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어반스케치 정동식 회장, 전시형 운영위원장, 어반스케치 효용성, 60년 신라문화제와 맞먹는다?!

박근영 기자 / 2021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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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어반스케치 정미소 전시를 이끈 두 주역, 오른쪽이 정동식 회장, 왼쪽이 전시형 운영위원장.

-황남동 정미소 전시에 3000여 관객, SNS와 함께 뜨거운 반응 18일에는 어반스케치공식도시 선정도

경주어반스케치 전시회가 황리단길 동편 폐정미소에서 4월 4일부터 시작해 25일 막을 내렸다. 이 행사에는 줄잡아 2500~3000명의 관객이 다녀가며 코로나19의 상황에서도 대단한 열기를 뿜어냈다. 마침 이 전시회가 열리던 지난 18일 정동식 경주어반스케치 회장이 경주가 세계어반스케치협회로부터 어반스케치공식도시로 선정됐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어반 스케치(Urban sketch)는 화가 겸 시애틀 타임즈 기자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Gabriel Campanario)가 창시한 미술가들의 비영리집단으로 세계 각국에 단체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전국적으로 1만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사는 도시나 여행하는 도시를 간략한 스케치로 그리고 규약 상 이웃 도시 회원들과 교류활동을 권장하고 있어 도시 간 문화교류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경주어반스케치 밴드에는 300명 가량의 회원들이 참여 중이다. 전국적으로는 약 1만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3일 문화공간으로 바뀐 황남동 폐정미소에서 전시행사에 여념 없는 정동식 회장과 이번 행사의 실무를 진행한 전시형 운영위원장을 함께 만났다.

“행사 중에 공식도시로 선정돼 기쁨이 크지요. 2017년부터 정기모임을 열며 4회의 드로잉 북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때 많은 분들의 협조를 얻었던 것이 경주 어반스케치 활동에 큰 힘이 됐습니다”

어반 스케치가 어떤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을 때지만 행사에 공감해준 카페 정키스, 이상복 경주빵 등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외 유명 어반 스케치 작가들이 기꺼이 경주 드로잉 북 콘서트에 참가해 준 것이 경주에서 어반스케치 활동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는 정동식 회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기반을 다진 경주 어반 스케치는 2019년 제1회 페스타와 2020년 페스타를 치르면서 경주에 어반 스케치 열풍을 예고했다. 특히 2020년 페스타는 코로나19의 준엄한 상황에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치러내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 역시 이전보다 더 엄중해진 코로나 상황에서 치러짐으로써 국내외 어반 스케치 관계자들로부터 놀라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고 있다. 정동식 회장이 열어 보여준 이메일에는 실제로 국내외 유명 어반 스케치 회원들의 찬사와 노하우를 묻는 질문공세가 이어져 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코리아 방역의 성과지요.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의료 시스템과 대한민국 국민의 일사불란한 협력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어반 스케치 행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동식 회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출품해 전시장 곳곳에서 정동식 회장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혹여나 참여하는 작가들이 적을까 우려해 그간 그려 두었던 작품을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더 꺼내놓았다는 것.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전시한 전시형 운영위원장도 같은 심정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어반 스케치가 다른 미술 동호인 모임에 비해 어떤 것이 다를까?
“어반 스케치는 정통 미술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여행 중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자신이 마음에 든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것이 어반 스케치의 핵심이지요. 그림을 잘 그리면 더 좋겠지만 잘 못 그려도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즐기면 되는 것이니까요. 때문에 어반 스케치는 아무런 자격 조건이 없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정 회장은 그 자신은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만화가를 지망해 유명 만화작가들의 만화작업실에서 활동했으며 그 인연으로 어반 스케치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쉽고 재미있었다고 소개한다.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데 보통 1시간 남짓 걸리는 어반 스케치 그림은 만화가로서 단시간에 배경화면을 만들고 인물을 묘사하던 정동식 회장에게는 더더욱 쉬운 일.

경주에서 어반 스케치를 알리는 데는 전시형 운영 위원장의 SNS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전시형 위원장은 미니한복 제작을 사업으로 하고 있고 경주문화해설사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그린 스케치를 꾸준히 페이스북에 올리며 어반 스케치 활동을 알려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정동식 회장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전시형 운영위원장은 그 자신 그림을 그릴수록 자신의 실력도 늘고 경주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짐을 느꼈다며 어반 스케치와의 인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정미소, 오래전 기계들이 한쪽에 멈추어 있다.

-작가들 자체가 소비주체 - 행사시 관광효과 아주 커, 고예산 신라문화제와 비교해 이미지 컷 버금 가 !!

그렇다면 어반 스케치만의 매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못 해 본 그림에 대한 동경이 있을 겁니다. 특히 과거에는 그림을 얕잡아 보는 풍조로 인해 재능이 있어도 그림을 전공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무척 많았지요. 그런 사람들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남는 여력을 뒤늦게 그림에 투영하는 것이지요”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사람들이 어반 스케치에서 활동하다보니 이들이 거대한 소비집단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 정동식 회장의 설명이다. 경주에서 드로잉 북 콘서트를 열었을 때나 페스타를 열었을 때 전국에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배경에는 이런 어반 스케치만의 장점이 적용된 예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전의 드로잉 북 콘서트나 페스타 행사시 국내 유명 화방에서 후원하거나 해외 어반 스케치 작가가 자신이 생산하는 시계를 찬조해 준 것 등은 이것이 바로 어반 스케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설명한다.

어반 스케치는 참여하는 작가들에 의해 도시의 구석구석이 그림으로 표현된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굳이 작품성을 따지지 않으므로 초보자의 그림에서 제대로 실력을 갖춘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선과 화풍으로 도시가 그려지는 것도 그 나름의 맛.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도시의 면면을 작은 화폭에 담아 마음껏 알릴 수 있다는 것에서 어떤 미술 장르보다 활력을 띄고 있다. 물론 이런 그림은 개개인의 작품으로 스케치 북에 들어있을 수도 있고 액자로 제작돼 자신만의 소장품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유명 작가들에게는 그림을 판매하는 또 다른 창구이기도 하다.

특히 어반 스케치 회원들은 SNS와 굉장히 밀접해 이를 통한 파급력이 어떤 매체나 공공기관의 행사보다 크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도시를 그 즉시 실시간으로 SNS에 올려 자신들의 팔로어들과 공감한다. 참고로 ‘경주신라문화제’를 검색해서 볼 수 있는 이미지 량과 경주 어반 스케치를 검색해 볼 수 있는 이미지 양이 역사와 전통에서 비교가 안 되는 데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할 정도다. 그것도 경주 신라문화제는 상당부분 공식행사 모습이 중심인데 어반 스케치 행사는 경주 구석구석을 그린 그림을 중심으로 도시의 명소들과 맛집들을 비롯 그 도시의 온갖 요소들이 망라된다. 1962년부터 시작되어 2019년 47회를 치른 경주신라문화제가 수십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이제 고작 4년 된 자발적 모임인 어반 스케치가 저예산으로 치른 행사 이미지 컷이 비슷한 수로 검색된다는 것은 어반 스케치가 가진 가성비와 효용성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차원에서 정 회장은 경주 어반 스케치의 꿈은 분명히 하나로 모아진다고 열변을 토한다. 바로 세계 어반 스케치 회원들의 축제인 ‘어반 스케치 심포지엄’을 경주에서 여는 것.

“이것은 한 마디로 어반 스케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심포지엄을 개최할 수 있다면 경주의 국제적인 위상이 어떤 행사에서보다 커질 것이고 참가하는 회원들 자체로 유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 세계 관광객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이 꿈은 아직은 그야말로 꿈일 뿐 경주 어반 스케치는 활동 기간에 비해 왕성하긴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황남동 정미소 전시에서 모두 2500~3000명 정도가 다녀갔을 만큼 굉장한 호응을 얻었고 실제로 한권에 3000원씩 매겨진 엽서꾸러미들이 전량 판매될 만큼 관객들의 관심도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게 영 꿈만은 아닌 것도 맞다.


한편 정동식 회장과 전시형 운영위원장은 올해 10월 경 계획 중인 제3회 경주페스타를 어디에서 열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올해 폐철되는 철도를 기념하고 경주의 오랜 소통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면에서 ‘경주역’에서 여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경주읍성에서 치러 경주의 새로운 명소가 된 경주읍성과 주변의 상가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경주역의 경우 코레일과의 업무협조가 선결돼야 하고 경주읍성의 경우 경주시와 문화재청 등과의 업무협조가 선행돼야 한다며 아직은 계획단계임을 조심스럽게 밝힌다. 다시 확산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규모도 심각한 고민의 대상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가 되었건 경주 어반 스케치 행사는 이미 탄력이 붙었다. 네 차례의 드로잉 북 콘서트, 두 차례의 페스타, 이번 황남동 정미소 행사로 인해 유서 깊고 아름다운 경주가 어반 스케치 작가들 사이에 상당 부분 공유되었고 경주가 코로나19를 이길 만큼 성공적인 방역도시로도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이야말로 앞으로 경주 어반 스케치가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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