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지원에서 끝내지 말고, 우수한옥인증제와 같은 후속 지원도 필요

주거용, 상가용 한옥 구분해서 지원

이재욱 기자 / 2021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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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건축·도시 분야에서 가장 한국적인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도시경관과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한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뜨거워지는 한류열풍은 수많은 외국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고 있고, 이들은 한국의 문화를 눈으로 보는 것에서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역사문화도시들은 지속적으로 우리문화를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한옥에 대한 지원조례를 제정, 기존 한옥의 보수와 신축 한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본지는 경주지역의 한옥 현황과 지원조례, 타 지역의 사례들을 보도하며 지역이 나가야 할 한옥의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대목장 조재량 씨.

‘역사문화 도시의 시작은 한옥의 유지보수와 지원에서부터’ 기획취재의 끝으로 ‘송련재’의 대표인 대목장 조재량(55) 씨와 인터뷰했다.

조재량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이수자, 1996년 경복궁 복원공사 현장에 들어가 근정전, 경회루, 자경전 등 수리. 2011년 여름까지 경복궁 동궁 권역 복원공사, 태원전 권역, 건청궁 권역복원공사, 광화문 복원공사, 창덕궁 구선원전권역, 규장각 권역 복원공사에 참여, 2016년에 시작해 2018년에 마무리한 경복궁 흥복전권역 복원공사에 목수 도편수로 참여했다.

#한옥의 필요성
한옥은 서양옥(양옥)의 건축양식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크게 보자면 한옥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의 기와집부터 시작해 과거에 지어진 모든 집을 일컫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한옥’은 한자어 ‘한(韓)’과 ‘옥(屋)’을 합해 만든 말로서 한국의 집 또는 한민족의 집으로 이해된다.
한옥은 지역과 시대에 따른 형태적 차이가 명확하지 않고, 그 원형을 쫓는 일도 간단하지 않으며, 시대별, 지역을 걸쳐 계속 사용돼 왔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시대별 지역별로 조금씩 특징이 다르다. 고택을 제외한 국내에 있는 한옥들은 어느정도 현대화에 되어 있는 한옥이라고 보면 된다.
한옥은 그 자체로 이미 우리나라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아파트와 빌라 같은 다주택 건물이 주거공간으로 인기 있지만, 한옥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한옥은 사람을 여유롭고 건강하게 만든다. 한옥은 오랜 세월 이 땅의 기후와 조건에 순응하여 지어진 한국인의 독창적이고 전통적인 주거양식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주거공간에 합리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적용해보지 못했다. 근대 이후 우리는 오로지 주택의 획일화와 대량생산에만 초점을 맞춘 기능적인 공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제 이주 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아파트촌에 사는 많은 이들이 한옥을 동경하고 한옥의 공간과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는 데에는 이처럼 상처 입은 경험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상처를 치유하려면 한옥에서 살아보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사람이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 역시 진실이다. 즉 공간이 사람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제대로 된 공간은 무엇인가. 한옥에 살다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를 한옥이라고 보아야 하나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다.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이러한 질문들이 어떤 심리나 필요와 연관되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초가지붕과 기와를 이은 것만이 한옥인가. 요즘 들어 신한옥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는데 나도 소위 전문가들에게 무엇이 한옥인지 묻고 싶다. 단순히 과거의 틀에 박제된 건물만을 한옥이라고 보아야 한다면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흙이나 대나무, 또는 돌을 쌓아 벽체를 만들더라도 함석이나 슬레이트 혹은 돌기와로 지붕을 마감한 것은 한옥이 아닌가. 많은 이들이 한옥하면 기와집만을 연상하는데 우리 스스로 이런 형식과 제약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옥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이것은 공공건축과 주택의 경우를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건축에서는 집성목이나 철, 스텐레스 등 금속 구조재의 사용이 늘고 있다. 주택에서는 시스템 창호와 단열성능이 우수한 내, 외장재를 사용하여 외관이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으로 뛰어난 집을 짓고 있다. 부정적인 점은 시각적인 효과에 과도하게 치중한다는 점이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과도한 조명과 내부에서 볼 수 있는 외부의 조망을 중시하는 흐름이 대세이다. 공간의 편안함이나 특정한 공간이 주는 느낌을 중시하기보다는 방과 대청에서 보이는 조망만을 중시한다거나 화사한 조명으로 스스로를 비추는 집들이 많아졌다. 과거의 한옥들과 비교해 보면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남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포인트, 즉 독특한 구조와 실용적이지 않은 들창이나 천창과 같은 건축적인 장치들을 선호하는 경향도 크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과거에 비해 크고 높은 공간을 계획하다보니 부재들이 커지고 주칸길이에 따른 적절한 부재의 비례를 찾아내는데 실패한 건물들이 의외로 많이 보인다. 전통가구와 예술, 전통건축 분야에서에서 한국적인 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이 비례와 조화인데 그것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들을 볼 때가 가장 아쉽다. 돈 많이 들여 투박하고 못생긴 집들을 짓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 은평한옥마을에서 시작된 2층 한옥도 기존의 한옥과는 사뭇 다른 형태와 공간을 보여주고 있는데, 구조와 공간을 디자인 하는 측면에서 정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한옥지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모든 일이 그렇지만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지원을 하기에 앞서 큰 그림을 먼저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특색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고 목표가 뚜렷하되 단기간에 효과를 보려한다거나 지자체장들이 임기 안에 마무리해서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정책을 남발하면 안 된다.

최근 한옥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거주형 한옥보다는 젊은 사람들의 1회성 방문을 유도하는 보기에 좋은 한옥 숙박업소나 상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한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조차도 상가를 건축하는 상인들이 대부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옥지원제도는 좋지만, 거주형 한옥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한옥이 재료부터 건축까지 드는 비용이 양옥에 비해 상당히 고가이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빠르고 값싸게 만들어지는 것 중에 명품은 없다. 좋은 것이 없고 짝퉁과 가짜들만 수두룩한 도시에서 무엇으로 사람들을 유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경주만 하더라도 이미 너무 많은 아름답지 않은 건물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 볼 때마다 괴롭다. 이것이 전통의 아름다움인지 전통의 왜곡인지, 아니면 불시착인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앞으로는 아름다운 한옥을 지으려는 건축주에게 좀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사유재산이어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면 공공건축만이라도 제대로 지었으면 한다.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에서는 모두가 배울 점이 많은데 우리는 이미 많은 기회를 놓쳐 버렸다. 각 지자체에서 싸구려 여인숙 정도로 지어온 한옥마을이 어떻게 운영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고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경주는 지정학적으로 국토의 남동쪽에 치우쳐 있긴 하지만 역사와 전통문화, 예술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신라 천년의 역사 속에서 경주는 결코 작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경주가 키워낸 몇 몇 분들을 알고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심미안과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최근 경주에서 신라왕경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복원(復元)이라는 단어에 공감하지 않는데, 마땅히 시대의 필요에 의한 중건(重建)이 돼야 한다. 크게, 멀리 보고 아름다운 것, 최고의 것을 만드는 장인과 건축주 혹은 공공건축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통일신라 이후 시간이 조금 흘렀다고 해서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작아지면 안된다.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식으로 지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경주시 소유의 ‘한옥 모델하우스’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경주시민들이 언제든지 둘러볼 수 있는 한옥 모델하우스를 경주시가 ‘거주형 한옥’, ‘상가형 한옥’으로 나누어서 건축해 누구든지 둘러볼 수 있도록 개방해놓는다면 경주시의 한옥지원제도가 지속적으로 홍보되고, 시민들도 한옥을 건축할 때 어느정도 비용이 들고, 어떤식으로 지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거주형 한옥과 상가형 한옥을 지을 때 지원비를 각각 다르게 책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지자체의 지원이 금전적인 부분에서만 시작되고 끝나면 안된다. 거주형이든 상가형이든 우수하게 지어진 한옥에 한해서는 그 소유주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해줘야 한다. 서울 우수한옥 인증제가 바로 그런 것이다.

자신이 지은 한옥이 경주에서 우수한 한옥으로 채택되면 소유주와 건축가에게는 자부심이 생기고, 추후 한옥을 지을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는 경주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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