용해 지역을 대표하는 기념품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니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는 빵들도 대다수다. 로컬이란 것은 전주 비빔빵, 여수 동백꽃빵 등과 같이 다른 지역의 빵과 차별화 시키는 것이다. 전주 비빔빵은 어른신들의 ‘손맛을 그대로 빵에 넣어보자’는 생각으로 평생 먹어온 전주의 자랑 비빔밥을 빵의 소로 쓰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비빔빵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한옥마을에도 입점해 지역의 대표 빵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양만 바꾸는 것이 콘텐츠가 아니다. 우리 것을 입혀야 진정한 콘텐츠가 되고, 그것이 바로 로컬문화자원을 활용한 로컬문화상품이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주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상권르네상스사업을 전개
경주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르네상스사업’에 선정돼 내년부터 2026년까지 80억원을 투입해 경주중심가 일대에서 관광과 상업을 융합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게된다.

현재 대릉원과 황리단길에 넘쳐나는 관광객을 도심으로 끌어와 지역상권의 균형발전을 돕고, 도심상권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시는 신라천년의 빛과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는 ‘신라의 거리’와 스마트 상권 육성을 위한 ‘스마트 신라’, 청년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홍보마케팅 콘텐츠의 ‘신라의 청춘’, 상권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한 ‘신라의 연합’ 등 4개 테마로 나눠 중심상가를 경주만의 특색을 지닌 상권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특정단체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계층을 참여시켜 새롭게 변화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타성이 없는 로컬시민의식이 먼저 갖춰져야 하며, 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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