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생존위해 수도권으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 (전국의 대학 이전과 통합 사례)

이필혁 기자 / 2021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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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는 불국사와 첨성대, 동궁과월지, 천마총 등 신라 문화를 간직한 역사·관광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중·소 도시 가운데 동국대 경주캠퍼스, 경주대학교, 위덕대학교, 서라벌대학 등 4개의 대학이 존재하는 대학 도시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 4개 대학이 존재는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근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경주의 경쟁력 중 하나인 대학들의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4개 대학 중 경주대학교와 서라벌대학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돼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최근 위덕대마저 일반재정지원대학에서 제외되면서 지역 대학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기에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최근 대학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지역 주민들은 대학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대학이 이전하면 인근 대학가는 물론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이 강력히 반대했다. 대학은 학재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히며 대학 이전은 최후의 방안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 이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옮긴 대학들. 1~2 동양대 북서울 캠퍼스. 3 청운대 인천 캠퍼스. 4 경동대 양주 캠퍼스.

-전국 대학 이전과 통합 사례

학령 인구 감소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지방의 대학들은 탈출구로 대학 수도권 이전을 외치며 지방 탈출에 나서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학령 인구 감소와 경쟁력 약화 등 생존을 위해 수도권은 불가피하다며 대학들이 이전하고 있다.

지방대학이 수도권 이전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도권으로 대학을 옮긴 곳은 2010년 이후 1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권에서는 영주에 있던 동양대가 경기도 동두천에 북서울캠퍼스를 개교했으며 경산의 대경대학교도 남양주에 캠퍼스를 개교했다.

광주에는 서영대가 경기도 파주로 캠퍼스를 이전했다. 충남 홍성에 있던 청운대는 인천광역시로, 전북 임실의 예원예술대는 양주시로, 제천 세명대는 하남, 충남 금산의 중부대는 고양시, 강원도 고성 경동대는 경기도 양주로 이전하는 등 지방대학의 수도권 러시가 이어졌다.

이후에도 지방의 여러 대학들이 수도권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설은 지역 사회에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 대학이 수도권으로 대거 몰린 것은 미군 주둔지 이전이 가장 컸다. 그 동안 수도권에는 대학을 증설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하교 증설이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주변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서 학교를 반환 공여지역이나 주변지역에 이전 및 증설 행위·인가·승인 가능해졌다.

그 결과 해당 시도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반겼고 지방대는 생존을 위해 수도권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 유치로 경쟁력 강화하려는 수도권
지방 대학의 수도권 이전은 지방대학의 이전 필요성과 수도권 지역의 경쟁력 강화라는 요구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사항이다.

경기도는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0년부터 지방대학의 경기도 이전 방안을 모색해 왔다. 경기도는 2010년 경기도 대학유치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연구 등을 통해 대학 이전이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펴오고 있다.

경기도는 연구 용역에서 ‘대학의 독립캠퍼스 설립은 많은 비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일이며 경기도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캠퍼스 설립에 많은 이점이 있다’며 ‘특히 지역의 접근성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지방대학이 지방을 떠나는 것은 지방에 있으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면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하지 않으려면 수도권 이전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방 대학은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에 대학 이전은 해당 지역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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