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보이려는 것 아니에요, 눈 보호 때문!!”

한강 둘레길에 나타난 선글라스 쓴 견공 ‘페코’

박근영 기자 / 2021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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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건강을 위해 선글라스를 쓴 페코.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 동물에 대한 윤리의식이나 사람 중심 아닌 반려동물 중심의 사고도 조금씩 자리 잡는 추세다. 반려 동물들을 가꾸는 것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예를 들어 강아지 발에 신발을 신기거나 강아지들에게 덧옷을 입히는 것이 과연 강아지에게 좋은 것인가, 강아지를 안고 다니는 습성이 강아지를 위하는 일인가 하는 등의 논란이다. 강아지 털을 묶거나 염색하거나 밀어버리는 행위도 그게 단순히 사람들의 만족감을 위한 것일 뿐 강아지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강아지를 아이 꾸미듯 한다고 할 테지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아이와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강아지를 동일시 하는 자체도 문제일 수 있다.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심지어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소정의 자격시험도 치른다. 우리나라도 공인된 것은 아니지만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식 자격시험이 생겼다.

지난달 29일 조정 경기장이 자리 잡은 한강 둘레길에 선글라스를 멋있게 착용한 반려견이 등장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인 반려견은 우리나라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베를링턴 테리어’라는 견종으로 이름이 페코다. 대체적인 사람들의 반응이 ‘멋지다’는 것이었는데 견주의 말이 전혀 의외였다.

“페코는 올해 13살 된 암컷입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7~80세 가까운 고령인 셈인데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신체기능이 떨어져 있어요. 눈도 당연히 나빠져 불편한데 선글라스를 채운 것은 멋을 위해서가 아니고 눈을 보호해 주기 위한 조치입니다”

뜻밖의 말에 반려동물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와 함께 사는 동안에는 불편하지 않게 돌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준 페코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요”

그래서인지 견주와 페코는 말도 잘 통하는 듯 보인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페코는 마치 익숙한 듯 자세를 잡아준다. 13살의 나이보다 훨씬 건강한 듯 보이는 페코를 내려다보는 견주의 시선도 자애롭다. 무엇보다 멋있게 꾸밀 생각에서가 아니고 눈을 보호하려는 생각에서 선글라스를 끼워주었다는 말이 더없이 인상적이다. 말로만 반려견이라고 하면서 호들갑 떠는 주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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