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몽퇴르에서 레만 호수를 바라보다

이종기 시민 기자 / 2021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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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 호수로 가는 길
우리는 7월 25일 오후 프랑스와 스위스에 걸쳐있는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만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이 호수는 일명 제네바 호수라고도 하며 자그마한 도시인 몽퇴르 시가지를 지나갑니다. 맑고 아름다운 풍경에 파란 하늘과 초록 산허리가 어우러진 자연 환경에 입이 벌어졌어요. 순간 40여 년 전 KBS1 TV 에서 방영한 한운사 선생의 각본인 연속극, ‘레만호에 지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한국 전쟁 때 헤어진 남북한 부부의 애틋한 사연을 주제로 한 연속극으로 이곳에서 촬영 한 것인데,레만호를 보는 순간 ‘와~’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 몽퇴르시의 레만호수 전경.

-유명한 휴양도시 몽퇴르 호반 산책

인구 2만정도의 작은 휴양도시로 포도가 많이 생산되는 곳입니다. 레만 호수를 끼고 약 16km의 산책로가 이어있어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 코스를 걷게돼요. 호반 동서로 아름다운 주택들이 강을 바라보고 서있고, 호수 가에는 여기저기 거위들이 몇 마리씩 무리를 지어 꺅꺅거리며 헤엄쳐 놀고, 강에는 보트들이 한가로이 떠다녀요. 유람선도 도시와 강과 산으로 돌며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요. 호수 건너편에는 프랑스의 산들이 둘러있어 호수를 사이에 두고 하늘과 산, 도회 그리고 강물이 그림처럼 어울러 보여요. 호수라기보다 70여km의 길이에 그 강폭이 커서 마치 큰 강과 같은 느낌을 주어요. 산책로 중간쯤에는 다양한 예술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서있는 데, 특히 록 클럽의 대부(代父)인 ‘프레디 머퀴리’의 동상이 오른 손을 번쩍 들고 호수를 향해 서있는 게 눈에 띕니다. 이 호반도시를 무척 사랑하고 이곳에서 생활하며 많은 노래를 작곡했다고 해요. 7월 중순이면 이 동상 중심으로 시행되는 째즈 페시티벌 축제가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요즘에 이곳에 관광객들이 많이 모인다고 합니다.

↑↑ 레만호의 시옹성 전경.

-레만호의 시옹성(城) 관광

몽트뢰에서 호반 산책로를 따라 동쪽으로 4km 정도 가면 ‘시옹성’이 있어요. 매년 평균 35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9C에 지어진 중세 시대 고성입니다. 거대한 암반위에 세워진 성으로 2개의 원형 벽, 25채의 건물, 3개의 정원으로 되어있어요. 꼭데기가 여러 개의 원추형으로 생긴 성인데, 그간 와인저장소, 지하 감옥, 중세 상인들의 통행세 수금소 등의 역할을 했었다고 합니다. 병사 숙소와 성주 숙소와 예배당, 감옥이 있으며 제네바의 종교 지도자, 보니바르가 4년간 수감된 곳이기도 해, 영국시인 ‘바이런’이 이곳에 들러, 이를 주제로 ‘시옹성의 죄수’라는 시를 지어 남기기도 했답니다.

↑↑ 차량도난사고를 조사하는 몽퇴르 경찰.

-시옹성 주차차장에서 생긴 일

시옹성 구경을 하는 동안, 주차장에 세워둔 차안에 둔 짐이 도난당하는 황당한 일이 생겼어요. 렌트카 우측 유리창이 박살이 나고, 짐 가방 2개가 없어졌어요. 더욱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건 가족 여권 4개가 짐 따라 없어졌다. 이곳에 간간히 생기는 집시들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경찰이 현장에 나와 조사를 하고 한국대사관에 연락, 상황신고와 여권 발급 신청을 했어요.

↑↑ (주)스위스 대한민국 대사관의 태극기와 무궁화.

-주 스위스 한국 대사관에서 여권 재발급

한국대사관은 스위스 수도 ‘베른’에 있어요. 이튿날 대사관을 찾았습니다. 숲속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으며. 정문 우측기둥에 ‘대한민국 대사관'이라 적혀있었고, 하늘에는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또한 정원에는 울긋불긋한 무궁화가 피어있어, 여정에 지친 우리의 심란한 마음을 품어 안아 주었어요. 여직원이 신분 확인, 사진입수, 본국 조회 등 한나절 동안이나 점심을 거르면서까지 여권 발급에 최선을 다해주었어요. 맡은 직분에 충실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공직자상을 보았어요. 새로 만든 여권 4개를 넘겨주며 정문까지 따라 나와 배웅해주는 그녀의 배려에서 진한 동포애를 느꼈습니다. 정문을 나서는데 무궁화는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고 창공에 휘날리는 태극기는 무한히 평화롭고 멋져보였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고 내 조국 대한민국에 감사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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