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아트서울(PLAS)2021 출품한 김정자 화백

‘공간접기’로 독창성 완성, 지역작가 후원하는 정성 두터워

박근영 기자 / 2021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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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화백의 독창적인 미술세계를 표현한 공간접기의 한 작품.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6회 조형아트서울2021(PLAS2021)이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예술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방역과 첨단 방역 장치들이 동원된 철저한 방역으로 오랜만에 열린 미술전시회였다.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갤러리들과 내공 있는 작가들이 대거 몰려나와 코로나19로 인해 더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예술혼을 마음껏 뿜어냈다. 무려 700여 명이 작가들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는 총 2500여 작품들이 수집가들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박미희 작가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정자 화백.

-JJ갤러리 관장으로 경주 작가들 오래 지원, 뜻 맞는 작가들과 부산· 서울 아트페어 등 진두지휘

경주에서도 김정자 화백이 이끄는 ‘JJ갤러리’ 이름으로 일단의 작가들이 서울 시장을 상대로 자신들의 예술 세계를 펼쳐보였다. 가장 먼저 공간접기로 확고한 자신의 미술세계를 구축한 김정자 작가를 비롯 몽환적 고래 그림을 그린 꽃님 작가, 강렬한 색대비와 개성 있는 연출로 인상적 작품을 그린 류정훈 작가, 아크릴에 금박을 사용해 양각으로 도드라진 그림을 그린 박미주 작가, 혼합재료에 만다라를 소재로 작품을 꾸민 박미희 작가, 버블 독 조각을 선보인 오동훈 작가, 열정적인 경주의 숲을 펜화로 내건 이상수 작가, 옻과 혼합재료로 민화 풍 작품을 연출한 이영실 작가, 단순화 시킨 사물을 두터운 터치로 강렬하게 표현한 정경희 작가의 작품이 전국에서 몰려 든 작가들과 관객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경주 작가들의 이번 서울 나들이는 세상을 향해 최대한 자신의 예술혼을 알려야 한다는 김정자 화백의 열정에 뜻을 같이 한 작가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다. 단순히 작품만을 보여주기 위한 단체전이나 개인전이 아닌, 자신의 이름과 작품성을 걸고 시장에 포문을 여는 전시회인 만큼 어지간한 자신감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전시회가 아니다. 김정자 화백은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작가들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마음을 썼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전시회 이틀째 김정자 화백의 소감이다.

“이런 큰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나는 것은 작가들에게 매우 큰 경험입니다. 저와 함께 오랜 기간 함께 마음을 나누어온 작가들이기에 뜻을 모아 이번 전시회에 함께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출품한 작가들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추구하는 작가들인 만큼 이번 기회에 좀 더 넓은 미술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바랍니다”

김 화백의 경주 및 인근 지역 작가들과 연대해온 이력은 비단 이번 전시회 뿐만 아니다. 지난달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2021)에도 JJ갤러리 이름으로 지역 작가들과 함께 출품했다. 무엇보다 현곡면에 설립한 JJ갤러리는 김 화백이 자신의 작품 세상을 공고히 하고 경주를 비롯한 지역 작가들을 지원하는 첨병 노릇을 단단히 하는 산실이다. 마침 5월 중순, 무르익은 작약꽃밭으로도 유명한 JJ갤러리는 14일 현재 순간에도 오동훈 작가의 실내 및 야외 전시회(5월 20~6월 19) 준비로 분주할 정도다. JJ갤러리는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를 보냈던 작년에도 초대전과 기획전을 망라 5번의 전시회를 열었고 올해도 지난 3월 ‘JJ갤러리 소장 신작품전’을 연 바 있다.

마침 PLAS2021전시회에는 JJ갤러리로 출품한 박미희 작가가 함께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박미희 작가는 만다라를 통해 자신의 내면적 치유를 경험한 후 관객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전하고 싶어 만다라를 소재로 한 그림을 즐겨 그린다고 작품을 설명하며 이번 전시회에 김정자 화백의 지원과 격려가 컸다고 소개했다. 함께 열정을 쏟아가며 작품 활동을 하는 동지이자 선배로서 김 화백의 작품에 대한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지역 작가들을 후원하는 정성에 고마움을 표했다.

↑↑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정자 화백.

-‘공간접기’는 제 작품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제 내면의 다양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도 됩니다.

이런 헌신에도 불구하고 김정자 화백은 자신을 갤러리 관장보다는 부단하게 작품을 추구하는 작가로 더 각인시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김 화백은 전통적인 구상작가로 특히 꽃 그림에 일가를 이룬 작가다. 30여년에 이르는 본격적인 미술작업, 1998년부터 단체전과 해외 교류전, 2004년부터 개인전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려온 김 화백은 그러나 일상적인 그림으로는 자신을 세상에 각인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현할 작품을 만들고자 고민했다. 그게 바로 공간접기!
“5년 전쯤 종이접기를 가르치다가 불현 듯 떠오르는 영감이 있어 ‘시야에 들어오는 대상을 접어서 본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공간접기의 시작이었어요. 평면을 접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표현함으로써 대상의 단순한 외형뿐 아니라 다면적이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었지요”

김 화백의 공간접기는 빠른 시간에 평단의 호평를 끌어내며 자신만의 독창성을 분명히 증명했다.

“워낙 실력 있는 작가들이 많이 활약하는 곳이 우리나라 화단입니다. 그런 만큼 뚜렷하게 개성과 독창성을 살리지 못하면 자신의 이름을 어필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김 화백의 공간접기는 다양한 대상에 적용되며 특유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표현해 왔다. 먼 산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가득 채운 환상적인 양떼구름이 세로로 뭉턱 접혔는가 하면 거친 붓 터치의 해바라기 밭이 푸른 하늘 아래 사각 터널식으로 접히기도 했다. 구름이 펼쳐진 초록 평원에 외로인 선 나무 한 그루가 가로로 몇 차례나 접히기도 했다. 하늘과 바다. 눈부신 석양, 푸른 청보리밭도 여지없이 접혔다.

놀라운 것은 접히지 않았을 때 그림의 완성도다. 김 화백 자신의 말처럼 오랜 기간 구상작품을 그려온 내공이 여실히 드러날 만큼 아름다운 그림이다. 김정자 관장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밝고 환한 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며 대상을 섬세하고 정밀하게 표현한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시원한 청량감과 함께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그런 그림이 접힌 상태로 그늘지거나 사선으로 비껴진 면을 조명한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승화된다. 그것이 김 화백이 추구하는 내면 혹은 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아무런 의문도 들지 않는다. 접힌 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펼쳐진 면을 쉽게 보는 재미보다 몇 배나 강하다.

김 화백이 창조한 새로운 조형미는 2019년 6월 서울 ‘인사아트센트’에서 열린 개인 전시회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인사아트센트는 작가의 역량이 인정되지 않으면 쉽게 대관해주지 않는 까다로운 곳으로 소문 나 있는 곳이다.

김 화백은 공간접기를 위해 사물을 사진으로 찍은 후 실제로 이를 접어가면서 대상의 변화를 세밀히 관찰한 후 그것을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인생의 깊은 성찰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공간접기를 통해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보는 것은 한편으로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 행복 등 다양한 질곡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똑 같은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기도 하는 원리와도 통하지요”

↑↑ 작약꽃이 만발한 현곡면 소재 JJ갤러의 풍경.

이를테면 김 화백은 자신의 공간접기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다각도 또는 다면체로 관조하는 또 다른 경험을 하는 셈이다. 이런 성찰로 인해 생성된 에너지가 김 화백이 작품활동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되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성의로 발현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제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여서 누구나 인정하는 작가가 되고 싶지요. 공적(公的)으로는 경주에 개인 미술관을 여는 것이 꿈입니다. 거기에 저의 작품을 오래 보존하며 공개하고 싶고 경주의 명망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오래 전시하고 싶습니다”

경주가 역사 문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천 년 이전 조상님들에 의존한 채이다 보니 현대적 예술문화자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김정자 화백은 실력 있는 경주 미술인들과 함께 지금 살아 있는 경주의 미술문화부흥을 일으키고 싶다고 강조한다. 정글 같은 조형아트서울2021(PLAS2021)에 당당히 자신의 실력으로 진검승부 하는 김정자 화백, 그리고 뜻을 함께 하는 작가들을 보면 그날이 멀지 않다는 확신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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