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최고의 여행지, 태양의 나라 스페인에 가다(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궁전의 위용·아름다움 이슬람 건축의 으뜸

이종기 시민 기자 / 2021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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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람브라 궁전 입구.

▲스페인 ‘그라나다’가는 길

절벽의 도시 론다역에서 아침 일찍 기차로 그라나다로 향해 출발했으나 중간에서 기차가 정차를 했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내려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탔어요. 철로 공사로 인해 버스로 갈아탄 것입니다. 버스차장 밖으로 끝없이 전개되는 올리브 들판, 가축들과 푸른 초원, 석류나무 단지등 목가적인 풍경이 율동적으로 이어지면서, 이방인의 피곤한 심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습니다.

그라나다는 서유럽에서 이슬람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스페인 남쪽의 도시로, 인구 12만정도의 그라나다주의 주도입니다. 그라나다가 ‘석류’라는 뜻을 가지고 있듯이 석류, 올리브, 술, 과일 등의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있어요. 이곳에는 아름다운 농촌풍경에, 특별히 이슬람 무어인의 ‘알람브라 궁전’과 ‘알카사바 요새’ ‘알바이신’ 등 훌륭한 이슬람 계 건축물이 있어, 세계의 유명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 알람브라 궁전 정원.

▲살아 생전 꼭 한번 보아야할 아름다운 건축물 '알람브라 궁전'

오후 2시쯤 미니버스를 타고 알람브라 성 앞에 도착했습니다. 몇 개의 언덕으로 된 이 도시에서는 고지대 좁은 길이 많아, 미니버스가 주된 운송수단이예요. 천천히 언덕을 돌며 내려다뵈는 마을 경관이 나무 사이로 좋은 구경꺼리가 되어, 멋도 있어요. 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 시내 어디서나 쳐다보이는 800여미터 언덕에 요새처럼 도사리고 있는 알카사바 성안에 있어요. 죽기 전에 꼭 한번 가 보아야할 곳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성안에 들어서자마자 ‘사자의 정원’이 우람하게 나타납니다. 흰 대리석으로 된 12마리의 사자상이 떠받치는 분수가 있는 곳인데, 사자 입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정원에 이어지는 수로(水路)를 따라 구석구석 흘러간답니다. 아랍인들의 평소 물에 대한 애착심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아요.

알람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성’이라는 뜻으로, 붉은 벽돌로 쌓아 만든 견고한 성이지요. 이성을 지키기 위해 무어인들의 피나는 노력과 그라나다인들의 희생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는 의미가 포함된 성으로 이해돼요. 이 궁전은 이슬람의 나스르 왕조가 건설(1238-1358)한 것으로 알카사바 성곽, 나스르 궁, 카롤로스 5세 궁전 등으로 나누어있어요.

나스르 궁에는 대 항해 시대 많은 식민지 사신과 대사의 접견실로 사용되던 ‘대사의 방’ 으로 불리는 많은 방들이 있으며, 왕비가 사용하던 ’두 자매의 방’이 호화스럽게 만들어져있어 시선을 끕니다. 이슬람 왕가에서 여름에 사용하던 분수와 꽃으로 가꾼‘왕의 여름별궁’도 있고요, 왕족들이 투우를 즐겼다고 전하는 원형의 ‘카롤로스 5세 궁전’은 지금은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 알람브라 궁전 원경.

▲알람브라 궁전을 유명하게 만든 이야기들

(1)나스르 왕조 마지막 왕이 스페인 페르난도 2세에게 항복하고, 이 궁전을 바치고 떠나면서 ‘그라나다를 잃는 것 보다 알람브라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더 슬프다’라고 독백할 만치 궁전의 위용과 아름다움은 이슬람건축의 으뜸으로 평가를 받고 있어요.

(2)스페인의 세계적인 기타 작곡가인 「타레카」(1852-1909)가 만든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궁전에서 받은 쓸쓸한 영감을 기타로 노래한 애잔한 곡으로, 궁전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회자되는 노래랍니다. 타레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나, 거절당하고 이별 길에 이 궁전에 들러, 궁전의 서글픈 역사와 자신의 비련을 비유하여 지은 노래인데, 불세출의 좋은 기타 곡으로 이 궁전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3)스페인의 카톨릭왕조가 이슬람 무어왕으로 부터 항복을 받아 무혈 입성하였으나 그 후 이 궁전은 거의 방치되어왔어요. 1832년 미국작가 「워싱턴 어빙」 이 궁전에 머물며, 궁전과 무어인들의 전설을 담은 ‘알람브라의 이야기’란 책을 쓰면서, 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고, 스페인 정부가 이 궁을 복원함으로써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 스페인을 여행하던 헤밍웨이가 “스페인에서 단 한곳만 가라고 한다면 그라나다로 가야한다”고 말했다는데 아마도 알람브라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 같아요. 하루 평균 관람자수가 1만여 명 정도라고 하니 대단하지요.

↑↑ 알람브라 궁전 12사자상.

▲알람브라궁전, 구경할 곳은 많고, 날씨는 뜨겁고

이 성안과 궁전은 찬찬히 보기에는 너무 볼거리가 많고, 너무 넓고, 너무 오묘하며, 미로의 연속이었습니다. 스페인 7월의 오후는 뜨거운 햇빛에 애들하고 대식구가 다니기는 너무 더웠어요. 그러나 딸 내외는 측백나무 터널, 성곽 수로길, 가급적 나무 그늘이 있는 정원으로, 그리고 수로(水路) 쪽으로 햇빛을 피해 잘도 다니면서, 자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더군요. 그런 그들을 보는 우리는 꼬마들이 힘들까봐, 대충보고 나가자고 말하고 싶지만, 그들 가족의 일이라 입안에서만 맴돌았어요. 성안에 편의점이 있어 아이스크림이나 찬 음료를 사서 먹어도 먹을 때 뿐, 이곳의 오후 2-3시간은 모두에게 힘들었던, 뜨거운 여름 한 때의 여행이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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