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뜻밖의 ‘주부 장보기’

형식적 아닌 눈에 확 띄는 판매전략, ‘용인시 로컬푸드 행복장터’의 솔직한 진화

박근영 기자 / 2021년 0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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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전휴게소의 로컬푸드 행복장터.

고속도로나 지방 도로로 운전해 다니다 보면 휴게소 한 쪽에 그 휴게소가 소속되어 있는 지역의 농산물이나 특산품을 판매하는 ‘로컬 푸드 전시장’을 만나곤 한다. 그 지역의 농수축산물을 홍보하는 곳으로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시장이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휴게소 이용하는 통과객들이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가져도 비싼 가격과 특징 없는 상품들에 식상해 대충 구경만 하고 나오는 편이다. 대부분 휴게소에 차려진 로컬 푸드 전시장이 토산품을 좀 비싸게, 형식적으로 전시해놓은 듯한 분위기다. 판매한다기보다 홍보하는 것에 주력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휴게소 전시장에 비해 경부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죽전 휴게소'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우선 이름부터 남다르다. ‘용인시 로컬푸드 행복장터’, 내용은 더 다르다. 주부들이 들렀다면 반가워 비명이라도 지를 만큼 다양하고 저렴한 농산물들이 널려 있어서다. 다양한 종류의 상치, 갓, 케일 등을 조화롭게 섞은 쌈 세트, 손수 가꾸는 밭에서 수확해온 부추, 대파, 야채들도 팔고 무엇보다 고구마 줄기, 토란대, 무말랭이, 뽕잎 등 말린 나·물들을 시장처럼 싼 가격에 팔고 있다. 농장에서 갓 꺼내온 달걀도 있다. 여기에 용인 지역에서 나는 온갖 특산품이 다른 휴게소의 전시장 모습과 비슷해 이것저것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장은 용인시가 ‘아홉색깔 농부 협동조합’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판매소다. 아홉색깔 농부 협동조합은 로컬푸드, 농촌체험, 농산물꾸러미 생산, 유통과 납품을 함께 진행하는 조합답게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자신들만의 판매방식으로 휴게소 통과객들에게 뜻 밖의 알뜰 장보기를 선물하고 있었다.

마침 기자도 필요한 농산물들을 구매했다. 이것저것 실생활에 필요한 말린 나물들과 직접 가꾼 채소들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시장보다 싼 가격으로 팔다보니 살 것이 많아졌다. 친절하게도 판매담당 매니저가 많이 샀다고 미나리와 부추 한 단을 서비스로 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농촌의 은근한 인심마저 느낄 수 있어 쇼핑이 한층 흥겨워진 순간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판매소가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고속도로 특산물 판매소처럼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부들이 깜짝 놀랄 장보기 코너’ 같은 안내판이 하나쯤 설치되어 있다면 고속도로 통과하는 주부들에게 훨씬 많은 쇼핑기회를 주지 않을까? 당연히 발길이 늘면 다른 특산품 판매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경주 근처에도 고속도로 휴게소가 더러 있다. 오고 가는 통과객에게 경주의 특산물들과 함께 보다 현실적인 장보기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이런 형태의 로컬푸드 행복장터를 운영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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